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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원 인상에 그친 전기요금…與, 정책 주도권 잡았다 [이런정치]
두 자릿수 요구 불구…“국민·기업에 과도한 부담 안 돼”
한전·가스공사, 41조원대 자구책 발표…정승일 한전 사장 사퇴
총선 앞고 정책 주도권 쥔 與…“계속해서 자구책 두고볼 것”
박대출(왼쪽)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 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당정협의회를 통해 오는 2분기 전기·가스요금을 인상하는 데 뜻을 모았다. 다만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등 에너지 취약층에는 요금 인상분을 경감해 적용하고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당정이 15일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안을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지난 3월 말 관련 당정협의회를 개시한 지 40여일 만이다.

당정은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공감했으나, 그간 인상폭을 놓고 물밑에서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이날 발표된 최종 인상안은 앞서 정부가 요구했던 두 자리 수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으로, 사실상 당이 정책 주도권 경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자릿 수 인상’ 요구 일축한 與…“자구책 이행 지켜보겠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을 통해 16일부터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8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상으로 월평균 332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의 전기요금은 월 3020원 오를 전망이다. 도시가스요금은 MJ(메가줄)당 1.04원 인상돼, 월평균 3861MJ을 사용하는 4인 가구는 월 4400원의 가스요금을 추가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여름철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는 만큼 취약계층과 자영업자·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사회배려계층에 대한 요금 인상 적용 1년 유예 ▷전기요금 분할납부제도 소상공인·뿌리기업까지 확대 ▷농·어업용 전기요금 인상분 3년에 걸쳐 분산 반영 ▷에너지 캐시백 제도 확대(20% 이상 절약 시 kWh당 최대 100원 차감) 등을 함께 발표했다.

최종 인상안은 정부가 요구했던 두 자리 수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한 요구안에서 올해 전기요금을 ㎾h당 약 51원, 가스요금을 MJ당 39원 인상해야 한다고 봤다. 정치권에서 내년 총선을 이유로 하반기 추가 인상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전기요금의 경우 최소 kWh당 10원 안팎 인상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는데 이보다 낮은 한 자리 수 인상에 그친 것이다.

여기에는 국민에 부담을 전가하는 일방적 요금 인상을 수용할 수 없다는 당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이날 “장기간 지속돼 온 코로나19와 함께 최근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중고를 겪는 국민과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줘선 안 된다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요금 인상 문제에 대해서 논의를 오늘 다시 했다”고 말했다.

당은 앞서 한전과 가스공사의 추가 자구책도 끌어냈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지난 12일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며 각각 25조7000억원, 15조4000억원 규모의 자구책을 발표했는데 여권의 결단 압박이 작용했다. 국민의힘은 당초 11일 열릴 예정이었던 요금인상 발표 당정협의회를 하루 전날 돌연 취소 통보했고, 대통령실은 같은 날 에너지·원전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부 제2차관을 전격 교체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정승일 한전 사장도 12일 자구책 발표와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정승일 한전사장
총선 앞두고 ‘강한 정책 여당’…‘과도한 정치 개입’ 우려도

전기·가스요금 인상안에 당의 의중이 관철된 것을 놓고 당 내에선 “예상 가능한 수순”이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3·8전당대회에서 선출된 현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통령실 모두 총선 승리를 제1목표로 삼고 있어, 민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금 인상폭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었다는 시각이다.

이와 더불어 박근혜 정부 초대 여당 정책위 의장을 지낸 김기현 대표가 임기 초부터 ‘강한 정책 여당’을 표방한 점, 지난 3월 대통령실이 정부 정책 혼선 사태와 관련해 당과의 소통 강화를 주문하며 새 지도부에 힘을 실은 점 등도 이유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전기·가스요금 인상 이후에도 산업부와 한전, 가스공사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놓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박 의장은 이날 당정협의회 직후 결과 브리핑에서 “양사의 자구 계획 약속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실천되는지 지켜보겠다”며 “이번에 포함되지 않은 직원들의 임금문제와 관련해서도 노조 협의에 착수하기로 한 만큼, 그 논의 결과와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헤럴드경제에 “한전과 가스공사 모두 임직원의 참여율이 10% 미만”이라며 “요금 인상에서 끝내는 게 아닌 계속해서 두고보겠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정치 논리에 따라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결정하는 ‘요금의 정치화’를 놓고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번 인상 논의에서도 요금 인상 압박을 외면한 채 추진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한전의 적자폭을 키웠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이창양 장관도 이달 초 MBN 인터뷰에서 “과거 탈원전(정책)에서 보듯이 전기요금이 정치화되면 될수록 국민들한테 부담이 더 크게 간다”며 “전기요금의 정치화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 전반에 상당한 피해가 올 뿐 아니라 우리나라 에너지 공급 시스템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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