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편의점에 담배가 진열돼 있는 모습.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10대 미성년자들이 편의점에서 담배를 구입한 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점주와 직원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 경찰에 붙잡혔다.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의 한 편의점에 남성 여럿이 들이닥쳤다.

그 중 한 명은 방금 전에 담배를 사간 손님이었다.

무리 중 한 명이 자신을 담배구매자의 사촌형이라고 밝히며 "왜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파느냐. 경찰에 신고하겠다. 신고당하지 않으려면 현금 40만원을 달라"고 편의점 직원을 협박했다.

직원이 요구에 응하지 않자 이들은 이 편의점을 실제로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돈을 주면 신고를 취소하겠다"며 계속 압박했다. 결국 이들은 편의점 직원으로부터 현금 20만원을 받아낸 뒤 신고를 취하했다.

이들은 10대였다. 그들은 같은 날 밤 또 다른 편의점에 들어가 같은 수법으로 편의점 직원을 협박, 현금 50만원을 뜯어냈다.

이어 지난 17일 새벽에는 광주 북구의 편의점 4곳을 돌며 같은 방식으로 협박하고는 돈을 주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붙잡고 보니 이들은 5명이 팀을 이뤄 광주 일대 편의점을 돌며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이들에게 공동공갈(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 중 두 명은 그렇지 않아도 특수강도죄로 소년원 입소 예정이었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한 업주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한 업체는 담배사업법에 따라 영업 정지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담배를 구매한 미성년자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는 탓에 이를 악용한 범죄가 계속되고 있다.

청소년들이 신분증을 위조해 오거나, 타인의 신분증을 가지고 와서 자신인 것처럼 속이는 경우도 있어서 꼼짝없이 당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는 지난 2019∼2020년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해 청소년이 위·변조한 신분증으로 담배를 구입한 경우 업주가 처벌을 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처벌을 안받더라도 협박을 받고 경찰 조사 등을 받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이 편의점주들의 하소연이다.

국회에서는 지난 2020년 12월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 등이 담배 및 주류를 구매하는 청소년에게 사회봉사 및 특별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3년째 소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