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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주인이 이면계약 요구” 보증보험기준 강화에 힘겨운 MZ 전세찾기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시장 가격 하락세로 인해 주택 매매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깡통전세’ 위험가구가 16만호를 넘어섰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온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단지 상가 공인중개사 사무실 창문에 아파트 급매물과 상가 임대 등 현황이 붙어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양근혁 수습기자] “전세금 1억 3000만원 중에 1억원만 전세보증금반환보험(전세보증보험) 가입하면 안 되냐고 하더라고요.”

직장인 김모(30)씨는 첫 독립을 위해 얼마 전 서울 강서 지역 오피스텔 전세를 알아보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임대인이 1억원은 임대차계약(전세계약)을 나머지 3000만원에 대해서는 전세계약이 아닌 다른 계약서를 쓰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면계약서를 작성하자는 것으로 이는 엄연히 불법이다.

이 오피스텔의 최근 실거래가는 1억1500만원으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115%에 달하는, 이른바 깡통전세다. 기준(전세가율 90%)에 맞지 않아 전세보증보험 가입 자체가 안된다. 김씨는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고 싶다니까 정책이 바뀌어서 조건이 까다로워졌다며 이면 계약을 원하더라”며 “깡통전세(집값이 전셋값보다 저렴하게 책정된 주택)인 걸 들키지 않으려 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깡통전세는 전세가가 매매가 보다 높거나 매매가에 육박하거나 매매가를 넘어선 주택으로 일반적으로 전세가가 80%가 넘어가면 일반적으로 깡통전세 위험이 있는 것으로 분류한다.

김씨는 다른 집을 알아봤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매물을 20여개 살펴봤지만 깡통전세라 전세보증보험 자체를 거부하는 집이 10곳이 넘었고, 보증보험 가입이 된다고 하더니 이면계약이나 반전세를 요구한 곳도 많았다”고 말했다. 결국 김씨는 강화된 전세보증보험 가입 기준에 맞는 집을 찾지 못했고, 반전세 계약을 진행했다.

[연합]

전세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전세가율 90%로 까다로워지면서 전세계약 성사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사기 걱정에 “깡통전세에 갈 수 없다”는 세입자와 집값 하락을 견뎌야 하는 집주인 사이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위험주택이 늘고 있는 만큼 청년들이 거주하는 원룸촌에서 전세구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전세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기존 전세가율 100% 이하에서 90%로 강화했다. 5월 1일부터 신규 보증에 적용되고, 기존 계약을 연장할 경우 내년부터 적용된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임차인은 보증사고가 발생하면 경매로 넘어가 보증금을 회수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 악화한데다 전세보증보험 가입 요건이 까다로워지자 부동산들 역시 전세 중개가 쉽지 않아졌다. 공덕동의 A 중개사 대표는 “젊은 사람들은 보증보험 가입하려는데 집주인은 전셋값 내려가니까 싫어한다”며 “보증보험 기준에 맞는 집은 문의가 쏟아진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B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집주인이 (원하는 가격을) 포기해야 한다”며 “이전에 계약한 집들은 다 보증보험 기준에 안 맞다고 보면 된다”고 하소연했다.

기존에 살던 집에 전세보증보험을 들려던 세입자도 걱정이 태산이다. 오는 6월 전세 계약 1년이 되는 이상준(28)씨는 “다음 세입자가 보증보험 가입을 원하면 내가 낸 보증금보다 낮은 금액으로 전세 계약을 할 것 같다”며 “(집주인이 전세금 마련을 못해서) 돈을 다 못 돌려받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전세 거래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실거래 마이크로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할 결과 잔존 전세 계약 중 역전세 위험 가구는 지난 4월 기준 16만3000가구였다. 지난해 1월(5만6000가구)보다 3배 많은 수치다. 역전세는 전세계약갱신 시점에 2년전인 전세가격보다 전세가가 낮게 거래되는 것을 뜻한다.

서울 공동주택 40%가 깡통주택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연 좌담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딸면 2022년 서울 공동주택(연립다세대·아파트) 중 전세가율 80% 이상인 비율은 40%에 달했다. 서울 강서구와 인천 미추홀구 등 전세사기 피해가 컸던 수도권 지역의 경우 전세가율 80% 이상인 공동주택 단지 비율이 각각 67.3%, 62.3%로 수도권 내 1위와 4위를 차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 문제는 지금 여러가지로 총체적 난국이다”며 “보증보험 강화도 역전세난 원인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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