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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크론 공백 한국 기업이 메우면 안돼” 중국 제재 후 美의원 삼성·SK 견제 [비즈360]
미 하원의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이 의회 내 발언을 듣고 있는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지헌·김민지 기자] 중국이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첫 제재를 가한 직후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 하원 내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마이크론의 중국 내 공백을 한국 기업들이 채울 수 없도록 하라”고 밝혔다. 미·중 갈등의 후폭풍이 국내 반도체 기업에 본격적으로 닥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마이크론의 지배력 약화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됐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4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 하원의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미국 상무부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의 수출 허가가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우는데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최근 몇 년간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직접 경험한 동맹국인 한국도 (한국 기업이 마이크론의) 빈자리 채우는 것(backfilling)을 차단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하원 의원이 한국 기업이 마이크론의 중국 내 입지를 차지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낸 것이다. 이는 최근 중국의 미국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가 있자 마자, 미국 의회 측 주요 인사에게서 나온 첫 발언이라 주목된다. 특위는 중국의 경제, 기술, 안보 발전 상태와 미국과의 경쟁과 관련한 조사를 수행하고 정책 권고를 제출할 권한을 갖고 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지난 21일 “마이크론 제품에서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돼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중요 정보 인프라 운영자들에 대해 마이크론 칩 제품 구매를 중단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당장 업계에선 이같은 중국의 조치가 한국의 메모리 칩 회사들에게 긍정적일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마이크론이 중국에서 팔지 못하는 메모리 칩을 한국 기업들이 대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중국의 사실상 마이크론 제품 판매 금지로 인해, 고객들이 한국·중국 기업 등 대체 공급업체로 향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갤러거 위원장의 발언으로 인해, 중국 내 삼성과 SK하이닉스의 마이크론 대체 가능성이 낮아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국내 기업들의 중국 내 실질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최정동 테크인사이츠 박사는 미국 측 요청대로 한국산 메모리 판매에 제동이 걸릴 경우, 삼성은 D램 전체(DDR, 서버, 그래픽 등 모두 포함) 매출 중 5~7%, SK하이닉스는 3~5%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그는 “삼성과 SK하이닉스의 매출 감소가 어느 정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중국 제조폰인 샤오미, 비보, 오포는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5(LPDDR5) D램과 낸드를 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반도체 라인에 직원들이 모인 모습. [SK하이닉스 제공]

당장 중국 내 생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삼성은 전체 낸드플래시 반도체의 30~40%를 중국 시안에서, SK하이닉스는 전체 D램의 절반 가량을 중국 우시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공장에서 양산되는 최첨단 메모리 칩과 관련된 장비 반입에 대해 미국이 추가적인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적으로 이같은 미중 갈등은 한국 기업들에게는 불안정성을 키우는 가장 큰 리스크로 평가된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갈등이 30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며 “불안한 국제 정세에 맞게 적절히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도 중국 관련 기업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어 양국 패권 갈등에 따른 긴장감은 한층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반도체 업계 내 갈등이 배터리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단 분석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는 리튬배터리 기업 마이크로바스트홀딩스와 추진하던 2억달러(약 2628억 원) 규모의 계약 협상을 최근 중단했다. 이 기업은 2021년 가결된 1조 달러 규모의 ‘초당적 인프라법’에 따라 정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20여 개 기업 가운데 하나였다. 당초 마이크로바스트는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특수 전기차(EV) 배터리 분리막 기술을 개발하고 테네시주에 분리막 공장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2억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중국 정부와 연관성이 있다는 의혹에 발목이 잡혔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실제로 ‘상대국 기업 때리기’에 나서며, 기업들의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raw@heraldcorp.com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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