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국의 주택자재업체인 홈디포가 16일(현지시간) 시장의 예상을 크게 밑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과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소비자들이 목돈 지출을 줄이면서다. 같은 날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매판매는 3개월만에 반등했지만, 가구나 가전제품 등 고액 제품에 대한 지출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홈디포는 지난 4월 30일로 끝난 회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5% 줄어든 372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가 전망치인 383억1000만달러보다 10억달러(1조3407억원) 넘게 밑도는 것이다. 홈디포의 매출은 지난 분기에도 시장의 예상치에 못 미쳤다.
올해 전망도 좋지 않다. 이날 홈디포는 올해 연간 매출이 전년대비 2~5% 떨어지며, 2009년 이후 처음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들이 인테리어나 집 수리에 지출을 더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대유행) 기간동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소비자들이 넘쳐나는 지원금으로 이미 집에 지출을 많이 한 영향도 크다. 실제 홈디포도 대유행 초기 ‘인테리어 붐’ 덕을 톡톡히 봤다.
전문가들은 암울한 경제 전망과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그리고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소비자들이 큰 지출을 포기하거나 연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켄 폴카리 케이스캐피털어드바이저스 파트너는 “사람들은 집에 돈 쓰는 것레 지쳤고, 밖에 나가고 싶고, 더이상 홈디포를 따라 집을 고치고 싶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왜냐면 그들의 수입이 끔찍하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최근 미국 소비시장의 분위기는 같은날 발표된 소매 판매에서도 드러난다. 미국의 4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4% 증가하며 플러스 전환했다. 미국의 소매 판매는 지난해 12월 이후 2월을 제외하고 계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해왔다.
온라인 소비와 외식 등 서비스 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소비 증가를 이끌었다. 반면, 휘발유와 가전제품, 가구 등의 지출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가 필수품과 서비스로 집중되는 동시에 고액 구매에서는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리처드 맥페일 홈디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고객들이 쉽게 연기할 수 있는 고액 상품 구입을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브랜드 태피스트리의 조안 크레보세라트 최고경영자(CEO)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소비자들은 지출에 있어 더욱 신중한 접근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