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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인 가족 삼겹살 외식 한끼에 10만원 육박
소비자물가 하락세에도 외식물가는 상승
김밥·소주 등 서민음식도 9% 이상 올라
더 팍팍해진 가정의 달 서민 지갑 사정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삼겹살집의 배너판의 모습. 이 가게의 목살과 삼겹살은 1인분(150g)에 2만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 서울에서 홀로 자취하는 20대 직장인 윤모 씨는 어버이날을 맞아 ‘가족 식사’ 약속을 저녁 대신 점심으로 잡았다. 외식비 부담 때문이다. 윤 씨는 “부모님께 오마카세라도 대접하려 했는데 집 근처 식당을 알아보니 저녁 식사값이 1인당 9만원이었다”면서 “1년에 한 번뿐인 이벤트라 안 할 수도 없어 대신 (저녁보다 저렴한) 점심 코스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등 주말과 대체휴일을 포함해 최대 11일이 휴일인 가정의 달을 맞았지만, 팍팍해진 지갑 사정으로 외식비 부담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특히 외식업계가 5월 1일에 맞춰 가격을 일제히 올리면서 고물가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기는커녕 ‘배짱 인상’으로 외식 물가 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7% 상승하며, 지난해 2월 이후 14개월 만에 3%대로 하락했다. 대부분의 품목 물가가 꺾이는 양상이지만, 외식물가만큼은 상승세가 여전했다.

실제로 외식은 7.6% 올라 전월(7.4%)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외식외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5%로 2003년 11월(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4.6% 상승률을 보였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3.7% 올랐다.

특히 햄버거(17.1%), 피자(12.2%), 돈가스(9.9%), 라면(9.8%) 등 외식물가가 크게 뛰었다. 서민음식으로 꼽히는 김밥과 소주도 각각 9.7%, 9.2%나 올랐다.

실제로 4인 가구가 외식으로 삼겹살을 사 먹으면 10만원에 육박한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삼겹살(200g) 가격은 서울 기준 1만9168원이다. 삼겹살 한 근으로 3명이 먹는다고 가정하면, 4인 가구 기준 삼겹살 가격만 7만6672원으로 계산된다. 2년 전인 2021년(200g·1만6866원)보다 13% 오른 가격이다. 여기에 4월 기준 상추, 고추, 양파 등이 10% 넘게 올랐다는 점을 가격에 반영하면, 4인 가구 기준 ‘삼겹살 10만원 시대’가 현실이 된 셈이다. 삼겹살 한 끼에 다른 외식 메뉴인 삼계탕(서울 기준) 또한 1만6154원으로 지난해(1만5061원) 대비 7% 올랐다.

5월은 평소보다 가족 모임이 특히 활성화되는 달이다. 그런데 삼겹살, 냉면 등 외식 대표 메뉴가 아니라 오마카세, 파인 다이닝 등 ‘특별한 한 끼’에 대한 문턱이 더욱 높아졌다. 각종 기념일에 더욱 인기가 올라가는 국내 유명 호텔 뷔페들은 5월이 시작되는 1일부터 약 10%가량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그랜드 워커힐 서울 더 뷔페는 이날부터 가격을 인상했다. 성인 기준 주중 점심 가격(세금 포함)은 기존(12만6000원)보다 12% 인상된 14만1000원, 저녁과 공휴일 점심은 기존(14만3000원) 대비 11% 오른 15만9000원이다. 성인 4명이 저녁 식사를 할 경우 63만6000원으로 계산된다.

조선호텔앤리조트 조선팰리스의 뷔페 ‘콘스탄스’도 평일 점심 가격을 10.3% 인상한 14만5000원, 평일 저녁·주말 가격은 18만5000원으로 12.1% 올렸다. 서울 신라호텔 ‘파크뷰’, 웨스틴조선서울 ‘아리아’, 롯데호텔 서울 뷔페 ‘라세느’ 모두 올해 상반기에만 20% 전후로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이런 탓에 분위기 있는 식사 대신 가성비 있는 선물로 이벤트를 대신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서울 거주 직장인 김모(26) 씨는 식사 대접 대신 지방에서 오시는 부모님을 위한 콘서트 티켓을 준비했다. 김 씨는 “콘서트는 두 분만 가셔도 되니까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면서 “대신 가족 전체는 외식 대신 고기를 집에서 구워 먹는 식으로 올해는 어버이날 보내는 방식에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김희량·홍태화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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