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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연준, 경제위기 해결사인가 주범인가
저금리 속 양적완화 반대했던 호니그
그의 눈으로 들여다본 연준 경제정책
2008년 금융위기가 2020년 붕괴로
미국 뉴욕 증권 거래소의 모습. 작은 사진은 토마스 호니그 [연합·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홈페이지]

경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 회의가 열리는 날이면 전 세계 금융시장의 촉각이 곤두선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내뱉는 단어 하나부터 참석 위원들이 내놓는 의견까지, 모든 것이 집중의 대상이다. FOMC 회의 결과와 위원들의 말 한마디에 증시도 출렁인다. 미국의 금리에 따라 다른 나라들의 금리 상황도 변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FOMC 회의 결과와 의장의 발언 만큼 관심을 두는 것이 또 있다. 바로 FOMC 회의에서 나온 소수 의견이다. 만장일치 표결이 전통이고, 의장의 권위도 절대적인 FOMC 회의 특성을 고려하면 소수 의견의 지니는 무게감과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물론 다수결이 원칙인 회의에선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의장의 발언이 전체적인 금리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소수 의견은 FOMC 내부 분위기와 향후 다른 방향성에 대한 가능성을 가늠하게 해준다.

토마스 호니그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장은 대표적인 소수 의견파였다.

호니그는 지난 2010년 열린 FOMC 회의에서 내리 반대표를 던졌다. 그는 금리가 0%인 ‘제로 바운드’ 상황에서 양적완화를 지속하는 정책에 반대했다. 양적완화가 계속되면 막대한 돈이 월가의 거대 은행으로 갈 것이고, 이는 결국 ‘자산 버블’만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2000년 폭락한 닷컴 버블도, 2008년 붕괴한 주택 시장 역시 ‘자산 버블’이 문제였다.

그러나 FOMC 회의의 표결 결과는 늘 그랬듯 11 대 1로 끝났다. 그가 표결 결과를 알면서도 끝까지 반대한 것은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나 다름 없었다. 계속되는 반대에 호니그와 버냉키의 관계는 매우 껄끄러워졌다. 다른 위원들마저 호니그의 지속적인 반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 / 크리스토퍼 레너드 /김승진 옮김 / 세종서적

호니그의 이러한 고집은 과거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1970년대 석유 파동과 저금리 기조 속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직접 경험했다. 은행들이 허술한 자산 평가로 기업들에게 목돈을 빌려주는 행태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지켜봤다.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는 1979년 10%였던 금리를 1981년 약 20%까지 끌어 올렸다.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경제는 초토화됐다. 그러나 인플레이션만큼은 완벽히 잡혔다.

이러한 인플레이션 위기와 회복 과정을 경험한 호니그 입장에선 2010년 버냉키의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연준이 실제로 1913년부터 2008년까지 약 100년 간 늘린 통화량은 8420억 달러에 불과한 반면 2008년 말부터 2010년 초까지 약 1년 동안 쏟아부은 통화량은 1조2000억 달러에 달한다. 단 1년 만에 100년 간 늘린 통화량 보다 더 많은 규모를 시장에 쏟아낸 것이다.

저금리 상황에서 정부가 장기 채권을 사들여 시장에 유동성을 풀면 시장은 안전 자산 대신 수익률이 높은 위험 자산으로 몰린다. 이는 곧 은행이 기업에 무분별하게 돈을 빌려줄 가능성을 높인다. 이것이 버냉키가 노리는 지점이자 호니그가 우려한 부분이었다.

경제 전문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퍼 레너드가 내놓은 신간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은 호니그의 시각에 따라 1970년대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연준의 경제 정책을 꼬집어본다.

호니그의 증언을 바탕으로 연준의 내부를 들여다 보며 지난 10년 간 연준이 펼쳐온 정책이 어떻게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경제의 안정성을 무너뜨렸는지 추적한다.

저자는 호니그의 경험을 통해 연준의 결정이 어떻게 전세계적인 재앙을 유발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아울러 2008년의 금융위기가 어떻게 2020년 이후의 붕괴로 진화했는지, 그리고 전세계가 그 대가를 여전히 치르고 있음을 알려준다.

저자는 또 현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이 연준에 들어오기 전 대형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에서 일할 당시 존 펠트너가 근무하던 렉스노드를 매각해 엄청난 수익을 챙긴 일 등 그의 삶의 궤적을 훑어본다. 이러한 파월의 경험들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위기 대응 방식에 어떻게 영향을 줬는지도 설명한다.

연준의 긴축이 여전히 전세계를 흔드는 시점에서 연준을 더 가까이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이현정 기자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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