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오른쪽)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AF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독일과 중국 외교수장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종결 짓기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이견만 확인했다.

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회담을 가진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서로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배어복 장관은 “이번 전쟁에서 중립이란 러시아 편을 드는 것”이라며 침략자인 러시아와 피해자인 우크라이나를 동등하게 대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한 것은 환영하면서도 중국이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보전을 명시적으로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어복 장관은 또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제재의 일환으로 중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어복 장관은 “러시아 방산업체들이 전쟁 관련 물품에 접근하는 것을 방지하고 제재 물품들이 잘못된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무역 제재를 받는 러시아를 우회해 중국과 홍콩이 수출 통로가 되고 있다는 EU의 우려를 정면에서 제기한 것이다.

친강 부장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책임 있는 주요국으로서 중국은 강 건너 불구경을 하지도, 불 난 곳에 기름을 붓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조기 휴전을 위해 독일을 포함한 관련국들과 소통을 유지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EU의 제재 가능성에 대해 “중국은 분쟁 지역에 어떠한 무기도 전달하지 않는다”며 “중국과 러시아 기업 간 정상적 교류를 방해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중국 기업에 대한) 징벌적 조치가 취해지면 중국도 중국 기업의 적법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예정된 양국 정부간 협의를 위한 준비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서로 불편함만 확인하게 됐다. 리창 중국 총리는 다음달 20일 베를린을 방문해 올라프 숄프 독일 총리를 만나 광범위한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전날 중국은 오는 10일 예정돼 있던 크리스티안 린트너 독일 재무장관의 방중을 ‘일정상의 이유’로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린트너 장관의 방중 역시 다음달 열리는 정부간 협의 준비를 위해 추진됐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연기되면서 양국 간 기류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일각에선 린트너 장관이 연립여당 중 하나인 자유민주당(FDP) 소속이란 점에서, 중국이 지난 3월 같은 당 소속 베티나 슈타르크 바칭어 연구담당 장관이 대만을 방문한 것에 대한 일종의 보복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