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사실상 은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금호가(家)의 2세 경영은 완전히 막을 내렸다. 그와 '형제의 난'을 벌인 형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2019년 이미 퇴진했기 때문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박찬구 회장은 최근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찬구 회장은 향후 일선 경영에서 손을 떼고 무보수 명예회장직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박찬구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 고(故) 박인천 회장의 4남으로, 지난 1976년 한국합성고무(현 금호석유화학)에 입사해 석유화학 업계에 몸담아 왔다.

형인 박삼구 전 회장과는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대우건설 인수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이른바 '금호그룹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지난 2009년 형제간 갈등이다. 양측 간 분쟁은 소송전까지 비화됐고, 금호가는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으로 쪼개졌다.

박찬구 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아 2025년 말까지 취업이 제한된 상태였다. 형인 3남 박삼구 회장은 지난 1991년 아시아나항공 대표에 취임한 이후 2001년 그룹 부회장을 거쳐 2002년 회장에 오른 인물이다. 하지만 이른바 '기내식 대란'을 계기로 불거진 갑질 의혹, 경영 경험이 없는 딸을 금호리조트 상무로 임명하는 낙하산 논란에 휘말리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에 2019년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사태로 그룹 회장은 물론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대표이사와 등기이사, 금호고속 사내이사에서 모두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계열사를 동원해 개인 회사를 부당 지원하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올해 1월 항소심에서 다시 보석으로 풀려났다.

오랜 기간 내홍을 겪은 2세 형제가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앞으로 범 금호그룹을 이끌어갈 3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찬구 회장의 용퇴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그의 장남인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이다.

1978년생인 박준경 사장은 2007년 금호타이어에 입사해 2010년 금호석유화학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 지난 2021년 6월 부사장으로 승진하고서 1년 반 만인 작년 말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박준경 사장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은 7.45%로 박 회장(6.96%)보다 많았다.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8.87% 가진 개인 최대 주주인 박찬구 회장 조카 박철완 전 상무는 박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하며 갈등을 보여왔다. 하지만 박 사장이 작년 7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압도적 표 차로 사내이사에 선임되면서 경영권 다툼은 사실상 마무리된 모습이다.

박찬구 회장 딸 박주형 금호석유화학 부사장도 지난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1.01%를 보유하고 있다. 박주형 부사장은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에 입사해 근무하다 2015년 금호석유화학에 합류한 인물이다.

박삼구 전 회장 장남인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도 경영 전면에 나고 있다. 그는 1975년생으로 2002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한 후 금호타이어 부사장,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을 거쳤다 금호건설에는 2021년 사장으로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