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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기 사고 70% 이상이 야생동물 ‘오인 사격’…“엽사 교육 강화 해야”
매년 총기 사고 절반 이상은 오인 사격
민간인·군인·동료 엽사 등 피해
전문가들 “지역별 특성 맞춰 교육 현장성 강화해야”
엽사들 “열화상 카메라 의존 오인 사격으로 이어져” 지적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지난해 발생한 총기 사고 9건 중 7건은 야생동물로 오인해 시민에게 엽총을 쏴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렵면허 교육 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엽사들이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포착되는 사물도 명확히 식별한 뒤 사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매년 총기 사고의 대부분은 오인 사고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총기 오발 사고로 인한 건수는 전체 9건 중 7건(76.6%)으로, 모두 야생동물을 포획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연도별 총기 오인 사고를 봤을 때 ▷2018년 9건(60%) ▷2019년 14건(87.5%) ▷2020년 5건(62.5%) ▷2021년 8건(80%)로 매년 절반을 넘고 있다.

동료 엽사·군인·민간인 등 피해…“교육 강화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야생 동물 오인 사고는 크게 3가지로 발생한다. 야생 동물 포획 과정에서 ▷동료 엽사에게 사격 ▷훈련 중이던 군인에게 사격 ▷민간인을 야생동물로 오인해 사격하는 경우 등이다.

지난달 24일 오후 경북 의성군 사곡면의 한 야산에선 흰 비닐을 덮고 바닥에 누워 있던 민간인 A씨가 엽사 B씨가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같은 달 12일 충북 괴산군에선 엽사 C씨가 훈련 중이던 육군 D 일병을 고라니로 오인해 턱 부위에 총상을 입힌 사건도 있었다. 지난해 4월엔 70대 엽사 E씨가 오후 8시쯤 서울 은평구 구기터널 인근 도로에서 소변을 보던 70대 택시기사에게 엽총을 쏴 사망케 한 사건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수렵 면허에 대한 교육이 형식에 그쳐 교육 전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수렵 면허 이수 과목들은 ▷수렵의 역사·문화(1시간) ▷수렵에 관한 법령 및 수렵의 절차(1시간) ▷야생동물의 보호 관리에 관한 사항(1시간) ▷수렵도구의 사용법 및 안전수칙, 사고 발생 시 조치 방법(2시간) 등으로 총 5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이 중 사격 등 실습 수업은 2시간에 해당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교육 내용 자체가 상당히 형식적인 부분에 그쳐 평가 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실습 수업도 지자체별 지역 특성애 맞춰 현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농작물 피해 최소화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방지를 위해 올해부터 수확기 유해야생동물 피해 방지단을 운영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확기 유해야생동물 피해 방지단을 구성할 때 오인 사고가 없도록 별도의 면접 심사를 통해 적합한 사람을 뽑고 있다. 나아가 경찰청에서도 법률에 따라 매년 안전 교육을 실시한 엽사들을 대상으로 수렵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수렵 면허 시험에 대한 난이도가 낮다는 지적을 반영해 올해 6월까지 수렵 면허 필기시험에 대해서 난이도 조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엽사들 “열화상 카메라 의존, 부주의로…저가 장비는 금물”
[게티이미지뱅크]

엽사들이 열화성 카메라에 나타나는 생물체를 식별하기도 전에 사격하는 부주의도 오인사격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법률상으로 수렵 활동 중 열화성 카메라를 착용하도록 규정돼 있지는 않지만, 야간 활동 시 시야 확보를 위해 대부분의 엽사들이 해당 장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모 한국야생생물관리협회 서울인천경기지부 사무국장은 “엽사들은 대부분 30년 이상의 베테랑”이라면서도 “(열화상 카메라에서) 보이는 빨간 물체를 식별하기도 전에 감을 믿고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종종 사고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석열 서울멧돼지출현방지단장은 “저가의 열화상 카메라를 사용할 경우 생물체를 식별하는 기능은 떨어져 (엽사들이) 사람을 야생동물로 오인하는 사고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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