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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승희의 현장에서] 생존위기 핀테크, 퇴직연금 운용 길 열어줘야

올 7월부터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사전 운용 지정제도)이 본격 도입되면서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은 축포를 터뜨리고 있다. 퇴직연금 규모가 3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또 다른 ‘알짜’ 수익경로가 될 수 있어서다. 최근 고령인구가 증가하면서 퇴직연금의 운용방법이나 수익 등에 관심을 두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각 금융사의 투자자 유치경쟁이 한창인 이유다.

하지만 여전히 웃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핀테크 기업들이다. 지난 5년간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2%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를 제고하기 위해 수년간의 논의 끝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통과했지만 로보어드바이저기업들은 그 대상에서 빠지면서 여전히 퇴직연금 운용을 위해 규제샌드박스 등을 활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로보어드바이저업계는 자신들에도 퇴직연금상품 운용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가 투자 일임을 허용해준 연금저축펀드에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걸 보면 소비자들은 퇴직연금 운용을 위한 다양한 선택지를 원한다는 게 이유다. 예를 들어 로보어드바이저기업 파운트는 자회사 파운트투자자문 앱에서 연금저축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수익률 측면에서 절대 증권사 등 타 금융사에 뒤지지 않는다. 파운트가 판매 중인 연금 상품은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단기 위험을 감수하지만 꾸준한 공격적 투자로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환리스크, 마켓타이밍 등에도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퇴직연금 운용을 허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핀테크업계가 이토록 퇴직연금시장을 갈망하는 이유는 그들이 생존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최근 연이은 금리 인상과 각종 투자시장의 자금이 경색되며 스타트업들은 사라질 위기에 봉착했다. 핀테크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대내외 악재를 이기지 못하고 국내 증시가 내려앉자 시중 여유자금은 로보어드바이저 등 일임전문사에서 은행으로 옮겨갔다. ‘머니무브’의 영향을 직격으로 맞은 핀테크기업들은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로보어드바이저기업의 운용 규모는 1조8498억원으로, 지난 2022년 2월 운용 규모인 1조8704억원보다 더 감소했다. 핀트, 파운트, 에임 등 3대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핀테크업체는 2010년대 초·중반부터 서비스해왔지만 합계 관리자산이 수년째 1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한때 돈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자산관리를 대중화시킨 게 바로 로보어드바이저 핀테크기업이다. 로보어드바이저기업이 ‘내 손 안의 AI 금융비서’를 표방하며 나타난 결과, 10만원을 가지고 있든 20만원을 가지고 있든 누구나 자산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혁신’이 지속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할 때다. 로보어드바이저기업들의 퇴직연금 운용이 합법화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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