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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지가 순식간에 새 종이로...엡손 ‘페이퍼랩’ 내년 韓상륙
세이코엡손 히로오카사무소 공개
크기·가격 줄인 업그레이드 버전
24일 일본 세이코엡손 히로오카 사무소에서 직원이 페이퍼랩을 소개하고 있다. 김현일 기자

다 쓰고 버려진 폐지를 순식간에 빳빳한 새 종이로 만들어주는 친환경 기계가 내년 한국에 상륙한다.

일본 세이코엡손(이하 엡손)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종이재생장치 ‘페이퍼랩(PaperLab)’을 오는 2024년 한국 시장에 출시하기로 하고 준비 작업에 분주하다.

현재 국내에서 문서 세절기(파쇄기)로 잘게 잘린 종이 더미는 재활용이 불가능해 일반쓰레기 봉투에 담아 폐기해야 한다. 그러나 엡손의 페이퍼랩은 파쇄된 종이를 오히려 원재료로 삼아 깨끗한 종이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종이를 소비하는 프린터 사업으로 이름을 알린 엡손이 이제는 종이를 생산하는 제지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넓힌 셈이다.

엡손은 페이퍼랩이 기업·기관의 폐지 처리부담은 물론 환경문제까지 해결해 줄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00% 사용된 폐지만을 원료로 종이를 만들기 때문에 새로운 목재 사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국내 출시를 앞두고 지난 24일 일본 나가노현 시오지리시에 위치한 세이코엡손 히로오카 사무소에서 페이퍼랩 실물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세이코엡손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종이재생장치 ‘페이퍼랩(PaperLab)’. 김현일 기자

사람이 페이퍼랩 안에 폐지 더미를 투입한 뒤 버튼을 누르자 잠시 후 왼쪽 배출구에서 새 것으로 탈바꿈한 깨끗한 A4 용지가 한 장씩 쉬지 않고 나왔다. 복사기에서 종이가 밀려 나오는 모습과 똑같았다. 엡손 관계자는 A4 용지 기준 1분에 약 12장, 1시간에 약 720장을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새 종이를 만드는 방식도 환경친화적이다. 엡손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건식 섬유 기술(Dry Fiber Technology)’을 적용했다.

기존의 폐지 재활용 설비가 종이에 인쇄된 잉크를 제거하기 위해 대량의 물을 쓰는 방식이라면 엡손의 드라이 섬유 기술은 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페이퍼랩은 내부에서 폐지를 긴 섬유로 분해한 뒤 다시 결합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폐지에 인쇄된 잉크가 떨어져 나가며 깨끗한 종이로 변신하는 것이다.

페이퍼랩은 폐지를 긴 섬유로 분해한 뒤 다시 결합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며 새 종이를 만들어낸다. 김현일 기자

페이퍼랩은 A4, A3 크기의 종이를 생산하며 종이 색상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안에는 색상을 결정하는 6종의 파우더 카트리지가 장착돼 있었다. 메모지부터 명함, 달력, 봉투, 팜플렛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두께의 종이를 생산할 수 있다. 실제로 엡손 일본 본사 전 직원들은 페이퍼랩으로 만든 명함과 봉투를 사용 중이다. 만져보니 일반 종이와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2016년 일본에서 처음 선보인 페이퍼랩은 현재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을 포함한 은행과 보험사, 건설사, 공공기관 등에서 사용 중이다. 일본을 넘어 유럽의 일부 기업과 기관에서도 페이퍼랩을 도입했다. 엡손은 보안 유지가 요구되는 금융사나 국가기관 등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만난 오가와 야스노리 엡손 대표이사도 고객사들이 문서의 외부 유출 우려를 덜 수 있어 특히 만족했다고 전했다. 그는 “고객사들이 이전까지는 문서를 파쇄하더라도 보안에 대한 불안감이 늘 있었다”며 “페이퍼랩을 도입한 이후에는 문서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고 바로 사무실 안에서 폐기해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큰 만족감을 표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SDGs Week EXPO 2022’에서 엡손이 선보인 신형 페이퍼랩. [유튜브 ‘IT MEDIA’ 캡처]

다만 가로, 세로 모두 2m를 훌쩍 넘는 거대한 크기와 2억5000만원이 넘는 가격은 선뜻 도입을 결정하기에 부담 요소로 평가된다.

오가와 대표이사도 이러한 반응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히며 “한국에 출시할 제품은 현재보다 절반 정도 작아질 것”이며 “가격은 아직 미정이지만 현재 버전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제공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SDGs Week EXPO 2022’에서 엡손은 신형 페이퍼랩을 공개했다.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넘겼던 페이퍼랩의 높이는 여성의 어깨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오가와 대표이사는 “한국에 선보일 페이퍼랩에는 파쇄기를 함께 출시할 예정”이라면서 “각 사무실에서 파쇄한 폐지를 모아 페이퍼랩으로 보내면 여기서 만든 새 종이를 다시 사무실로 보내는 식으로 종이 리사이클을 보다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가노(일본)=김현일 기자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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