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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셀럽 거주 고가빌라 수년째 미분양
연예인·재벌이웃 주택주인 못찾아
공시가 1위 PH129도 3채 빈채로
30·40대 주구매층으로 부상
서울 강남구 청담동 ‘브르넨청담’ 외관 모습. 지난해 가수 비가 전세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된 이 고급 빌라는 전체 8가구 가운데 4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브르넨청담 공식홈페이지]

재벌과 고액 자산가, 연예인들이 거주하며 유명세를 치르는 고급 빌라에 적잖은 미분양이 잔존하는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가격 자체가 워낙 고가인데다 세금, 관리비 등의 부담을 고려하면 서둘러 매각이 이뤄져야 하는데, 최근 고가의 아파트와 고급빌라들이 잇따라 시장에 나오면서 완판이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고급 빌라의 주된 구매층으로 3040 ‘영리치’가 부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헤럴드경제가 더펜트하우스청담, 나인원한남, 장학파르크한남, 브르넨청담 등의 등기부 등본을 분석한 결과와 부동산업계의 취재를 종합하 바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브르넨(BRUNNEN)청담’은 2019년 10월 준공됐지만 전체 8가구 중 절반인 4가구가 분양이 되지 않아 공급사인 주식회사 브루넨 대표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이 건물에서 가장 넓은 펜트하우스는 85억원에 주인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브르넨청담은 2021년 전세 신고가를 경신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펜트하우스인 전용면적 219.96㎡가 보증금 71억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한 이는 가수 세븐틴을 키워낸 하이브 레이블즈 한성수 플레디스 대표로 알려졌다. 또다른 펜트하우스 한 채는 배우 김태희의 남편인 가수 겸 배우 비(정지훈)가 지난해 6월 전세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태희-비 부부는 6년간 거주하던 이태원동 주택을 지난해 5월 85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이밖에 분양이 되지 않은 다른 호수는 주식회사 빅히트뮤직과 신세계인터네셔널 명의로 각각 60억원, 35억원에 전세 계약이 돼있다.

배우 장동건·고소영 부부의 보금자리이자 3년 연속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더펜트하우스청담(PH129)’도 여전히 미분양이 남아 있다. 2020년부터 분양을 시작했지만 총 29가구 중 4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르가든더메인한남’도 일부 호수가 분양이 되지 않은 채 아직 시행사 보유분으로 남아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시행사가 추후 부동산 가치가 올라갈 것을 예상하고, 분양을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가수 BTS 등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급빌라 ‘나인원한남’의 경우 시행사 측에서 펜트하우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3채의 미분양이 남은 나인원한남 펜트하우스는 최초 분양가가 164억원 가량이었는데 현 시세는 2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고급빌라 중개 컨설팅 관계자는 “고급 빌라는 접근성이 낮아 빠르게 분양되기 어렵다. 오히려 고급빌라가 많이 생겨난 만큼 경쟁력 갖추기가 쉽지 않아 주변인을 동원해 분양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다”며 “아직 분양이 완전히 되지 않았는데도 ‘완판’이라고 홍보하는 경우도 다수다. 시행사가 시세 차익을 기대해 분양하지 않을 수 있으나 비용을 고려하면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고급 빌라의 주된 구매층으로 3040 영리치의 부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135억원에 팔려 전국 아파트 거래가 1위를 기록한 고급빌라 ‘장학파르크한남’ 소유주 절반 이상이 3040 영리치(젊은 자산가)였다. 장학파르크한남 소유주들의 평균 연령대 역시 40대인 가운데, 최연소 소유주는 1990년생이었다.

장학파르크한남 17가구 중 신탁사 소유 2가구·시행사 소유 1가구·법인 소유 1가구를 제외한 13가구 가운데 7가구가 3040세대 소유였다. 3040세대 집주인의 비율이 많은 만큼 13가구 소유주의 평균 나이는 약 45.8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준공돼 입주한 장학파르크한남은 우리나라 대표 부촌으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 내 위치한 주택으로, 올해 공시가격은 전용면적 268.95㎡가 82억900만원을 기록해 ‘더펜트하우스청담’(PH129), ‘나인원한남’, ‘한남더힐’에 이어 전국 4위였다.

빅뱅 태양(1988년생)과 배우 민효린(1986년생) 부부가 공동명의로 2018년 한 가구를 분양받아 유명세를 치렀다. 또 방탄소년단(BTS) 제작자인 방시혁(1972년생) 하이브 의장이 2021년 108억 전액 현금으로 매입했다. 대명소노그룹 2세인 서준혁 소노인터내셔널 회장도 2020년 한 가구를 분양받았고, 원진 디와이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 또한 지난 2018년 17가구 중 2가구 뿐인 펜트하우스를 한번에 분양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펜트하우스 두 가구 분양가가 총 340억원에 달했는데 원 부회장은 대출없이 전액 현금으로 사들였다.

최연소 소유주인 1990년생 C씨는 지난해 4월 최고가 135억원에 한 가구를 매입했다. 이 집은 올해 1월 말 보증금 105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이보다 앞서 전세권 설정이 된 가구는 시행사가 소유하고 있는 물량으로 지난 2021년 11월 BTS,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의 소속사인 빅히트뮤직이 보증금 95억원에 계약했다.

법인 소유 가구의 경우 2020년 12월 가수 싸이가 보증금 10억원에 월세 2000만원 반전세로 들어왔지만 지난해 12월 2년 계약기간이 종료된 후 거주지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박자연·신혜원 기자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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