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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은 "국내 반도체 경기, 中 소비·美 투자 회복이 관건"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우리나라의 반도체 경기는 중국의 소비와 미국의 투자 회복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9일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최종수요는 미국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금액은 지난해 8월 감소로 돌아선 이후 최근까지 큰 폭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수출금액은 전년동기 대비 24.5% 줄었고, 올해 1분기에는 39.2%, 4월에는 40.5% 감소했다.

품목별로 보면 메모리 반도체가 비메모리 반도체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중심이 PC→모바일→서버 순으로 변화함에 따라 데이터센터 투자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데, 최근 주요 빅테크 기업이 실적 악화, 경기 불확실성 등에 대응해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지출을 축소하면서 대미 반도체 수출이 크게 위축됐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모바일용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스마트폰 수요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가운데, 팬데믹 기간중 늘어났던 스마트폰 판매가 지난해부터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우리나라의 비메모리 반도체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역별로는 중국, 베트남, 미국 등 주요 수출국 대부분에서 감소폭이 큰 상황이다.

중국은 정보기술(IT)제품 생산지로서의 역할이 축소되고, 소득 수준이 오르면서 IT기기 수요가 늘어나 최종 수요처로서의 중요도가 커졌다. 이에 따라 대중 반도체 수출에서 제3국 수출용 비중이 축소되고 중국 내수용 비중이 상승했다.

박성하 한은 동향분석팀 차장은 "최근 대중 반도체 수출의 부진은 수요둔 화에 주로 기인하지만 중국 내 자급률 상승 등 구조적인 요인도 일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글로벌 IT기기 생산기지로 부각되면서 우리나라 반도체의 새로운 수요처로 부상했다.

베트남으로 수출된 반도체는 스마트폰 등 IT 완제품 생산을 위한 중간재로 사용된다.

미국은 중국과 함께 IT기기의 주요 최종 소비처인데, 특히 서버 등 기업용 수요는 일부 빅테크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소수의 미국 빅테크 기업이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특정 기업의 업황과 투자 결정이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공=한국은행]

박 차장은 "우리나라 반도체의 최종수요 구조를 살펴보면 용도별로는 스마트폰과 서버, 지역별로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 수출은 스마트폰 수요(44.0%)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다음으로는 서버(20.6%)의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했다.

스마트폰은 미국(9.1%)과 중국(9.0%)이 비슷한 수준이고, 서버의 경우 미국(7.7%)이 큰 것으로 추산했다.

박 차장은 "국내 반도체 경기는 중국 스마트폰 소비와 미국 데이터센터 투자의 회복 여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스마트폰 소비는 팬데믹 기간 중 크게 늘어난 데다 고금리의 영향 등으로 앞으로 크게 확대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스마트폰 소비는 지난해 봉쇄 조치의 영향으로 부진했으나 리오프닝 이후 시차를 두고 점차 회복되면서 반도체 경기 부진을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서버 수요는 단기적으로 위축됐지만 향후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서비스 확대 등으로 고성능 서버를 중심으로 완만히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박 차장은 "우리나라 반도체 경기의 변동성이 여타 국가보다 큰 만큼 비메모리 경쟁력 강화, 수요처 다변화 등을 통해 진폭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며 "국내 반도체 수요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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