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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국가결산에 대한 반짝 관심을 넘어서려면

컬링과 국가결산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공통점은 올림픽, 국가결산보고서의 국무회의 의결과 같은 특정 시기에만 반짝 관심을 받는 것이고, 차이점은 그 관심주기가 4년이냐 1년이냐다.

해마다 결산 제출기한인 4월 초가 되면 언론은 국가부채에 대해 관심을 두고, 정부는 발생주의로 계산한 부채가 얼마이고 현금주의로 계산한 채무와 뭐가 다른지를 상세히 설명한다. 하지만 4월이 지나고 나면 600조원의 예산이 어떻게 쓰였는지, 앞으로 국가가 갚아야 할 빚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 아무도 관심이 없고 논의도 없다.

정부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발생주의 국가결산이 시작된 지 10년이 지났다. 그러나 발생주의는 아직도 낯선 용어이고, 발생주의의 유용성에 대한 이견도 여전히 존재한다. 발생주의 결산은 대부분의 OECD 국가와 절반의 비OECD 국가에서 도입한 제도다.

발생주의 도입의 효과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미래의 지출을 계산해 장래 재정위험을 대비하는 것이고, 둘째는 정부 지출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첫 번째 효과는 연금지출 위험에 대한 국민적 논의와 공무원연금개혁 등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반면 두 번째 효과인 발생주의를 활용한 정부 사업의 효율성 제고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사실 부채와 채무 계산에 대한 관심보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600조원이 넘는 지출이 효율적으로 집행 됐는지다. 지출의 효율성만 제고된다면 비효율적인 사업의 축소를 통해 절약한 재원으로 부채는 줄일 수 있다. 발생주의 결산은 현금중심 시각에서 벗어나 정부 사업의 진정한 비용을 계산해내고, 이를 사업성과와 비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발생주의 비용은 정부 사업에 대한 지출액뿐 아니라 이를 관리하는 공무원의 인건비까지 포함해 사업에 들어간 진정한 비용을 계산할 수 있게 해준다. 발생주의가 가진 이런 장점을 살려 정부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려면 다음과 같은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발생주의 원가 계산의 단위를 세부화하고 이를 정부 지출의 궁극적 성과(impact)지표와 비교해 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현재 발생주의 원가 계산은 프로그램 단위에서 그치고 있는데 프로그램은 규모가 크고 다양한 사업을 포함하고 있어 그 활용성이 많이 떨어진다. 단위사업, 세부 사업까지 원가를 계산하고 성과와 비교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둘째, 결산의 적시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정부는 결산을 4월 10일까지 감사원에 제출하는데 감사원의 결산검사 후 실제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7, 8월이다. 한 해의 지출이 끝나고, 7~8개월이 지나서야 성과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다. 결산일정을 앞당기거나 적어도 결산안의 국회 제출 후 지체 없이 결산국회를 열어 효율성을 점검하고 향후 지출에 대한 계획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발생주의 예산 도입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흐름에 맞춘 발생주의 결산에도 우리나라 예산은 여전히 현금주의로 수립되고 있다. 당장의 현금지출에만 초점을 맞춘 현금주의 예산으로 미래의 지출을 예측하고 위험을 대비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진정으로 정부 지출의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한다면 예산과 결산 모두 발생주의가 필요하다.

국가결산이 반짝 관심을 넘어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이는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제도로 정착되기 위해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기대해본다.

김봉환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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