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한 관람객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리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마우리치오 카텔란 작가의 바나나 작품을 먹어치운 데 대해 작가 본인이 “전혀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텔란은 괜찮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관람객이 재학중인 서울대학교 학생들 사이에선 외려 “자의식 과잉”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영국 BBC는 지난달 28일 마우리치노 카텔란 작가의 작품 ‘코미디언(Comedian)’이 국내에서 일시적으로 훼손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작가가 이에 대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No problem at all)”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작품은 실제 바나나를 박스테이프로 벽에 붙여 놓은 형태다.
BBC에 따르면 앞서 카텔란의 바나나 작품을 관람객이 먹어치운 사건이 이미 있었다. 2019년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트 바젤에서 바나나 작품이 12만 달러(약 1억5000만 원)에 팔린 뒤 한 행위예술가가 바나나를 전시장 벽에서 떼어내 먹어치웠다. 당시 전시하던 작품은 곧바로 새로운 바나나로 교체됐을 뿐 추가적인 조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유사 사건은 현재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위(WE)〉에 출품된 작품이 대상이 됐다. 지난달 27일 낮 12시께 서울대 재학생인 노현수 씨가 전시장에 붙어 있는 바나나를 떼어내 먹은 뒤 껍질을 다시 붙였다. 이후 노씨는 KBS에 사진과 영상을 제공해 해당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같은 사건이 알려지자 서울대 학내 재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재학생들이 사용하는 익명 온라인 게시판에는 복수의 비판글이 올라왔다. 이번 사건을 미학과 학생의 행위예술로 보기엔 참신함조차 부족하다며 관심을 받기 위해 다른 관람객들에게 민폐를 끼쳤다는 지적이 잇따른 것.
한 학생은 “2019년도에 처음 먹은 행위예술가는 직접 낙찰받고 먹기라도 했지. 이건 뭐 저 바나나 보고 싶어서 전시회 갔던 다른 관람객들은 생각 안 하냐”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학생은 “미학과 노모씨 안 부끄럽냐”며 관련 기사 댓글을 공유했다. 이에 댓글을 단 다른 재학생은 “톰브라운 넥타이 매고 바나나 먹는 거 손수 영상 찍어 언론사에 스스로 제보까지 한 자의식 과잉에 넌더리가 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