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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이 술이 그 술”…‘곰표’ 뺀 대표밀맥주, 원조의 맛 통할까
12일 서울 성동구 세븐브로이 대표밀맥주 팝업스토어 숲속양조장에서 김희상 부사장이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대표밀맥주를 개발한 수제맥주 1세대 개발자이다.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여러분, 대표밀맥주가 원래 드시던 ‘그 술’입니다.”

12일 서울 성수동에 마련된 수제맥주사 세븐브로이의 ‘숲속양조장’ 팝업스토어에서 곰표밀맥주를 처음 개발한 김희상 부사장(브루마스터)가 자신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원조의 맛’ 강조 대표밀맥주…맛 vs 패키징 승부되나
세븐브로이맥주에서 생산하는 대표밀맥주(왼쪽). 대한제분은 3월부로 세븐브로이맥주와의 상표권 사용 계약을 종료하고 이후 제주맥주가 해당 패키지로 곰표밀맥주(오른쪽)를 생산할 예정이다. [각 사 제공]

2020년 출시 후 6000만캔 판매되며 한국 수제맥주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을 받는 곰표밀맥주는 세븐브로이가 개발한 후 대한제분의 상표를 달고 CU를 통해 세상에 나왔던 제품이다. 그러나 올해 3월, 대한제분이 세븐브로이와의 상표권 계약이 종료되면서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 세븐브로이는 원조의 맛을 담은 ‘대표밀맥주’로, 대한제분은 올 여름부터 신규 제조사로 선정한 제주맥주를 통해 곰표밀맥주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날 숲속양조장에서 만난 김희상 부사장은 “제주맥주가 만들게 되는 곰표밀맥주는 저희와 맛이 비슷할지, 새로운 맛일지는 모르겠다”면서 “과일향이 감돌고 끝맛에서 맥주임을 알아차리게 하는 기존 저희 맥주 제품의 맛은 차별화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서울숲서 日1000명에 무료시음행사…‘맛 알리기’

세븐브로이는 13일부터 28일까지 서울숲길에 위치한 팝업스토어에서 일일 선착순 1000명에게 무료 시음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세븐브로이는 곰표 패키징으로 제품을 맛봤던 소비자들에게 대표밀맥주 브랜드를 알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팝업스토어에서는 20년 전 국내 제조 세븐브로이맥주의 첫 제품을 양조했던 브루하우스(양조기기)도 만나볼 수 있다.

수제맥주의 1세대 개발자인 김희상 부사장(브루마스터)은 이날 한국식 맥주의 표준을 만들어보겠다는 각오로 대표밀맥주(구 곰표밀맥주)를 만든 스토리를 들려줬다. 미국 유학생인 딸이 추천한 셀처(과일향을 첨가한 맥주)로부터 영감을 받아 복숭아, 파인애플, 패션후르츠를 넣은 향긋하고 달콤한 맥주를 개발했다. 그러나 맛까지 달지는 않도록 신경썼다. 대표밀맥주는 코로 가져갔을 때는 달달한 과일향이 나지만 발효도가 높은 효모를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맛만 봤을 때는 드라이한 게 특징이다.

지난달 말부터 판매되고 있는 세븐브로이의 대표밀맥주. 숲속양조장 팝업스토어에서는 선착순 1000명에게 매일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김희량 기자
맥주 만든 부사장이 전하는 개발 비하인드는?

김 부사장은 “카스 같은 일반맥주만 드시거나 맥주를 안 먹는 중간 지점의 사람들을 타케팅해 개발했다”면서 “맥주를 잘 아는 아내와, 소주만 드시는 어머니로부터 테스트를 통과한 제품”이라고 웃었다.

이렇게 가족의 맛 테스트를 통과한 대표밀맥주는 CU, 대한제분과 손잡고 2020년 5월 출시됐다. 당시 협업을 먼저 제안한 것 대한제분이었다고 한다. 곰표밀맥주는 출시 3일 만에 초도물량 10만개가 완판되고 1년 만에 편의점 전체 매출 상품 중 매출 1위를 차지했다. ‘대박’이 난 덕분에 2020년 72억원 수준이던 세븐브로이의 매출은 2022년 326억원, 약 4.52배가 됐다. 소비자와 유통 채널에서의 수요가 빗발치자 한때 세븐브로이 생산제품과 매출의 90%가 곰표밀맥주였던 시기도 있다고 한다.

12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세븐브로이 대표밀맥주 팝업스토어의 모습. 김희량 기자

곰표밀맥주의 선전은 전체 수제맥주업계에도 희망을 선사했다. 편의점 CU에서 국산 맥주 중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1.9%에 불과했는데 이 비중은 2022년 28%까지 급증하며 볼륨 자체를 키워줬기 때문이다. 2003년 작은 맥주전문점에서 시작한 세븐브로이는 당시 2000년 초반 200여개까지 들었다 80~90%가 문을 닫은 수제맥주에서 어렵게 살아남았던 상황이었다. 김희상 부사장은 “수제맥주 업계에서 묵묵히 어둠의 터널을 걸어가던 상황이었는데 빛이 돼 준 제품”이라면서 “대표밀맥주로 선보이는 것은 비로소 우리 품에서 온전히 우리 제품으로 온전히 내 보낸다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부터 판매되고 있는 세븐브로이의 대표밀맥주. 숲속양조장 팝업스토어에서는 선착순 1000명에게 매일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김희량 기자

대표밀맥주는 기존 곰 캐릭터가 들어간 제품 대신 한국을 상징하는 호랑이 캐릭터를 내세웠다. 세븐브로이를 ‘대표’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CU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5일~11일) 동안 직전 기간 대표밀맥주 매출신장률은 177.1%로 순조로운 출발을 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곰표 밀맥주의 맛이 대표 밀맥주로 옮겨간 것에 대해 소비자 인식이 잘 확립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본게임은 아직…대표 vs 곰표, 승자는?

그러나 신규 제조사와 손잡은 ‘곰표밀맥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본게임은 아직이다. 5월은 일종의 과도기에 해당한다. 지난달 26일부터 CU를 통해 대표밀맥주가 판매되고 있는데 5월에는 세븐브로이가 기존 생산한 곰표밀맥주가 판매되고 있다. 기존 재고가 소진된 후 여름께 제주맥주 생산 곰표밀맥주가 유통될 예정이다. 이후 제품은 패키징만 같지만 맛이 기존 제품과는 차이가 난다. 곰표밀맥주가 더 나은 새로운 맛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을지, 원조인 대표밀맥주와 비슷한 맛으로 승부를 걸지는 업계와 소비자 모두 주목하고 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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