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K웰니스, 뛰는 이들<61>] 농진청에 듣는 ‘신박한 농업이야기’…오늘날 온실 ‘토우’ 아세요?
조선시대 세계최초 온실 ‘토우’…독일보다 170년 앞서
현대는 시대적 요구 반영한 첨단 디지털 온실 구축
첨단기술 앞세워 사계절 채소 재배의 꿈 업그레이드
기후변화·고령화·저탄소 등 당면과제 적극 대응해야
조선시대 온실 ‘토우’는 태양광을 활용하면서도 우리의 주거문화에 쓰였던 온돌을 접목한 최초의 온실이다.

[전문] 웰니스(Wellness)는 웰빙(well-being)·행복(happiness)·건강(fitness)의 합성어다. 2000년대 이후 등장한 개념으로 신체·정신·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최근 들어 국민 개인의 입장에서는 생애주기별 다양한 지원정책과 함께 신체·정신건강 증진에 관심이 높은 편이다. 특히 코로나19 등 감염병 시대,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위기를 극복하고 시민들이 보다 일상의 행복을 더 누리는 것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분위기다. 헤럴드경제는 이같은 맥락에서 국민 들에게 힐링을 선사할 수 있는 다양한 웰니스 콘텐츠를 발굴 중이다. 특히 ‘웰니스 행정’을 표방하면서 관련 산업 복지를 증진키 위한 ‘웰니스 프런티어’ 인물들과 기관의 노력도 연속으로 소개 중이다. 이 중 농촌진흥청이 건강과 힐링의 기초가 되는 농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보내온 내용을 소개한다.

[헤럴드경제=(정리)김영상 기자·김민영 웰니스팀 차장] 우리나라는 언제든 마트에서 품질 좋은 국내산 채소를 구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다. 더위와 추위가 매우 강한 사계절 기후대임에도 불구하고, 연중 고품질의 채소 생산이 가능하다. 우리는 세계 최초로 겨울에 채소 재배가 가능한 온실을 가진 민족이며, 현재는 높은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시설원예 선진국이다.

▶조선시대에 세계 최초의 그린하우스=요즘 딸기에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 바로 ‘철없는 딸기’라는 수식어다. 본래 딸기의 제철은 3월에서 5월 사이지만, 최근엔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든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딸기의 제철이 언제인지 알지 못할 정도다.

과거 설화를 살펴보면 겨울철에 딸기를 구하기 위해 애쓴 효자들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아픈 어머니를 위해 겨울철 딸기를 찾아 헤매던 아들이 호랑이의 등에 타고 딸기를 구해온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설화 속 아들은 어떻게 딸기를 구했을까. 호랑이가 신비로운 마법이라도 부린 것일까.

사실 우리는 세계 최초로 겨울에 재배가 가능한 온실을 가진 민족이다. 조선 초기 책자인 산가요록(山家要錄) ‘동절양채(冬節養菜)’ 편에 온실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동절양채는 추운 계절에 채소를 키운다는 뜻으로 해당 편에서는 토우(土宇) 만드는 법을 기록하고 있는데, 여기서 토우가 바로 오늘날 온실이다. 이는 세계 최초 온실로 알려진 1619년의 독일 하이델베르크 온실보다 170년 앞선 기록이다. 설화 속 효자는 어쩌면 조선시대의 온실에서 딸기를 구해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산가요록에 소개된 토우는 매우 창의적이고 과학적인 온실로 평가된다. 태양광을 활용하면서도 우리의 주거문화에 쓰였던 온돌을 접목했기 때문이다. 북쪽이 높고 남쪽이 낮아서 태양광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현대의 쓰리쿼터(3/4) 온실과 같은 구조였다. 또 단열 성능을 높이기 위해 짚을 넣은 흙벽돌로 벽체를 쌓았으며, 더 추워지면 볏짚 거적을 둘러 현대의 보온커튼 역할을 했다.

온돌 구들바닥에 흙을 깔고 그 위에서 채소를 재배해 추위에 약한 뿌리를 보호했고, 가마솥에 물을 끓여 발생하는 수증기로 공간을 난방하고 습도를 조절했다. 또 피마자기름을 먹여 방수성과 투광성을 높인 한지로 지붕을 씌웠다. 덕분에 현대의 비닐이나 유리 못지않게 태양광을 잘 받아들였으며, 습기가 한지를 자유롭게 통과해 습도 조절도 용이했다.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온실이 많은 석탄을 사용해 유해가스로 작물 피해가 발생하거나 습도 조절이 어려워 결로 문제가 일어난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 온실은 그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 만들어진 첨단온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이 과학적인 방법으로 만든 온실에서 기른 채소는 특히 한겨울에 몹시 귀하신 몸이 됐다. 조선왕조실록의 광해군일기 편을 보면 1619년에 임금이 이충의 집에서 가져온 채소를 기다렸다가 밥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충은 온실에서 재배한 채소로 광해군의 환심을 얻은 것으로 추측된다.

첨단 디지털 온실은 온도, 습도, 광량, 양액, CO2 농도 등을 모니터링하고 최적의 작물 생육조건으로 관리하기 위한 복합환경관리 제어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녹색혁명에 이은 백색혁명=우리나라 비닐온실 발상지는 김해다. 김해시 어방동에 가면 ‘비닐하우스 최초 재배지’라고 적힌 표지석을 만나볼 수 있는데, 고(故) 박해수 씨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비닐하우스 시설을 이용해 농작물을 재배한 곳임을 기록하고 있다. 김해 농업인 박해수 씨는 공업용 비닐필름조각으로 모종에 고깔을 씌우고 터널형 비닐하우스를 제작해 1960년 토마토와 오이 재배에 성공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미군 전투병력이 우리나라에 주둔하면서 한국산 채소를 대량 구매할 시기였기에 박해수 씨 역시 미군에 납품을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 시설원예는 곧 폭발적 성장을 할 수 있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농업인 소득증대 사업’과 1970년대에 시작된 새마을운동에서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채소 생산’ 성과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 시기를 녹색혁명(Green Revolution)이라고 한다.

녹색혁명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농업생산량이 크게 증대된 일련의 과정 및 결과를 의미한다. 우리는 1960년대 초기에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식량 자급달성을 위해 노력했으며, 그 결과 1970년대 중반에 쌀 자급을 달성한다. 이와 함께 경제 발전이 급속하게 이루어졌다. 시설원예 근대화가 본격화된 것은 1980년대 들어서다. 경제가 차츰 성장하면서 소득이 늘어난 국민들은 사시사철 맛있는 채소를 원했고, 그래서 시설재배가 확산됐다. 이 무렵부터 TV 드라마에 단골 소재로 등장한 내용이 임신한 아내를 위해 특별한 과일을 구해다 주는 남편 이야기였다. 그만큼 맛있는 과일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음을 방증한다.

또 이 시기에 급격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석유화학산업에서 온실 피복재인 국산 비닐이 공급되고, 포항종합제철과 같은 철강산업에서 온실용 철재 뼈대가 공급되면서 비로소 시설 현대화가 시작됐다. 국가에서도 시설원예 성장성에 주목해 농촌진흥청과 대학을 중심으로 우리 여건에 맞는 온실 구조를 제시하기 위해 시설의 표준화 사업을 진행했다.

노지에서 짧은 시간 동안 재배하던 작물을 온실에서 장기간 연속적으로 재배하기 위해 시설원예에 적합한 품종 개발도 이루어졌다. 이러한 육종을 위한 노력 역시 농촌진흥청 등 국가기관과 실력 있는 민간 육종기관이 각자 역할에 맞는 작목에 도전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시설재배 기술이 개발·보급되면서 비닐하우스가 하얗게 들판에 들어서며 백색혁명(White Revolution)기를 맞았다. 설비 면적과 생산 규모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시기다.

현재 우리나라 시설원예는 규모 면에서 성장기를 마무리하고 정체기를 맞았다. 최근 20년 동안 전체 시설면적 4% 정도 증가에 그쳤다. 농가당 온실면적이 네덜란드의 1/10 정도로 영세하며, 대규모 농가와 영세 농가 간 규모와 기술의 차이도 크다. 네덜란드, 일본에 비해 채소의 비중이 과도한 반면 화훼나 과수는 적어서 구조적 탄력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고부가가치 생산을 위해 겨울에 난방을 통해 재배하는 비중도 34%로 일본과 네덜란드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시설원예는 아직 발전할 여지가 남아있다.

▶새로운 도약 위한 세 가지 과제=우리나라 온실은 지난 50년 동안 생산 규모와 설비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으나 다음 도약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당면한 과제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둘째는 농촌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절감 문제 해결, 셋째는 저탄소 농업으로 대두되는 시대적 요구 반영이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한 나라로 기온 상승 속도는 세계 평균의 3배에 달한다.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이번 세기 후반에는 1년의 반인 170일이 여름인 나라에 살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 추위에 맞서 겨울에 채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데 주력하였던 시설원예는 이제 여름 뿐 아니라 늦봄과 초가을에도 나타나기 시작하는 작물의 고온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기술개발에 힘써야 한다. 대부분의 시설원예 작물은 기온이 32~35℃를 넘어가면 생육이 멈추거나 기형 과일이 생기는 피해가 발생하고, 특히 저온성 작물인 상추는 여름만 되면 생산량이 급감해 ‘금추’로 불리며 언론에 오르내린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응할 효과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고령화 속도가 빠른데 특히 농촌이 심각하다. 이러한 까닭에 우리 농업은 외국인 노동자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중국인 노동자 경험에서 봤듯 지금의 노동력 공급 국가들 역시 국민소득이 높아지면 우리는 심각한 일손 부족을 경험할 것이다. 따라서 온실에 활용 가능한 노동력 절감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저탄소 농업 실현의 흐름은 비켜 갈 수 없는 큰 물결이다. 2015년 파리협정과 2019년의 UN 기후정상회의 이후 2050 탄소중립이 글로벌 신패러다임으로 대두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202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감축 목표와 전략을 UN에 제출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라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농업 에너지 이용 효율화 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첨단 기술로 한계를 뛰어넘다=농촌진흥청은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첨단 디지털 온실을 구축했다. 연중 고품질의 농산물 생산을 위해 첨단 냉난방 기술, 온실 제어 ICT 기술, 농업용 로봇기술, 노동 부하 감소기술, 에너지 절감기술 등의 스마트팜 기술을 융복합한 것이 그 골자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겨울철 난방과 여름철 냉방을 동시에 해결하도록 히트펌프를 설치했다. 또 온실 전체 상황을 인식하고 제어할 수 있도록 온도, 습도, 광량, 양액, CO2 농도 등을 모니터링하고 최적의 작물 생육조건으로 관리하기 위한 복합환경관리 제어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이 온실은 설계단계에서부터 전산유체역학(CFD) 시뮬레이션과 구조안전성 시뮬레이션을 동시에 수행해 온실 건축비와 여름철 환기 성능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온실 최적 모델을 구축했다. 네덜란드에서 개발된 반밀폐형온실(Semi-closed greenhouse)을 국내 환경에 맞게 설계하여 운용하는 점 역시 시선을 끈다.

농촌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할 농업용 로봇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로봇방제기’는 사람이 하기 힘든 농약 살포를 대신해준다. 바닥 자력선과 레일을 따라 계획된 경로를 자율주행하며, 농약 300리터를 최대 8시간 연속으로 살포가 가능하다. ‘작업자 추종 운반로봇’은 전면에 부착된 실시간 모션인식 센서와 인공지능 기술로 작업자를 알아보고,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작물을 관리하거나 수확하는 작업자를 따라다니는 로봇이다. 현대의 온실은 2~3헥타르 이상으로 대형화되는 경우도 있어 최대 300kg의 적재물을 운반할 수 있는 이 로봇은 매우 유용하다.

‘생육계측로봇’은 작물생육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판단 가능하게 한다. 토마토, 딸기, 파프리카 등의 고소득 작물에 대해 병해·충해·생리장해를 구분해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엔진을 학습시키고, 온도, 습도, 광량 등을 최적 관리하기 위한 작물체 정보를 제공해 현재의 생육 상태를 판별하는 기술이다.

우리나라 온실은 다음 도약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당면한 과제 첫째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둘째는 농촌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절감 문제 해결, 셋째는 저탄소 농업으로 대두되는 시대적 요구 반영이다. 농촌진흥청은 연중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첨단 냉난방 기술, 온실 제어 ICT 기술, 농업용 로봇기술, 노동 부하 감소기술, 에너지 절감기술 등의 스마트팜 기술의 융복합 적용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확량 예측로봇’은 현재 수확 가능한 수량과 앞으로 수확 가능한 수량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작업 레일을 따라 이동하는 카메라를 이용해 토마토 열매의 사진을 연속으로 촬영한 후 인공지능 기술로 토마토가 익은 정도(색깔 정보)를 6단계로 구분한다. 대규모 온실의 계획 영농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또 노동부하를 줄일 수 있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기존 참외 재배방식을 예로 들자면 참외는 땅바닥에서 퍼져서 자라는 포복성 작물이기 때문에 수확이나 곁줄기 제거 작업이 무릎, 허리에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해왔다. 따라서 토마토와 같이 작업자가 서서 일할 수 있도록 양액재배 베드에서 줄기를 위로 올리거나 아래로 내리면서 재배하는 방식, 작업자 허리 높이의 벤치에서 펼쳐서 재배하는 방식으로 시험재배를 하고 있다.

저탄소 농업을 구현하기 위해 에너지 절감기술도 적극 실현되고 있다. 여름철에 과도해지는 온실 냉방부하를 줄이기 위해 온실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도 차광스크린을 설치했다. 또한 냉난방 에너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에어로겔 다겹보온 커튼과 풍향가변형 순환팬과 같은 에너지 절감기술도 투입했다.

첨단디지털 온실은 온난화 등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노동력 절감을 위한 로봇기술과 재배기술, 저탄소 농업 실천 등 향후 우리 시설원예 농업이 맞닥뜨리게 될 시대적 요구에 대한 준비다.

▶시공간을 초월한 사계절 채소 재배=온실을 이용한 시설작물 재배는 계절과 장소를 뛰어넘어 언제든지 신선한 채소와 과일, 꽃을 생산하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농업인과 관련 기술자, 연구자들의 노력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기적(?)이다.

우리 시설원예 기술은 남극이나 사막과 같은 극한기후를 대상으로도 식물공장이나 냉방 기술, 재배법을 개발해 시간과 공간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는 중이다. 그 결과 국토 80%가 사막이고 연평균 강수량이 42mm로 극히 적은 UAE에 맞춤형 K-스마트팜을 수출하는 등의 성과도 달성했다.

우리는 세종대왕 때 이미 당시 주변 재료들을 절묘하게 이용해 에너지, 환경관리, 작물생육까지도 고려한 정교한 온실을 만들어낸 민족이다. 대한민국 우수한 스마트 ICT 기술과 발달한 산업 인프라 바탕 위에 농업인, 기술인, 연구자 간 종적·횡적 협업이 이루어질 때 한계를 뛰어넘는 또 한 번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한다.

minkim81@heraldcorp.com

ys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