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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명에게 새 생명을” 하늘의 별이 된 ‘나의 아저씨’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 하고 떠난 이찬호 씨. [한국장기기증원 제공]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하늘나라에서는 네가 하고 싶었던 것들 하며 살아가줘.”

40대 한창 나이인 동생을 잃은 A씨의 마지막 ‘한 마디’는 애처로웠다. 개인 사업장에서 잠을 자던 중 발생한 화재로 세상을 등진 이찬호 씨(45세).

하늘의 별이 된 이 씨는 마지막 가는 길에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평소 젊은 나이에 장기기증 등록을 희망했던 고인의 유지에 따른 것. 이 씨의 행보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국내 장기기증 문화에 귀감이 되고 있다.

한국장기기증원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 11일 명지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올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 등을 5명에게 기증했다.

개인 사업을 하던 이 씨에게 화마가 들이닥친 것은 지난 7일. 주변 이웃의 신고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씨의 유가족은 고인의 유지에 따라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이 씨는 지난 2018년 여름휴가 때 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긴 후, 장기기증에 대한 신념을 갖게 됐다. 중환자실 병동에서 이식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 환자들을 본 이 씨는 그 길로 ‘기증희망등록’을 신청했다.

이 씨의 누나는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원히 가족과 함께 살아갈 거야”라며 애끓는 마음을 전했다.

[한국장기기증원 홈페이지 캡쳐]

이 씨의 사례가 귀감이 된 이유는 아직까지 정착되지 못 한 국내 장기기증 문화와 관련이 깊다.

기증은 크게 장기기증과 조직기증으로 나뉜다. 장기기증은 심장, 신장, 간, 폐 등 장기 손상이나 정지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이식이 필요한 환자에게 기증하는 것이다. 기증 시기는 뇌사 시이고, 즉각적인 이식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기증으로 최대 8명이 수혜를 볼 수 있다.

인체조직기증은 각막, 뼈, 피부, 인대, 혈관 등 기능적 장애기 있는 환자의 재건과 기능회복을 위해 행해진다. 기증은 사망 후 24시간 내에 이뤄지고, 가공·처리 및 보관을 거치면 최장 5년 동안 보관이 가능하다. 다수의 환자들에게 기증이 가능하다.

[게티이미지]

그럼에도 국내 기증 문화는 침체돼 있다. 국내 뇌사 장기기증자는 2016년 573명까지 늘었지만 지난해 405명까지 줄었다.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의사생활’에 나왔던 것처럼 기증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이 많음에도 말이다.

올해 이 씨와 같은 공여자로부터 심장을 기증 받은 한 수혜자는 ‘수혜자의 편지’를 통해 이 같이 말했다.

“공여자님의 심장은 여기 양산에서 건강하고 아름답게 잘 뛰고 있습니다. 4월 5일은 공여자님의 심장이 저희 장모님께서 새롭게 살아갈 수 있게 된 날로, 매년 추모 하고 기도를 올리겠습니다.”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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