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RF]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직장인 A씨 “잃어버린 30년에 일본 망하는 거 아니었나요? 33년 만에 최고점이라니요?”

내 돈 잃었을 때보다 남이 돈 벌었을 때 배 아픈 게 사람 심리라고 하는데요. 이번 주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배 아픈 한 주였습니다. 코스피도 미국 빅테크 훈풍에 2% 오르며 2530선에 안착했지만, 옆 동네 일본 증시가 눈부신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니케이225 지수는 32년 만에, 토픽스는 3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인베스팅닷컴 갈무리]

일본의 대표적인 주가지수로는 니케이225 지수와 토픽스가 꼽힙니다. 니케이225는 도쿄증권거래소(TSE) 제1부 시장에 상장된 종목 중 유동성이 높은 225개 종목을 대상으로 산출하고, 토픽스는 도쿄증권거래소 1부 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을 대상으로 산출합니다.

두 지수 모두 최근 전고점을 돌파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금요일 니케이225는 장중 3만924.57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는 거품경기 시기인 1990년 8월 이후 32년 9개월 만에 최고치입니다. 토픽스 역시 2171.31까지 오르며 버블경제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주요 증시와 비교해도 눈에 띄는 수치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수요일 종가 기준 일본 증시는 G7(주요 7개국)과 아시아·대양주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습니다. 니케이225가 5.01% 오른 반면 코스피는 2.97% 하락했습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도 2.86% 상승에 그쳤습니다.

일본 증시가 활황을 보이는 데는 상장사들의 역대급 실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SMBC닛코증권이 지난 14일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주요 상장기업의 2022년 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순이익은 과거 역대 최대였던 2021년 34조엔을 웃돌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적 상승에는 엔저 현상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리오프닝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난해 엔/달러 환율이 150엔선을 돌파하면서 수출로 벌어들인 금액이 더 크게 엔화로 반영됐습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상이 회복되면서 일본의 내수 경제도 살아나고 있습니다.

수요일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전 분기 대비 0.4% 증가했습니다.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여행, 외식 등 서비스 분야에서 상승세를 이끌었는데요.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간 환산(연율) 성장률은 1.6%로 추정됩니다.

[123RF]

증권가에서는 소비 진작이 이어지면서 일본 경제가 2분기에도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도 일본의 민간 소비가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일본의 소비자심리지수는 작년 11월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올해 춘계임금협상에서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임금 상승률을 보이며 소비 개선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41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출구전략이 시작될 전망”이라면서도 “긴축의 파급효과가 소비 감소로 이어지기까진 시차가 존재해 2%대 실업률을 지속하는 일본의 견조한 고용시장과 민간 소비를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증시가 과열된 만큼 잠시 조정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일본의 주가지수가 3만엔대 위에서 안착 가능할지는 향후 1~2주간의 동향이 관건”이라며 “3만500엔까지의 추가 상승 후에는 차익 실현 매물에 따라 조정 국면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