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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가스요금 인상 불가피’ 공감한 당정…주도권 놓고선 신경전[이런정치]
11일 당정협의회서 2분기 요금인상안 확정
與, 총선 영향에 ‘국민 설득’ 방점…“자구책 지속 요구할듯”
산업부 “與 의견 줄 수 있지만…큰 방향은 우리 결정”
지난 3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협의회.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안을 놓고 당정이 미묘한 엇박자를 내고 있다. 당정은 앞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는데, 구체적인 인상폭과 인상 시기를 놓고선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다. ‘국민 설득’에 방점을 찍은 여당과 ‘적자 해소’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입장차가 곳곳에서 보이며 서로 주도권을 쥐려는 모습이 드러난다.

2분기 인상 사실상 확정...與 “자구책 지속 요구”

1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당정은 이르면 11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 자리에서 당정은 한전과 가스공사가 제출한 자구책을 검토하고, 요금 인상폭을 최종 결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인상폭은 ㎾h당 7원가량 소폭 인상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전기요금은 1·2월 누계 기준 ㎾h당 149.7원에서 156.7원이 된다.

당초 요금 인상에 부정적이었던 여당은 수 차례 당정협의를 거친 끝에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여당이 주목하는 건 한전과 가스공사의 ‘자구책’이다. 이들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 매는 노력이 선행돼야 요금 인상의 설득력이 생길 것이란 판단이다.

한전의 경우 매년 천문학적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직원 성과급을 지급해 방만 경영 비판을 받아 왔다. 한전은 최근 여의도 남서울본부, 한전아트센터 등 보유 부동산 분할매각과 3급 이상 임직원의 임금 인상분 반납·임금동결 등을 포함해 ‘20조원+α’ 규모의 자구책을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이 추가 자구책을 요구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인상 발표를 하고 난 뒤에도 자구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與 “시기의 문제 아냐”…政 “큰 방향은 우리 결정”

이는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전기·가스요금 인상 등 정책 결정에 주도권을 쥐겠다는 여당의 입장이 투영된 것이다. 당은 지난 3월 말 첫 관련 당정협의회에서도 요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부 측을 설득해 ‘잠정 보류’ 결정을 끌어낸 바 있다.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도 여러 차례 나왔다. 박대출 정책위 의장은 이달 초에도 “거듭 밝혔지만 에너지 요금 인상 문제는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여건의 문제”라며 자구책 마련을 재차 강조했다. 박 의장은 “수십억 적자에 비하면 몇푼 안 되니까 그것을 국민들이 다 나눠서 감당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냐”며 “누적 적자로 경영 상태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도달했고, 그래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건 우리 모두 다 안다. 그렇지만 국민에게 손 내밀 염치 있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졸속 탈원전으로 26조원의 손실을 입을 때 한전 사장은 무엇을 했나”라며 정승일 한전 사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그러나 정부 측에선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5월을 넘기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고, 더 끌어야 우리가 얻을 것은 없다고 생각된다”며 신속한 인상 방침을 재확인했다. 특히 “여당은 나름대로 정책에 대해 의견을 줄 수 있는 위치”라면서도 “큰 방향은 산업부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여당이 요금 인상 논의에 관여하고 있지만, 주도권이 주무부처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또 “전기요금 결정을 정치적으로 해선 안 된다”며 독립적인 요금 결정 시스템 구축을 위해 필요하면 입법 조치까지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전기·가스요금 결정 체계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지난해 이미 시작했고 이르면 5~6월에 전기요금, 9~10월에 가스요금 관련 용역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장관은 “(한전의) 자구 노력은 불필요한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고위직 성과급 반납과 같은 재무구조 변화에 관한 것”이라며 “그 문제(한전 사장 거취)와는 별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난방비 폭탄’ 겪은 與 “산업부가 책임진다는 거냐”

이 같은 정부 발언에 당에선 당장 “정부가 주도권을 쥔다는 게 산자부 장관도 책임을 진다는 것이냐”는 반응이 나온다. 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 여론은 결국 내년 총선을 치를 당의 몫이란 뜻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인상을 재촉하는 정부와 관련해 “자구책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추가 대안이 나올 때까지) 돌려보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여당이 요금 인상에 이렇게까지 신중한 건 지난 1월 설 연휴 직후 ‘난방비 폭탄 사태’에 따른 여론 악화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당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주 연속 하락한 결과 지난해 화물연대 사태 이전 수준인 37%로 떨어졌다. 당 내에선 이번 요금 인상이 약 두 달 만에 맞은 지지율 상승 모멘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12일쯤 발표 예정인 한전의 1분기 실적과 관련해선 1분기 영업손실이 5조원을 넘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전은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5조8천억원과 32조6천억원의 적자를 냈다.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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