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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정에 부는 경제불황 찬바람…파산 50% 늘고 경매는 사상최악
법원 경기불황 대비 회생법원 설치 확대 나서
갑자기 올라간 금리에 개인·법원 파산·회생 증가 불가피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서울 은평구청에서 전세 피해 상담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법원에도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한 임차권설정등기 신청과 부동산 경매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정호·안대용·유동현 기자]“법원에서 볼 수 있는 경기 지표가 모두 급격하게 안좋아지고 있다.”

전국 법원을 총괄 지휘하는 대법원의 한 고위 인사가 최근 한 말이다. 기업과 개인의 파산 신청 건수가 늘고, 경매 신청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낙찰률은 20% 선까지 내려갔다. 빚잔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수준이다. 여기에 예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세입자의 임차권등기 신청도 이제는 매달 3000건이 넘어가고 있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집을 경매로 넘기는 극단적인 사례가 이제는 일상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경기불황의 찬바람에 법원도 관련 조직을 부랴부랴 늘리고 있지만, 쌓이는 파산과 회생, 그리고 경매에 힘겨운 모습이다.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부산과 수원에 회생법원을 신설했다. 기업과 개인의 회생과 파산 사건을 전담 처리하는 회생법원은 2017년 서울에 처음 문 열었다. 버티다 못해 파산 신청을 하는 기업과 개인이 늘자 법원도 관련 조직을 선제적으로 확대 개편했다는 설명이다. 올해도 대구와 광주, 대전, 인천 등에 회생법원을 새로 문열기 위해 예산과 인력 확보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법원에서 엿볼 수 있는 이들 경기불황 지표들이 당분간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높아진 금리가 기업과 개인의 파산·회생을 재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시중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그 이후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회생·파산 사건 전문가인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코로나19 국면에서 한동안 낮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누르고 있다가 갑자기 올린 여파가 시차를 두고 실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누적된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기업과 개인들의 파산 접수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4일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서울회생법원을 비롯한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사건 수는 32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접수된 216건보다 무려 110건, 50.9%가 늘었다. 또 그나마 여건이 나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법인 회생합의 사건의 통계도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131건에서 올해는 193건으로 62건, 47.3%가 증가했다.

개인 파산 사건 접수도 지난해 1분기 9904건에서 올해 1분기 1만120건으로, 개인 회생 사건 접수는 지난해 1분기 2만428건에서 올해 1분기 3만182건으로 각각 증가했다.

파산과 회생 개시에 뒤따르는 경매도 마찬가지다.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올해 1~4월 접수된 경매는 4만6476건으로 지난 5년간 같은 기간 대비 가장 많았다. 반면 진행건수 대비 낙찰건수를 나타내는 낙찰률(매각률)은 26.9%로 가장 낮았다. 최근 10년간 낙찰률이 20%대를 기록한 건 처음이다.

부동산 전세금 반환을 위한 세입자의 최후 수단인 임차권설정등기 신정도 3월과 4월 두달 연속 3000건이 넘었다. 제도 시행 이후 처음이다. 돌려줄 돈도 없고, 세입자도 구하지 못해 결국 집을 포기해야 하는 집주인이 매달 최소 3000명씩 쏟아지고 있다는 말이다.

choijh@heraldcorp.com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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