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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 달 빌리는데 수수료만 300만원”…‘배보다 배꼽’ 더 큰 전세퇴거자금 대출[머니뭐니]
서울 한 아파트에 전세사기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역전세’난으로 전세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임대인이 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들어 은행권의 전세퇴거자금 대출(보증금 반환대출) 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여전히 수백만원에 달하는 중도상환수수료 부담 및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으로 대출 실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정부 또한 추가 규제 완화를 논의하고 있지만, 가계부채 부실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보증금 돌려주려 받은 대출금만 5조원…“‘역전세난’ 더 심해진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서 올해 1월에서 4월까지 새로 실행된 전세퇴거자금 대출액은 2조968억원으로 직전 4개월(1조2798억원)과 비교해 약 64%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지난 2월 신청이 시작된 정책모기지 특례보금자리론에는 임차보증금 반환 용도의 신청액만 약 2조6210억원(4월 말 기준)이 몰렸다. 올해만 보증금 반환을 위한 대출 수요가 5조원 규모에 다다른 셈이다.

전세퇴거자금 대출은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으로 실행한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전세 기간이 만료되었음에도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 반환이 힘들거나, 전세가격 감소로 보증금에 차액이 생기는 경우 해당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최근 이같은 전세퇴거자금 대출 수요가 증가한 원인은 부동산 경기 침체 및 전세가격 하락으로 발생한 ‘역전세난’에 있다. 실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4월까지 집계된 올해 HUG의 전세보증사고금액은 1조830억원으로 약 4달만에 지난해 보증사고금액(1조1726억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심지어 ‘역전세난’으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등 부작용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간 입주할 공동주택 물량은 총 79만6000가구로 직전 2년치(63만6000가구)와 비교해 26%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같이 주택 물량이 증가하면, 전세가격에 대한 하방압력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DSR 규제에 중도상환수수료까지…임대인들, “대출 문턱 더 낮춰달라”

문제는 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인 전세퇴거자금 대출의 문턱이 높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중도상환수수료다. 은행은 일반적으로 주담대에 대해 3년까지 약 1.5% 내외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한다. 따라서 다음 세입자를 구하거나, 보증금 차액을 마련할 때까지 단기자금을 빌리는 경우에도 수백만원에 달하는 수수료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서울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예컨대 2억원의 전세퇴거자금 대출을 실행한 후 3개월 차에 상환한다고 가정할 때, 중도상환수수료는 약 275만원으로 책정된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주담대 평균금리(4.42%)를 적용하면 3개월간 부과되는 이자는 약 221만원으로, 수수료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른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도상환수수료의 경우 주담대를 심사하고 실행할 때 드는 각종 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며, 일찍 상환할수록 은행에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높은 문턱은 이뿐만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주담대와 관련한 각종 제한을 일괄 폐지했다. 여기에는 규제지역 9억원 초과주택에 대한 전입의무, 다주택자의 규제지역 내 주담대 금지 등이 포함됐다. 전셋값 하락으로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진 사례가 늘면서 시행된 조치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던 DSR 기준 완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안내문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특히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에서 벗어난 다주택자들의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금융당국 또한 전세퇴거자금 대출에 한해 DSR을 일시 완화하는 방안 등에 대한 검토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대출 규제 완화 시, 다음 세입자에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주인이 상환능력 대비 많은 대출로 부실 위험에 빠지고 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세입자가 아니라 선순위 채권을 가진 은행에 먼저 자금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결국 또 다른 미반환 사고가 발생하는 셈이다. 여기에 DSR 완화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화 및 연체율 상승 우려도 제기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경우 파산했을 때 잔존 가치를 남겨두기 위한 조치라면 DSR 규제는 원리금 상환 능력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며 “LTV에 대해서는 다소 완화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DSR 규제 자체는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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