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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강남 한복판 반값 아파트 쉽지 않네” 보상비, 무허가 세입자 복병 [부동산360]
토지주 보상 수준도 낮고
무허가 세입자는 아파트 입주권 요구
분양 이뤄지더라도 입주까지 시간 걸릴듯

지난 3일 찾은 성뒤마을 모습 /박자연 기자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성뒤마을이 어디죠? 서울, 그것도 강남에 이런 곳이 있나요?”

‘성뒤마을’이라는 지명과 위치를 들으면 대체로 이런 반응이 나온다. 지하철 사당역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소요되는 이곳은 행정구역상 방배동에 위치해있는 마을이다. 면적은 약 14만㎡로, 서초에 마지막 남은 ‘노른자땅’으로 불리기도 한다.

성뒤마을 개발 예상 조감도

성뒤마을은 구룡마을과 더불어 대표적인 강남 판자촌으로 꼽힌다. 1960~1970년대 강남개발로 밀려난 이주민이 정착하면서 만들어졌다. 이 마을은 난개발로 화재와 산사태 등 위험에 노출돼 정비와 환경개선 필요성이 지적된 곳이기도 하다.

2017년 SH공사가 사업자로 성뒤마을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고시하면서 개발은 마침내 본궤도에 올라섰다. 당초 SH공사는 2019년까지 보상 절차 등을 마무리짓고 사업에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거주민, 토지주 등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서 진행이 다소 지연됐다.

지난 3일 찾은 성뒤마을 모습 /박자연 기자

수십년간 개발이 진행되고 좌초된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3일 찾은 성뒤마을은 먼지가 풀풀 날리고 곳곳에 쓰레기가 돌아다니는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말 SH공사의 토지보상금이 확정됐으나 성뒤마을 토지주들은 수용재결을 거쳐 공탁 절차까지 진행했다. 결국 처음보다 다소 인상된 상태로 토지 보상은 마무리된 상황이지만, 토지주들은 여전히 불만이 큰 상황이다. 보상금 자체가 주변 땅값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방배래미안아파트와 성뒤마을 초입 모습/ 박자연 기자

이곳에서 40년 거주한 한 토지주는 “보상금은 처참한 수준”이라며 “평(3.3㎡)당 1100~1200만원으로 받았는데 인근 땅값을 고려하면 속상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건물값을 차치하더라도 인근 방배래미안아파트와 방배센트레빌프리제 등 단지 시세를 고려하면 토지주들의 불만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2021년 분양한 방배 센트레빌프리제의 경우 3.3㎡당 분양가가 4000만원을 웃돌았다. 그러면서 그는 “보상금을 받지 않고 아파트 입주권을 받으려면 1000㎡ 이상 토지를 보유한 동시에 은행 대출이 없어야 하는데 이 조건을 만족하는 이들은 두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성뒤마을 뒷편(방배동 산99번지)에 거주하는 무허가 세입자도 문제다. 분양이 이뤄지더라도 이후 준공 및 입주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또다른 토지주는 “산에 거주하는 무허가 세입자들에게 SH공사에서 임대주택을 제공한다고 하는데, 이들은 임대주택이 아닌 입주권을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 무허가 세입자들을 설득하는 과정, 또 강제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SH공사는 이곳에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인 일명 ‘반값 아파트’를 건립할 예정이다. 반값 아파트는 분양가에서 땅값을 빼 분양가가 저렴한 게 장점이다. SH공사는 올해 강동구 고덕·강일3단지에서 이미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청약을 마쳤으며 하반기에는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성뒤마을의 경우 올 하반기나 내년초 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뒤마을 공공주택지구에는 현재 12층 규모 아파트에 800여가구가 입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층수 등은 상향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강남구 구룡마을·성뒤마을 등 택지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곳에 용적률을 최대한으로 높여 고밀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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