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상을 떠난 한국 영화계 최초 월드스타 배우 강수연의 1주기 추모전 ‘강수연, 영화롭게 오랫동안’이 지난 6~9일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열렸다.

강수연 1주기 추모전은 임권택 감독, 김동호 전 이사장, 배우 박중훈·예지원 등 영화인 29명으로 구성된 강수연 추모사업 추진위원회의 주최로 열렸다.

배우 유지태가 사회를 맡았던 지난 7일 개막식에는 영화인 300여명이 참여했으며, 강수연이 출연했던 영화 ‘그대 안의 블루’의 동명 주제곡을 가수 김현철과 배우 공성하가 함께 불러 특별한 감동을 더했다. 강수연의 동생 강수경 씨는 “이번 추모전은 영화인들인 여러분이 만들어준 자리라서 가족 뿐 아니라 언니에게도 특별한 의미로 남을 것 같다”고 감사를 표했다.

안성기는 “우리 수연 씨, 어디에서든지 보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라고 그를 추억했다. 강수연과 3편의 영화를 함께 찍은 박중훈은 “내가 본 사람 중 외형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인 동시에 실제 생활에선 검소하고 어려운 곳에는 선뜻 마음을 쓰는 통 큰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지난 6일 그의 대표작인 ‘처녀들의 저녁식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달빛 길어올리기’ 등이 상영됐다. 이어 7일에는 메가박스 성수에서 ‘경마장 가는 길’, ‘씨받이’, ‘주리’, 8일 ‘그대 안의 블루’, ‘정이’, 9일에는 ‘송어’, ‘아제아제 바라아제’,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등이 관객들과 만났다.

특히 영화 ‘그대 안의 블루’가 상영된 후 백은아 배우연구소장의 진행으로 이현승 감독, 심재명 명필름 대표가 ‘강수연을 이야기하다’는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이현승 감독의 연출 데뷔작인 ‘그대 안의 블루’는 유림(강수연 분)이 일과 사랑을 모두 이루려고 고군분투 하는 과정에서 때론 벽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색깔을 찾아나가는 페미니즘 영화다.

이 감독은 “당시 한국 영화의 전형적 여자 캐릭터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했고, 그게 강수연과 통했다”면서 “불안정한 여성 캐릭터의 위치에 대해 강수연 배우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회고 했다. 그는 이어 “극 중반에 남자 주인공인 호석(안성기 분)과의 관계가 역전되면서 강수연이 (관계를) 주도한다”며 “지금이야 별로 새로울 게 없지만, 90년대 초만 해도 위험한 기획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또 “파리·베를린 올로케 작품인 ‘베를린 리포트’(박광수 감독)에서 조감독을 해 강수연 배우와 인연이 많다”며 “당시 반항아 이미지의 강수연이 의상이 맞지 않는다며 화가 난 상태였지만, 좋은 와인을 가지고 와 술 한잔 하면서 서먹한 관계를 풀었다”라고도 했다.

‘그대 안의 블루’로 첫 프로듀서 타이틀을 단 심재명 대표는 “강수연은 나보다 3살 어린데, 저에게 한번도 존댓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 “재명 씨라고 부를 때 카리스마에 압도됐다”고 그를 회상했다. 심 대표는 이어 “‘그대 안의 블루’의 유림은 당시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여성 정체성을 보여줬다”며 “강수연은 도전적이고 낯설고 새로운 영화에 자신을 던지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아이콘적인 배우”라고 말했다.

한편 이달 중순께 추모집 ‘강수연’도 발간될 예정이다. 추모집에는 정성일 평론가와 소설가 정세랑의 글은 물론 봉준호 감독, 설경구, 김현주 배우의 손편지, 고인의 영화 여정을 기록한 사진 수십 여장과 함께 수록됐다. 서병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