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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슬라 변덕스런 가격정책에…현대차·기아가 택한 전략은? [비즈360]
테슬라, 올 들어 수차례 가격인하·순이익 24.3% ↓
현대차·기아 등 기존 진영, 가격 인하 경쟁에 보수적
세액공제 못받는 고가차량 중심 공략·현지 생산 속도
기아 EV9. [기아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올해 들어 전기차 선두업체 테슬라가 파격적인 할인과 인상을 반복하는 등 변덕스러운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완성차 업체의 대응이 엇갈리고 있다. 중국 1위 전기차 업체 BYD는 ‘가격 인하’로 정면 대응에 나선 반면, 현대차·기아는 ‘제값 받기’ 정책을 고수하면서 비교적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분위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여섯 차례 가격 인하를 단행했던 테슬라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판매 모델 대부분의 가격을 다시 올렸다. 이후 가격 인상으로 재고가 쌓이자 19일 다시 ‘모델3’ 등 일부 모델에 대해 1300달러(약 170만원)의 할인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에서 “이익보다 시장 점유율 확대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탄력적으로 수요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겠단 의미다.

업계에선 테슬라가 독일 기가 베를린 공장과 미국 텍사스 공장 가동 등 생산거점 확대로 재고 부담이 증가하면서 공격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2분기 5일 수준이었던 테슬라의 재고는 올해 1분기 15일 수준까지 늘었다.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테슬라의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테슬라의 1분기 순이익은 25억1300만달러(약 3조300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3% 줄었다. 매출총이익률(총마진율)은 19.3%로 20% 선이 깨졌다.

테슬라의 가격 정책은 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신규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테슬라의 가격 정책에 발맞추면서 대응에 나섰다. 테슬라와 선두권 대결을 벌이고 있는 BYD는 최근 주력 세단 ‘씰(Seal)’과 ‘한(Han)’의 가격을 잇달아 인하하기로 했다.

미국 전기트럭 스타트업 니콜라는 가격 하락 경쟁이 심화하자 시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생산라인 가동을 멈춰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한때 테슬라의 대항마로 꼽혔던 루시드도 경쟁에서 밀려 올해 1분기 순손실 7억795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기존 진영 자동차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테슬라발 가격 인하 경쟁에 방어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기존 진영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 비중이 대부분 5% 미만에 그치고, 다양한 가격대, 세그먼트의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어 특정 세그먼트에서 과도한 경쟁을 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가 가장 적극적으로 가격 할인을 시도 중인 모델Y가 속한 세그먼트가 아닌 경우,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불필요한 가격 할인을 시도할 필요 없이 생산 조절에 나서면 된다”며 “특히 현대차의 경우 미국 내 신차 수요가 여전히 살아있는 만큼 굳이 파격적인 할인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이후, ‘아이오닉5’, ‘EV6’ 등 주력 전기차 모델 리스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인센티브(판매 장려금)를 늘리는 등 일부 대응에 나서기도 했지만, 여전히 경쟁사 대비 제값 받기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미국 온라인자동차 구매사이트 트루카에 따르면 미국에서 현대차·기아의 신차 가격 대비 인센티브 비중은 각각 2.9%, 2.4%였다. 폭스바겐그룹 5.5%, 닛산 5.3%, 스텔란티스 5.0%, BMW 4.5% 등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경우 고가 차량을 중심으로 새로운 전기차 시장 수요를 개척하고 있는 만큼, 향후 미국의 IRA에 대한 영향이 적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일례로 기아가 미국 출시를 앞둔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은 사실상 경쟁 차종이 미미한 모델로 꼽힌다.

IRA는 차량 가격에 따라 보조금 적용이 제한되는데, 벤, SUV, 픽업트럭은 8만 달러 이상, 일반 승용차는 5만5000달러 이상이면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또 연간 소득이 높은 소비자의 경우 보조금 수령이 불가능한 만큼, 현대차·기아는 프리미엄 마케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신 생산거점인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가동이 본격화하면 회사의 전기차 경쟁력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IRA 등에 대응해 HMGMA를 건설 중이다. 1183만㎡ 부지에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이르면 2024년 하반기부터 전기차 양산에 들어간다. 현대차그룹 차원의 첫 공장인 HMGMA에선 현대뿐 아니라 기아, 제네시스 등 3개 브랜드의 전기차를 생산한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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