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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지시 하루만에…당정, 심야 집회 제한키로
“불법 전력 있는 단체가 집회, 시위할 경우 이를 제한하는 안 검토”
‘집회’를 ‘허가제’로 운영한다는 지적에 “종합적 판단하겠다는 취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가 24일 노동조합의 야간 옥외 집회 및 시위에 칼을 빼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건설노조의 노숙집회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한 지 하루 만에 대응책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여당은 야간 옥외 집회 및 시위 허용 규정을 대폭 상향하겠다는 방침인데, 헌법에서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사실상 ‘허가제’로 퇴행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이번 (민주노총 건설노조) 집회와 같이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가 타인의 법익, 공공 안녕, 질서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시위를 하는 데 한해서 이를 제한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당정협의회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을 논의했다. 정부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 윤희근 경찰청장,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이 참석했다.

당정은 야간 옥외 집회 및 시위를 제재하는 것은 물론, 이를 허용하는 기준을 대폭 상향하기로 했다. 윤 원내대표는 “출퇴근 시간대 주요 도심의 도로에서 하는 집회, 시위도 역시 신고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집시법 위반 사례가 만연해져서 법대로 집회, 시위가 안 이뤄지는 부분이 있다”며 “그래서 야간 문화재를 빙자한 편법 집회에 대해서도 법 취지에 맞게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윤 원내대표는 “심야시간대 집회, 시위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불합치 판정이 났지만 국회의 입법 조치는 직무유기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그래서 본 의원이 발의한 집회, 시위 시간 관련 법안을 중심으로 야당과 협의하겠다”고 부연했다. 윤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2020년 야간 옥외 집회 및 시위 금지시간을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로 규정한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집시법 제10조는 옥외 집회 및 시위의 금지시간을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라 규정해, 지난 2009년 헌법재판소의 ‘불합치’ 판결을 받았다. 헌법재판소는 당시 “헌법은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다”며 제10조의 ‘옥외 집회’ 부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21조에 ‘집회 및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명시되어있기 때문에 ‘집회’는 허용 불용이 정해질 사안이 아니라는 취지다. 하지만 이후 국회 차원의 보완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현재 ‘유명무실’한 상태다.

헌재는 또 지난 2014년 ‘시위’ 부분에 대해 ‘해가 진 이후부터 자정까지’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자정까지는 시위를 막아서는 안되고 자정 이후에 금지하는 것만 합헌이라는 것이다. 집시법은 ‘집회’와 ‘시위’를 별도 사안으로 본다. 집회는 시민들이 ‘제자리’에 모인 것을, 시위는 시민들이 모여 ‘행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 장관도 회의 후 ‘당정의 태도가 집회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2023년에 우리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와 시위를 정부가 막거나 탄압하고 있다고 생각하냐, 저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반문했다. 한 장관은 “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라는 것이 다른 동료 시민들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경우까지 보장되어야 하는 절대적 권리는 아니지 않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번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시위에 대해 “불법적인 요소가 많이 확인됐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당초 국민의힘은 ‘경찰의 공무집행 과정에 대한 면책 조항’이 추가된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국민 여론 수렴’을 이유로 순연됐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해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개정했는데 이로 인해 집회, 시위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업무상 과실치사의 직접 적용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보여진다”며 “그래서 우선 소송지원이라든지, 내부적으로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하는 데 대한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조치를 하겠다”고 부연했다. 앞서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에게 “경찰의 공무집행에 대해 확고히 보장하고, 그 과정 속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한 면책 조항을 넣는 형태로 (입법을) 하겠다”고 했다.

‘여소야대’ 국면을 고려했을 때 국민의힘의 집시법 개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정이 이날 협의회에서 법안 개정 보다, 국무총리실이 담당 TF를 만들거나 경찰의 야간 옥외 집회 및 시위 허용 범위를 제한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 것도 이러한 정치 지형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다만 이번 협의사항이 집회 및 시위를 ‘허가제’로 운영하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가 이번 건설노조 집회처럼 타인의 법익, 공공 안녕, 질서에 위험을 끼칠 것이 명백한 경우에만 (못하게 하는 것이지) 불법 전력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금지,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그 기준을 어떻게 판단하냐는 질문에는 “집회 시간, 장소, 인원과 집회 신고 내용과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보겠다”고 답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민의힘 소속 간사를 맡고 있는 이만희 의원도 “집회, 시위 관련 경찰의 결정이 나왔을 때 (단체에서) 집회 금지에 대한 법원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다”며 “법원의 인정도도 굉장히 높다”고 했다. 그는 “그런 조정이 벌어지면 경찰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는 취지이지, 집회나 시위를 허가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한다”고 반박했다.

newk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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