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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과금 독촉장 들고 찾아와” 하루 15건 가슴 아픈 사연
서민금융진흥원 이혜림 대리가 전한 현실
“코로나에 직장 잃어 일용직 전전
학자금 대출도 6개월 이상 연체”
“열심히 살라고 기회 주는 것 같다”
아이엄마 ‘작은 힘’에도 울음 터져
서울강원지역본부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혜림 서민금융진흥원 대리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승희 기자

#. “대학 졸업한 지 2~3년 된 친구가 생계비 대출을 받으려고 왔어요. 졸업 후 취업을 해 학자금 상환이 시작됐는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직장을 잃은 거죠. 학자금 대출이 6개월 이상 연체되고 통신비와 공과금 등이 밀리면서, 월세도 감당못해 고시원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일용직으로 뛰기 시작했어요. 진작 햇살론이나 관련 상품을 알았다면 지원받았을텐데 안타까웠죠. 저희가 홍보가 부족했어요.”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만난 이혜림 서민금융진흥원 대리는 하루에도 15~16건의 가슴 아픈 사연을 만난다. 한 번은 홀로 두 아이를 키우던 엄마가 수술비 때문에 센터를 찾았다. 대출중개업소를 알아보던 차에 소액생계비 대출이 실행되면서, 아이엄마는 “열심히 살아보려니 기회가 주어진 것 같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힘들어도 보람이 느껴지던 때다.

안쓰러운 사연은 끝이 없다. 또 다른 날은 배달 대행을 하다 사고를 당해 1년 동안 소득이 없던 가장을 만났다. 이 대리는 “자녀가 셋인데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배우자의 소득만으론 생계 유지가 어려웠다”면서 “소득이 없어 대출 실행도 안되고 결국 월세나 관리비 등 주거비가 계속 체납되고 있었는데, 소액생계비 대출로 이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몇 만원이 연체돼 독촉장을 들고 오는 이들도 많다. 물론 모두가 가슴 아픈 사연을 들고 오진 않는다. 알고보니 연소득 3500만원을 넘겨서 대출이 되지 않는 이도 있고, 자녀 피아노를 사줘야 한다고 온 주부도 있다. 국세 체납 기록이 있어 대출 실행이 거절당한 경우도 있다. 이 대리는 “엄청 위급한 생계비가 대상이라 1차 대출 50만원까지는 조건만 맞으면 대출을 실행하는데, 상황에 맞지 않는 분이 오면 하루 더 생각해보시라며 돌려보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서울 주요 대학가의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평균 월세가 1년 새 15%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다방에 등록된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를 분석한 결과다. 실제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은 2030세대는 주로 월세나 공과금 등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해 대출을 받으러 온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중앙대 인근 흑석동 주민 알림판에 붙은 원룸·하숙 광고 전단 [연합]

20~30대는 주로 직업을 구하지 못해 찾아온다. 월세나 공과금이 밀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령층은 임플란트 등 큰 돈이 들어갈 때 불법 사금융의 피해를 입기도 한다. 그는 “상담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빚이 계속 쌓여가는 분들을 참 많이 봤다”고 말했다.

특히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년층 사이에선 사전 예약을 하지 않고 무작정 센터를 찾아 빈 손으로 돌아가는 이들도 허다하다는 설명이다. 이 대리는 “가장 안타까울 때는 상담이 한 달 넘게 차 있는데 사전 예약 없이 찾아온 노인 분을 그냥 돌려보낼 때”라며 “상담사들은 아침 9시부터 모든 체력을 쏟아 예약돼 있는 사람들을 받아내기도 벅차 그냥 찾아오신 분들을 봐드릴 수가 없다. 하지만 이 분들은 한 달 뒤에 상황이 겉잡을 수 없이 더 악화될 수 있는 분들”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추가 상담 인력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현재 전국에 소액생계비 대출 창구는 50개. 상담사 한 명이 한 명당 20~30분씩 하루에 15~16명 상담에 나선다. 그는 “창구를 늘려야 하지만, 소액생계비 만큼은 대면 상담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햇살론 등 타 서민금융과 달리 소액생계비를 받으러 온 계층이 취업연계, 불법사금융 피해, 휴면예금 찾기 등 다양한 복합 상담 필요성이 더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소액생계비 50만원 대출을 받은 노인에게 휴면예금 9만원을 찾아준 적도 있다고 한다. 1년치 이자다. 그는 “소액 생계비는 휴면예금 조회를 의무적으로 한다. 어떤 사람들에겐 2~3만원이 적지만, 50만원 대출을 받으러 온 분들한테는 큰 돈이다. 그 돈이면 네 다섯달 이자를 낸다”고 했다.

최대 100만원까지 대출이 되지만, 1차 대출 한도는 50만원으로 6개월 이자를 성실상환하면 추가 50만원 대출이 가능하다. 다만 주거나 의료비 등 목적 증빙이 있으면 한번에 100만원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 대리는 “구비서류를 잘 안챙겨오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신분증, 통장 외에 월세나 병원비 등 영수증이 있어야 정성 평가를 통해 한도 증액이 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홍승희·성연진·서정은·김광우 기자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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