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체육관 관장이 자신이 가르치던 초등학생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사진은 사건 이후 피해 아동의 부모가 관장과 주고받은 메시지.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대구의 한 체육관 관장이 자신이 가르치던 초등학생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피해 아동이 지금까지 극도의 불안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 모 체육관 관장 A(20대)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체육관에서 권투를 배우러 온 11살 남자 아이의 바지와 속옷을 강제로 벗기고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지난 18일 구속됐다.
피해 아동의 아버지 B씨는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구 복싱관장 초등학생 성추행 사건 부모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아이가 너무 힘들어 한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글에 따르면 B씨의 아들은 자기 몸을 지키는 방법을 찾기 위해 2021년 9월부터 집 근처 A씨가 운영하는 복싱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열심히 운동을 하던 아이는 지난 3월부터 체육관에 나가는 것을 거부했고, 부모가 이유를 캐물은 끝에 "관장님이 바지를 벗겨서"라고 대답했다.
B씨는 "처음에는 운동 중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해 아이에게 '바지만 벗겼어?'라고 물어보니 '팬티까지 내려갔어'라는 말을 듣게 됐다"며 "그 후 아이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해서 관장에게 전화로 사실 확인을 하니 상황을 얼버무리며 '장난이었다'는 식으로 그냥 죄송하다고만 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대구의 한 체육관 관장이 자신이 가르치던 초등학생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사진은 관장이 아이의 바지를 잡고 끌어내는 장면. [MBC 방송화면 캡처] |
B씨는 통화 이후 A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관장님이 한 행동은 아동성추행이다, 그냥 죄송하다는 말로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체육관 CCTV를 요구했다.
A씨는 "진짜 죄송하다. 제가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아이가 입은 상처는 제가 뭘 한들 씻기지 않겠지만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A씨가 전달한 CCTV 영상에는 관장이 체육관 구석에서 자신을 피하는 아이의 바지를 잡고 강제로 끌어내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아이는 무릎까지 내려간 바지를 꼭 잡고 버텼지만, 관장은 아이를 눕히려고 수차례 어깨와 가슴을 눌렀다.
B씨는 결국 A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진술 과정에서 A씨가 아이의 바지를 벗긴 적이 여러 번 있었고 촉감놀이를 하자며 화장실로 데려가 마스크로 아이의 눈을 가리고 A씨 본인의 신체 부위를 만지게 한 일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B씨는 "(사건 이후) 아이가 해바라기센터를 통해 검사와 치료를 받고 있으며, 극도의 불안함과 우울 증상으로 약물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전달받았다"면서 "해당 복싱장이 불과 1분 거리에 위치한 거리에 있어, (아이는) 해가 진 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본인과 가족들을 찾아와 보복을 할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A씨의) 구속 사실을 전달받은 뒤 아이에게도 '이제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얘기해 줬지만, 아이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체육관 건물의 간판을 먼저 살피며 꺼지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엄마 제발 저 간판 좀 꺼줘'라고 했다고 한다"며 "아이가 받은 상처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고 호소했다.
B씨는 특히 "키즈 복싱을 가르치는 기관으로 홍보해 당연히 어린이 기관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나라에서도 영업을 제지할 수 없다고 한다"며 A씨가 또다시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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