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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비대면 진료의 가치는 혁신이다

원격의료 관련 법안이 정부와 의료계의 합의가 있었음에도 국회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지 오래고 IT강국을 자부하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환경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는 것 같아 매우 아쉽다.

제기된 문제들을 살펴보면 첫째로,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기간 한시적으로 도입한 것이니 심각 단계가 종료되면 필요하지 않다. 둘째로, 플랫폼 횡포로 인해 의료영리화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셋째로, 수가를 대면진료보다 높게 책정하면 안 된다. 넷째, 약 배달 관련 검토가 부족하다로 요약된다.

비대면 진료 자체를 반대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논박할 필요도 없다. 정상적인 국회라면 코로나19를 계기로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빠르게 전환하는데 정부는 무엇을 하느냐고 질책해야 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횡포 또한 과한 우려다. 비대면 진료를 도입한다고 갑자기 환자가 늘 가능성은 크지 않다. 환자와 의료 공급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의료영리화는 이념적인 유령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의료 체계가 지나치게 상업화된 면이 있지만 이는 낮은 수가와 비급여라는 구조적인 문제와 급속 성장의 후유증이 겹진 데 따른 것이다. 오히려 병·의원 방문이 줄어 비급여행위가 줄어들 수 있다.

수가를 대면 진료보다 낮게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코로나19기간 행해진 3분 미만의 전화상담을 염두에 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행태를 보장하는 것이라면 비대면 진료를 도입해야 할 이유가 없다. 최소한 화상 진료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비대면 진료는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대면 진료보다 충분한 문진이 필요하고 그래서 진찰료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이는 지금까지 지나치게 검사에 의존해온 진료 행태를 개선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마지막은 약 배달에 대한 검토 부족이다. 약 배달을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위험하지도 않다. 이미 복약지도도 서면으로 할 수 있도록 약사법에 허용돼 있다. 더 검토할 것이 있다면 처방전에 수입을 의존하는 동네 약국의 수입 감소 우려다. 그러나 지금도 처방받은 병·의원 근처 약국이 아니고는 약품이 구비되지 않아 조제가 어렵다는 점, 환자들이 단골 약국을 바꾸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 될 수준이 아니다.

국회에서 제기된 이러한 이유들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환경 변화를 역행할 만큼 중대하지는 않다. 오히려 논점에서 빠져 있는 것은 ‘환자’다. 복지부가 밝힌 대상은 ‘섬벽지, 국외 거주자, 장애인, 교정시설 수용자, 감염병 환자, 재진 환자’다. 희귀 질환자와 거동이 불편한 사람에게도 원격 의료의 접근성이 확대돼야 한다. 주민센터 사회복지사의 가정방문 시 위기가구로 의심되는 경우에도 원격 의료를 허용해야 한다.

원격 의료는 오로지 국민, 환자의 편익을 중심으로 논의돼야 한다. 원격 의료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기술이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묵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국회가 적극 나서기를 기대한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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