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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장 쿵쾅, 커피 안 마셔요” MZ의 특별한 茶사랑, 왜? [푸드360]
20대 직장인 박모씨가 갖고 있는 차 제품들.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여러 차를 맛보고 취향을 찾는 과정이 재밌어요. 차 마실 때 마음 속 창문을 열어서 환기시키는 기분을 느낍니다.” 서울 거주 직장인 박모(27) 씨는 ‘1일 1차(하루에 한 번 차를 마신다)’를 실천하고 있다. 박 씨가 좋아하는 차(茶)의 형태는 티백 형태가 아닌, 가루녹차다. 코로나19 엔데믹 속에서도 커피 대신 차를 찾는 MZ세대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가루차 등 고형차에 대한 인기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티백 대신 ‘이것’”…MZ 관심 늘어난 고형차 뭐길래?
최근 5년 간 국내 다류시장 생산액 추이에서 2021년 고형차가 침출자의 비중을 넘어섰다. [헤럴드경제DB]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다류시장에서 고형차 생산액이 차지하는 비율(19.5%)이 침출차(18.7%)를 넘겼다. 침출차는 티백 등 물에 넣어 차를 우리는 차고, 고형차는 분말 등 가루차다. 그동안 고형차는 액상차와 침출차 위주의 다류 시장에서 비교적 소수가 누리는 차 종류에 해당했다. 가루녹차로 대표되는 고형차는 제과, 제빵,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도가 높다는 특징도 있다.

국내 다류시장 1조원 돌파 앞둬…건강·자기돌봄 수단

국내 차(茶) 시장은 2021년 생산액 기준 9611억원 규모로 1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2017년(생산액 기준, 7780억원) 대비 23% 늘어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시기 외식 음료 대신 집에서 바로 마실 수 있는 RTD(Ready To Drink) 제품의 증가 등 차에 대한 소비와 더불어 잎차 등 직접 차를 우려 마시는 인구가 늘어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차가 담진 컵(위)과 다완(아래) [독자 제공]

커피에 대한 대안 음료로서 차에 빠져들게 된 2030대도 있다. 인천에 거주하는 30대 정모씨는 개인 다기세트를 직접 들고 집 근처 공원에 지인들과 소풍을 떠나기도 한다. 정씨는 “카페인에 약해서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두근거리는데 짧게 우린 차들은 그런 증상이 덜했다”면서 “커피보다 맛이 더 깔끔해서 미각적인 이유로도 좋아하게 됐다”고 전했다.

“리츄얼 수단” “‘팽주’ 만나러 연남동 갑니다”

차를 자신만의 시간을 만드는 의식(리츄얼)로 활용하는 이들도 있다. 차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공간에서 마신다는 점도 특징이다. 서울 거주 대학생 김모(21) 씨는 집에서 일어나 아침을 깨우는 데 차를 마신다. 김 씨는 “커피머신이 비싸기도 하고 빈속에 커피를 마시기엔 속이 쓰리다 느껴 차를 마시게 됐다”면서 “여러 맛의 차 종류 중 아침마다 골라 먹는 게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이라고도 설명했다. 차를 매개로 바쁠 일상 속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드는 것이 매력이라는 얘기다.

녹차가루와 차선 [게티이미지뱅크]

MZ세대들은 ‘다도 피크닉’이나 원하는 맛을 찾는 ‘티 테이스팅’(Tea Tasting)과 같은 활동과 연계해 차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찻집이 많은 서울 종로구뿐을 넘어 연남동 등 마포구에도 차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소규모 티 하우스들이 자리 잡고 있다. 서울 연남동에 위치한 코코시에나에서는 차를 다양한 다식과 함께 제공하는 ‘시즌 티코스’도 마련돼 있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맛차차’의 경우 서울숲를 마주한 채 즐길 수 있는 티 클래스를 진행한다. 티 클래스에서는 다구 사용법과 차를 우리는 법, 잎차와 가루차를 마시는 법을 알려준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티하우스의 내부 모습. 김희량 기자

강원도 거주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서울 연남동의 티 카페를 찾는 것을 즐긴다. 이 씨는 “티 카페에 가면 차를 우려내어주는 ‘팽주’(烹主, 찻자리의 주인이라는 뜻)가 있는데 연한 차부터 추천을 해 주시기도 한다”면서 “또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입문자를 위해 소량이 담긴 샘플러를 팔기도 한다”면서 입문 방법을 소개했다.

샘플러로 취향 찾기…티 코스, 티 클래스 인기↑

국내 다류 시장은 커피 시장(2021년 기준, 매출 규모는 3조1168억원)의 3분의 1로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한 번 차에 입문한 이는 소비의 폭을 넓힌다는 특성이 있다. 직장인 박 씨의 경우 국내에서 오설록 브랜드를 애용하지만 일본여행을 가서 이토엔 오이녹차가루 등을 구입해 사오기도 했다. 커피 애호가가 다양한 커피 머신이나 원두를 찾아 나서듯이 차 애호가들은 다양한 차 종류와 도구들을 찾아 나서는 식이다.

리뉴얼한 제주 오설록의 티뮤지엄 내부 사진 [오설록 제공]

또 커피 주 생산지가 남미 등 해외에 위치한다는 점과 비교했을 때 국내에는 하동, 제주, 보성 등 차 생산지가 있어 직접 가 보는 일도 상대적으로 쉽다. 브랜드 오설록의 경우 제주 서광 녹차밭 안에 매장을 두고 자연과 차를 즐길 수 있는 티뮤지엄을 운영하고 있다. 오설록은 최근 진행한 티뮤지엄 리뉴얼을 통해 차 생산 과정과 재배지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로스터리 존을 추가하고 제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 3종(제주산지녹차·제주구운녹차·제주화산암차)과 포토 부스를 마련했다.

차를 즐기기 위한 용품들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G마켓에 따르면 다도 용품인 가루녹차용 차선(차 브러쉬) 판매량(올해 1~4월) 기준 지난해 대비 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판매된 다도세트 또한 최근 3년 동안 각각 9%, 40%, 49% 증가했다. G마켓 관계자는 “차 가루를 우려내어 마시는 다도가 인기를 끌며, 차선, 브러쉬와 같은 단품은 물론, 다양한 다기로 구성된 다도 세트의 판매도 3년 연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2020년 이후 차를 주제로 출간된 도서들 [각 도서들 표시사진 캡처]
차선 등 다도 용품도 판매 늘어…라디오·서적들이 입문 문턱↓

여기에 코로나19 시기에도 차 문화를 소개하는 콘텐츠들이 나오면서 차를 시작하는 이들의 문턱을 낮추는 것도 한몫했다. 일상 속에서도 차라는 취향을 찾을 수 있도록 2020년 이후에도 ‘차라는 취향을 가꾸고 있습니다’(2020), ‘차를 시작합니다’(2022), '차의 계절’(2022) 등 관련 서적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마포FM '우리는 차를 마십니다' [팟빵 캡처]

서울 연남동에 위치한 차 브랜드 맥파이앤타이거는 ‘우리가 매일 차를 마신다면(2021)’에서 “일상을 유지하는 루틴으로,나를 투영하는 친구로, 때로는 나를 진단하는 도구로, 차를 일상의 시간에 담을 것”을 권한다. 공동체라디오인 마포FM은 2022년부터 ‘우리는 차를 마십니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차를 좋아하는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차 종류와 차를 즐기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나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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