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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웰니스, 뛰는 이들<64>] “동물복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흐름…정책으로 부응해야”
박범영 국립축산과학원장과의 인터뷰
건강한 삶 필수 지속가능한 축산업 육성해야
국민 1인당 연간 58.4㎏ 섭취하는 3대 육류
과학원, 소비자 입맛 맞는 신품종 개발 나서
돼지·말·닭·염소 등 재래가축 가치 높일 것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축산 너무나도 중요
박범영 국립축산과학원장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동물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스마트축산으로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육성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 ‘웰니스(Wellness)’는 ‘웰빙(well-being)·행복(happiness)·건강(fitness)’의 합성어다. 2000년대 이후 등장한 개념으로 신체·정신·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최근 들어 국민 개인의 입장에서는 생애주기별 다양한 지원정책과 함께 신체·정신건강 증진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특히 코로나19 등 감염병 시대,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위기를 극복하고 시민이 보다 일상의 행복을 더 누리는 것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분위기다. 헤럴드경제는 이 같은 맥락에서 국민에게 힐링을 선사할 수 있는 다양한 웰니스 콘텐츠를 발굴 중이다. 특히 ‘웰니스 행정’을 표방하면서 관련 산업복지를 증진하기 위한 ‘웰니스 프런티어’ 인물들과 기관의 노력도 연속으로 소개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정리)김영상 기자·(글)김민영 웰니스팀 차장] “동물복지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됐습니다. 이에 대한 정책적·산업적 수요가 증가함으로써 관련 기반 구축 등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박범영 국립축산과학원장은 최근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이에 따른 기관의 역할이 동시에 커지고 있고, 다각적 측면에서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축산과학원은 2008년부터 동물복지 사육시설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그동안 다단식 산란계 사육시설, 돼지 분만틀 대체 사육시설 등 기존 축사시설을 대체할 수 있는 축사 모델을 개발해 보급해왔다. 2019년에는 동물복지팀을 신설해 동불복지 기반 구축을 위해 노력 중이다.

축산과학원은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 시행에 앞서 축종별 인증 기준을 마련해 제시했고, 현재 인증 기준 개선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또한 동물복지 향상을 위해 적정 사육 밀도, 스트레스 저감시설 등 다양한 시험 연구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박 원장은 “올해 일반 축산농가 대상 동물복지시설 관리 기준을 마련해 축종별 농장동물 복지 가이드라인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동물복지 인증 사육시설을 현장에 적용해 생산성을 분석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동물복지형 가축 사육방법과 경제성을 분석해 제공할 경우 동물복지시설을 적용하려는 축산농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원장은 “동물복지를 적용해 축산물을 생산하면 생산성이 낮아지고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면서 “이 점에 대해서는 축산물을 소비하는 국민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종가축 활용 신품종 보급에 역점=축산과학원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우리나라 고유 가축 유전자 원인 토종 가축을 활용해 신품종을 개발하고 산업화하는 것이다. 현재 축산농가에서 사육했을 때 경제성이 있으면서도 국민이 선호하는 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품종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돼지고기 소비는 구이용이 가장 많고, 그 외 삶거나 볶는 요리가 많다.

축산과학원은 이러한 식문화에 걸맞은 육질을 유지하면서 성장률 등을 개선한 흑돼지 품종(우리흑돈, 난축맛돈)을 개발했다. 우리흑돈은 우리나라 재래돼지를 복원하고, 복원된 돼지를 전통적인 교배방법으로 육질과 성장을 개선한 품종이다. 난축맛돈은 제주 재래돼지의 육질인자를 유전체 선발방법을 활용해 근내지방함량을 획기적으로 높게 개량한 품종이다. 현재 많은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보급을 꾸준히 확대하고, 산업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외에도 제주마(馬)를 활용해 우리나라 국민의 체형에 맞고, 품성이 온순한 승용마를 육성 중이다. 또 과거 토종닭 품종인 ‘우리맛닭’을 고기용 닭(육계)로 개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토종달걀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커지고 있어 알 생산용(산란계) 토종닭 개발을 위해 달걀 낳는 능력이 우수한 토종닭 개량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염소고기, 양고기의 국내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해 우리나라 재래 흑염소를 활용한 염소 실용축 개발도 시작했다.

박 원장은 “보다 빠른 산업화를 위해 농가 현장 시험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며 “소비자의 반응을 조사해 개량에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과학원은 앞으로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한 우리 품종 개발에 힘쓰고, 재래가축의 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축산 위해 온힘=현재 우리나라 축산은 경영주의 고령화 및 후계자 부족, 탄소중립 이행, 생산성 향상 등 인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현안이 즐비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스마트축산의 역할을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은 세계 최고 수준이기에 스마트축산 경쟁력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축산 분야 스마트기술은 주로 시설 자동화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기술이 실용화되려면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축의 표현형 정보, 생체정보, 환경 등 종합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 농가에서 사용하는 장비별 생체데이터들은 다양하게 수집되고 있지만 표현형 정보와 연계된 학습 데이터셋 구축 진행이 늦어 정밀 모델 개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축산과학원은 축사 자동화장치, 로봇착유기, 생체정보 수집장치의 국산화를 통해 데이터 수집 기반을 마련했고, 농장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가축 사양관리 관련 ICT장치 표준화를 추진 중이다.

박 원장은 “축산과학원에서 수집된 종합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번식·질병 등 정밀관리 종합의사결정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특히 가축 개량에 활용되는 데이터 수집을 보다 객관적으로 수집하기 위해 3D 이미지, AI기술을 접목한 가축 능력검정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 밖에도 돼지 조기 임신진단 영상 판독, 번식모돈 이상 개체 탐지모델 개발, 육계 출하 체중 예측 및 산란계 이상 개체 선별기술 등 데이터 기반 가축 사양관리 AI 모델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축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박 원장은 2020년 9월 취임 이후 줄곧 축산 현안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고심했다고 한다. 특히 축산 관련 전문별야별 연구협의체를 운영하고, 협업을 통한 축산 현안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

탄소중립 대응과 관련해 가축분뇨로 만든 고체연료가 산업계에 활용된 점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로 기억하고 있다. 그는 “국내 가축분뇨는 90% 가까지 퇴·액비화를 통한 농경지 살포로 처리되고 있다”며 “가축 사육마릿수 증가로 분뇨 발생량이 늘고 있지만 농경지 면적 감소와 토양의 양분 과잉으로 가축분뇨 자원화 처리가 한계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가축분뇨 처리 방식의 다변화가 필요한 가운데 축산과학원이 2022년 개발한 우분 고체연료는 대형 제철소에 시범 공급됐고, 최근에는 전라북도·전북지방환경청·새만금 유역 4개 지자체 등과 함께 우분 연료화사업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축산과학원은 앞으로도 축분의 비농업계 이용 확대정책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박 원장은 국내 양질의 풀사료 자급률 향상을 위한 노력에도 큰 성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풀사료 자급률은 82.7%로 높은 편으로 보이지만 사실 볏짚을 제외하면 국내산 양질 풀사료는 25%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매년 국내에 부족한 약 90만t의 풀사료를 미국, 호주 등에서 건초로 수입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등 국외 상황에 따라 수급과 가격이 불안정했다. 국내 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양질의 풀사료가 안정적으로 확보·공급돼야 한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그동안 축산과학원은 국내 재배환경 적응성과 생산성이 뛰어난 풀사료 품종을 육성하고, 안정적인 재배기술 개발에 주력해왔다. 또한 우리나라 기후 조건, 벼 모내기 등으로 생산이 어려웠던 건초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2022년 열풍 이용 건초 생산 시스템을 개발해 영농 현장에 보급하고 있다. 풀사료 경영체를 중심으로 보급이 활성화되면 건초의 안정적 공급 및 품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 원장은 목초의 여왕이 불릴 정도로 가축이 좋아하고, 영양가치가 우수한 알팔파의 재배 이용기술의 진전을 기대하고 있다. 축산과학원은 국내 기후환경과 재배여건에 적합하면서 생산성이 높은 신품종을 국내 최초로 등록하고, 재배지별 안정적 재배기술을 확립해 보급을 계획하고 있다.

이 밖에도 박 원장은 취임 후 착유 일손을 줄이면서 스마트낙농에 필요했던 로봇착유기의 국산화, 국내 토종 재래가축 활용 신품종 개발 및 산업화 기반 구축, 동물복지형 사육시설 적용 효과 검증, 축산물 중 잔료 항생물질 신속 진단기술 개발 등 다양한 연구 성과를 얻었다고 했다. 또 생체 내에서 직접 유전자를 편집해 유전자 기능을 검증할 수 있는 유전자 가위 발현 돼지를 개발해 질환 모델 동물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 조성도 큰 성과를 꼽았다.

▶지속 가능한 축산업 육성해야=박 원장은 “축산업은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해 필요한 핵심 식품산업”이라고 했다. 실제로 축산업은 농업총생산액에 43.5%를 차지하고 있고, 2022년 3대 육류(소·돼지·닭)의 연간 1인당 소비량은 58.4㎏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으로도 3대 육류의 1인당 소비량은 점차 증가해 5년 뒤에는 60.6㎏, 2032년에는 63.1㎏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축산물 소비는 양곡 소비량을 추월해 우리나라 국민 식생활에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축산업이 국가 식량안보와 국민건강에 필요한 산업임에도 그동안 부정적 측면이 너무 강조돼온 측면이 있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박 원장은 축산이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축산업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 축산농가, 산업체, 기관 등 축산업 관계자가 스스로 나서 변화를 꾀해야 한다”며 “축산-가축분뇨-에너지화로 선순환을 이끄는 축산,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한 축산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축산업이 국민 앞에 보다 당당하고 긍정적인 산업으로 인식됨으로써 지속 가능성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minkim81@heraldcorp.com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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