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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정상화 경제적 효과는…수출 3.5조원, 관광 생산 유발 5.2조원 전망[세종백블]
철강·석유화학·가전 등 수혜 기대
소·부·장 ‘기초체력’ 다시 저하 우려도
[123RF]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지난 20년간 중국을 통한 수출호황시대는 끝났다.” 대통령실에서 이같은 발언이 나올 정도로 윤석열 정부는 대중국 무역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무역 파트너 찾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미국이 제1 무역 상대국으로 떠오르긴 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에 ‘올인’하면서 양국 간 경제 관계 변화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의 경제 관계를 복원함으로써 새로운 경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현재로선 장밋빛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철강, 석유제품, 가전, 차부품 등 산업 수혜 예상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한국의 총수출 대비 일본 비중이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하기 이전인 2017~2018년(평균) 4.9%에서 2022년 4.5%로 0.4%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어 SGI는 한·일 관계 개선 등을 통해 한국의 수출구조가 2017~18년 수준으로 복원된다면 국내 수출액은 약 26억9000만달러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SGI는 지역별·품목별 매트릭스 분석을 통해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 이전인 2017~2018년과 현재를 비교해 한국의 13대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한 대일본 수출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국내 산업에서 일본으로의 수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철강, 석유제품, 가전, 차부품 등이 일본과의 관계 악화로 영향을 크게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국내 철강 산업의 대일본 수출 비중은 2017~2018년(평균) 11.7%에서 2022년 10.4%(-1.3%포인트)로 석유제품은 동기간 10.0%에서 8.2%(-1.8%포인트), 가전은 7.7%에서 6.4%(-1.3%포인트), 차부품은 4.0%에서 2.2%(-1.8%포인트)로 축소됐다.

SGI는 “한·일 양국의 관계 악화 후 타격이 컸던 산업의 수출이 이전 대일 점유율을 회복할 경우, 올해 1~2월 –12.1%로 급락한 수출증가율(전년동기대비) 반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중국의 리오프닝, 원전·방산 수출 확대에 따른 중동 특수 등과 함께 국내 경제의 희망요인으로 꼽힌다.

김천구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위원은 “미·중 패권 경쟁에 끼인 국내 기업들은 안정적 공급망 구축, 지속가능한 수출시장 확보, 유사 입장국과 협력 강화 등을 추구해야 한다”며 “한·일 관계 개선을 맞아 메모리반도체에 강점을 갖춘 한국과 소재·장비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 갖춘 일본의 반도체 분야 협업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도체 분야 협력 관계 변화…에너지 분야 시너지 기대

반도체는 한국과 일본이 각각 제조와 소재·장비에 강점이 있어 오랫동안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본 피고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고 확정판결하자 일본 정부는 이듬해 7월 반도체 소재인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불화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했고 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도 제외했다.

이에 국내에서는 정부가 주도하고 업계가 적극 참여하면서 수입국 다변화, 소재 생산 국산화에 전념했다.

그 결과 산업통상자원부는 ‘100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핵심전략기술’ 관련 일본 수입액 비중이 2018년 34.4%에서 지난해 24.9%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해제했지만,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보다는 이전에 비해 한일 양국 간 경제 교류가 보다 대등한 입장에서 가능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신산업 분야 한·일 협력 증진 방안’ 보고서에서 “현재 반도체는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이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며 “반도체 제조 기술인 미세화와 적층화가 한계치에 접근하면서 차세대반도체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며, 이 분야에서 한·일 기술 협력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역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이 이뤄지고 공급망이 재편됨에 따라 자원 빈국에 속하는 한국과 일본이 협력할 여지가 많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특히 핵심광물 공급망과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수소 관련 기술 협력 가능성을 제시했다.

수소 분야는 한국이 수소전기차 등 최종 활용분야에서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수소 생산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약세이기 때문에 지난해 GS에너지와 미쓰이물산의 아랍에미리트(UAE) 블루암모니아 생산 공동프로젝트 등을 통한 해외 수소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지금 공급망 관련해서 정세가 진영 간의 경쟁 구도로 가고 있다”며 “공급망이 좀 더 동맹 국가 안보 차원에서 개편되고 있기 때문에 경제 파트너십도 동맹국 일본처럼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같이 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인 관광객 예년 수준 회복 시 5조2000억원 생산 유발

무형의 서비스업과 고용 측면에서도 한일 경제 관계 정상화가 국내 경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최근 ‘방한 일본인 관광객 증가의 국내경제 파급효과’ 분석을 통해 한일 외교관계 복원으로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10년 전인 2012년 수준(342만3000명)으로 늘어나면 국내경제에 총 5조2000억원의 생산이 유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연이 산업연관분석을 활용해 생산유발효과를 분석한 결과, 지출 항목별로 ▷쇼핑(2조300억원) ▷숙박(1조3400억원) ▷식음료 구매(1조600억원) ▷교통(2800억원)순으로 생산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일본인의 한국관광 확대는 국내 일자리 창출에의 기여효과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

방한 일본인 관광객 수가 2012년 수준까지 늘어날 경우 국내 취업유발효과는 총 2만9000명에 달했으며, ▷쇼핑(1만3100명) ▷숙박(7400명) ▷식음료 구매(5400명) ▷교통(1100명) 순으로 나타났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2019년까지만 해도 외래관광객 중에서 일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았는데, 2020년부터 코로나와 한일관계 악화로 크게 감소했다”면서 “일본인 관광객의 확대는 국내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 중구 명동 거리[123RF]
긍정적 효과 대세 속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도

일각에선 한‧일 경제협력이 여론이 체감할 만한 가시적 성과를 내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국내 전자 업체 상위 100곳의 2021년 영업이익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국내 진출 일본 기업 33곳의 경영실적 또한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당시 국내 기업과 일본 기업 모두 일정 부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결과는 정반대였다는 해석이다.

오일선 한국CXO 연구소장은 “한국 기업의 일본 의존도가 여전한 게 사실이지만, 2019년 수출규제 이후 국내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은 빠르게 강화됐다”며 “한‧일 관계 정상화로 인한 직접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소장은 “(한일 관계 정상화에 따라)일본 제품이 풀리면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오히려 약화할 수 있다”며 “수출규제 해제를 뛰어넘을 진일보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일 경제 협력의 가시적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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