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오른쪽)이 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전원회의에서 박준식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발언을 하기 위해 손들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최저임금위원회의 공개를 요구합니다. 지난 4월 18일 최저임금위원회를 무산시킨 배경에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합의되지 않은 배석자가 참석, 즉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참석했다는 이유입니다. (중략) 여기서 최저임금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심의 과정과 내용을 왜 알 수 없으며 공개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실제 최저임금법에도 최저임금위원회를 비공개한다는 것은 없으며, 최저임금위원회 운영 규정에도 그런 규정은 없습니다. 최저임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고 공정성과 독립성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투명하게 심의 과정과 내용을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5월 2일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 모두발언 중
지난 4월 18일 첫 회의가 파행으로 끝난 후 우여곡절 끝에 지난 2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금껏 비공개로 진행해왔던 최임위 전원회의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최임위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된다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그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하지만 박 위원 말처럼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27명의 노·사·공 대표들이 결정한 임금 수준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죠. 매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최저임금인데, 그 결정은 ‘밀실’ 속에서 이뤄지고 있는 납득이 어려운 현실을 지적한 셈입니다.
최임위 전원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는 무엇일까요? 사실 총 31조로 구성돼 있는 〈최저임금법〉 어디에도 ‘비공개’로 진행토록 한 조항은 없습니다. 그럼 ‘규정’엔 비공개 원칙이 명시돼 있을까요. 최임위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는 운영규칙을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규정에도 그런 내용은 없습니다. 법과 규정 상 ‘비공개’가 아님에도 최임위는 매번 전원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해오고 있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닌 셈입니다.
다만 ‘비공개’와 관련해서 한번 눈여겨 볼 조항은 있습니다. 바로 운영규정 ‘제25조(회의결과의 발표)’입니다. 25조는 〈① 의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전원회의의 동의를 얻어 그 회의 경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외적으로 발표할 수 있다. 의결사항에 대하여도 또한 같다. ② 의장 이외의 위원은 회의의 결과를 위원회의 동의 없이 발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전원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는 건 아니지만, 전원회의 경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외적으로 발표하려면 의장이 ‘동의’를 얻어 대외적으로 발표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비공개 전원회의’가 아니라면 굳이 ‘동의’를 얻어 대외적으로 발표할 일이 없으니, ‘비공개’ 원칙을 전제한 규정인 셈입니다.
우리 국민의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결정’을 하는 위원회는 비단 최저임금위원회 뿐만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다른 위원회 회의는 ‘공개’되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그래서 “회의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종종 나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서도 불거졌습니다. 연금개혁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진행이 돼 왔습니다. 여야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위원회는 산하 기구로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민간자문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이들 자문위원들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한 연구 분석결과를 가지고 토론을 통해 ‘합의안’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이 역시 진통이 컸습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김용하(왼쪽), 김연명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재정 안정을 강조하는 이들은 보험료율을 9%에서 15%로 1년마다 0.6%포인트(p)씩 인상하면서 소득대체율은 현행(2028년 기준 40%)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소득 보장을 중시하는 쪽에선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2+a% 수준으로 10년에 걸쳐 단계적 인상하되,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탓입니다. 두 의견은 팽팽하게 맞섰고 이 과정에서 자문위 회의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한 자문위원은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인 만큼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며 “어떤 이유에서 소득대체율을 현행을 유지해야 하는 것인지 국민들이 알아야 찬성이든 반대든 할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습니다.
다시 최임위로 돌아와서, 현재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는 전원회의를 공개로 전환하기 위해선 어떤 절차가 필요할까요. 최저임금법 제17조 3항을 보면, 〈위원회의 회의는 이 법으로 따로 정하는 경우 외에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또 4항에는 〈제3항에 따른 의결을 할 때에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각 3분의 1 이상의 출석이 있어야 한다. 다만, 근로자위원이나 사용자위원이 2회 이상 출석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써 있습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27명으로 구성됩니다. 근로자위원이 요구한 ‘공개 전환’이 이뤄지려면 27명의 위원 가운데 과반수인 14명 이상이 참석한 가운데 14명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또 4항에 따라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3명이상 출석을 해야만 의결이 가능합니다. ‘공개전환’을 요구한 민주노총 외에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은 ‘비공개’를 당연시하고 있는 만큼 공개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 해 보입니다.
일각에선 회의를 ‘공개’했을 경우에 대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공개로 전환할 경우 최저임금에 민감한 노동자들이나 영세상인들이 회의 장소에 몰려들 경우 위원들이 ‘압박’을 느껴 심도있는 논의를 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각 위원들이 ‘비공개’를 고수하는 것은 그런 고민이 담겨있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최임위는 근로자위원 측에서 ‘공개 전환’을 요구한 만큼 차후 최임위 운영위원회를 열어 이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용훈의 먹고사니즘]은 김용훈 기자가 정책 수용자의 입장에서 고용노동·보건복지·환경정책에 대해 논하는 연재물입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나 부족함이 느껴질 때면 언제든 제보(fact0514@heraldcorp.com) 주세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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