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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형님, 먼저 ‘11만’ 갑니다”…올해만 10조 적자 SK하이닉스 ‘주가 질주’, 왜? [신동윤의 나우,스톡]
[123rf]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SK하이닉스는 대표적인 ‘콩라인’ 기업입니다. ‘콩라인’이란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1등 한번 못 해본 채 만년 2위를 기록하는 상황을 일컫는 인터넷 용어입니다. ‘폭풍저그’란 별명으로 스타크래프트1 프로게이머로 대활약했지만, 매번 우승을 놓쳤던 홍진호의 별명 ‘콩’을 따 만든 말입니다.

SK하이닉스가 왜 콩라인이냐고요? SK하이닉스의 앞에 선 기업의 이름을 들으면 한 번에 이해가 되죠. 코스피 시가총액의 5분의 1 이상을 담당하며 범접 불가한 ‘시총 1위’를 기록 중인 삼성전자가 그곳입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SK하이닉스는 언제나 삼성전자의 뒤에 섰고, 시총 순위에서도 SK하이닉스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기 전까지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2위 자리를 연말 기준 6년간(2016~2021년) 지켜왔습니다.

삼성전자와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는 꾸준하게 ‘국내 2위’ 자리를 유지 중입니다. D램(삼성 43.2%·SK 23.9%), 낸드플래시(삼성 33.8%·SK 17.1%) 등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항상 추격을 하는 입장인 셈이죠.

[유튜브 'SK하이닉스' 채널 캡처]

지난 한 주간 벌어졌던 반도체 초강세장에서 대부분의 관심은 소액주주가 약 639만명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7만원 선 돌파에 쏠려 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시기 주식시장에서 더 강력한 모습을 뽐내며 주가 그래프가 삼성전자보다 더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던 것은 SK하이닉스였습니다.

최근 2주간 26.54%나 상승한 SK하이닉스

삼성전자가 우여곡절 끝에 26일 종가 기준 7만300원으로 ‘7만전자’에 도달했을 때, SK하이닉스는 ‘10만닉스’에 성큼 도달한 데 이어 ‘11만닉스’까지 코앞에 둔 상황까지 치고 올라갔습니다. 지난 26일 종가는 전거래일 대비 5.51% 오른 10만9200원에 형성됐습니다. 장중 11만원 선을 터치했다 장 막바지에 미끄러져 내려온 것이 아쉬웠을 따름이죠.

지난 2주간(5월 12~16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폭을 비교해 보면 SK하이닉스 주가가 얼마나 세게 가속페달을 밟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6만4200원에서 7만300원으로 9.5% 올랐는데요, SK하이닉스 주가는 8만6300원에서 10만9200원으로 무려 26.54%나 상승했습니다. 2.8배나 더 큰 폭으로 오른 셈이죠.

물론, SK하이닉스 주식을 갖고 있는 ‘개미’들에겐 지금의 주가 수준은 여전히 낮기 그지없는 수준입니다. 그 이유는 최근 3년간 SK하이닉스 주식에 대한 매물 분포 현황을 분석했을 때, 42.9%에 이르는 거래가 주당 11만원 선 위에서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 주주 10명 중 4명은 여전히 주식 수익률이 ‘마이너스’ 범위에 머물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죠.

특히나 많은 매물 거래가 있었던 구간은 주당 11만7820원 이상~13만3160원 미만입니다. 전체 매물의 27.14%가 이곳에 몰려있습니다. 그만큼 포털사이트의 SK하이닉스 종목토론방(종토방)과 소셜미디어(SNS) 관련 채팅방 등에선 “6월초 12터치”와 같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죠.

새 먹거리 ‘AI용 반도체’ HBM에선 SK하이닉스가 세계 1등

SK하이닉스가 올라탄 급등세란 조류가 11만원 선은 물론이고 12만원 선, 13만원 선 위까지 SK하이닉스 주가를 데려다줄 수 있을까요?

우선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 주가가 추가로 오를 만한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한목소리로 평가합니다. 우선 ‘바닥’을 찍고 반등을 시작한 반도체 업황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죠.

[유튜브 'SK하이닉스' 채널 캡처]

특히, 글로벌 경기 불황의 여파로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고 재고가 넘쳐나던 문제가 빠른 속도로 해결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대표적인 긍정적 신호입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이후 PC 고객과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로부터 메모리 반도체 주문이 회복 중”이라며 "이는 고객사들의 재고가 어느 정도 축소된 데다가 삼성전자를 필두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감산을 확대한 것의 영향이 크다”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반도체 시장의 흐름이 경기선행지표와 함께 한다는 점에서 거의 모든 해당 지표가 상승 반전한 상황이 긍정적이라고도 덧붙였죠.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반도체 완제품 기준으로 재고가 1분기 17주 수준에서 2분기 13주, 연말 8주 수준까지 하락할 전망”이라며 “3분기부터는 공급 부족 구간에 진입하며 축적된 재고 소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SK하이닉스만의 비장의 무기가 또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연구·개발·생산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생산하는 데 절대 빠질 수 없는 AI용 고성능 반도체에서만큼은 ‘콩라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따돌리고 훨씬 더 앞에서 뛰어가는 형국입니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4세대. [SK하이닉스]

세계 1위 GPU 제조사 엔비디아의 GPU ‘A100’에는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HBM2E’가 탑재돼 있습니다. 차세대 GPU ‘H100’에는 SK하이닉스의 ‘HBM3’가 적용됐죠. 삼성전자의 HBM은 엔비디아보다 시장 점유율에서 멀리 뒤쳐진 2위 AMD에 공급됩니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160%나 뛰어오른 엔비디아발(發) 훈풍에 SK하이닉스 주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엔 셈입니다.

HBM 제품에서만큼은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나 미국의 마이크론 등 경쟁사와 비교해 한 세대 앞서있다는 점도 주가엔 강력한 호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4세대 제품인 HBM3를 양산하는 건 SK하이닉스가 유일합니다.

때문에 현재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과반 이상(SK하이닉스 50%·삼성전자 40%·마이크론 1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SK하이닉스 점유율이 53%로 늘어나며 그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하네요.

올해 적자 최대 예상치가 무려 13조2380억원

SK하이닉스 주가 전망이 온통 장밋빛만 있냐고요? 물론 아닙니다.

올해 SK하이닉스의 뒤에 지독하게 따라붙는 꼬리표는 바로 엄청난 규모의 '적자'입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에만 3조4023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2조8639억원) 기록했던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입니다. 지난해 4분기 1조8984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도 뼈아픕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반도체 업황이 최저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되는 2분기에도 SK하이닉스가 3조2447억원에 이르는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연간 예상 적자폭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입니다. 그 규모가 무려 10조5252억원이 이를 것이란 전망을 증권사들이 내놓고 있기 때문이죠. 증권사들 중 가장 큰 폭의 영업손실을 예측한 곳은 한국투자증권으로 그 규모가 13조2380억원에 달합니다. 사실 이 정도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고도 회사가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할 따름이죠.

증권사들도 올해 SK하이닉스에 대해서 만큼은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라 ‘얼마나 돈을 더 벌지’보다는 ‘예상보다 얼마나 돈을 덜 잃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분석 중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목표주가 역시 현재 주가 수준과 비교해 보면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에프앤가이드 상의 컨센서스는 11만5391원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현재 주가와 비교했을 때도 불과 6191원 밖에 차이나지 않습니다. 최고값으로 제시한 12만8000원(BNK투자증권)과 비교해도 현재 주가에서 17.2%(1만8800원)만 오르면 도달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7만300원)가 목표주가 최고값(9만원)에 도달하기 위해선 현재 주가의 28%나 더 올라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추가 상승 여력이 현저히 더 낮은 셈입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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