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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거저 줄게” 중고 마켓서 ‘짝퉁’ 구매 강요…학폭 ‘플랫폼 갈취’로 진화
“명품인데 싸게 줄게”
‘짝퉁’ 20만원에 강매한 중학생
중고거래 마켓 이용
‘강제성’ 입증 어려운 점 노린다
[123RF]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 “1000만원짜린데 20만원에 준다니까?” 중학생 A양은 지난해 동급생 B양의 끈질긴 강요에 못 이겨 B양의 가방을 구매했다. B양이 명품이라고 주장한 가방은 사실 가품이었음에도 A양은 이를 모른 채 용돈을 모아 B양에게 건넸다. 특이한 점은 이들이 동급생 관계였음에도 B양이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거래를 요구했다는 것. 한쪽의 일방적 강요에 따라 거래를 했다는 정황을 숨기기 위한 목적이다.

학교 내 ‘사이버 폭력’이 급증하는 가운데 온라인 거래 플랫폼을 이용한 ‘신종 갈취’도 나타나고 있다. 직접 돈이나 물건을 주고받는 것에 비해 온라인 거래를 이용하면 강제성을 입증하기가 비교적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실제로 이 같은 사례들은 피해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A양 사건을 맡았던 노윤호 법률사무소 사월 학교폭력 전문변호사는 “현금을 당장 갖고 싶은 가해 학생들이 피해자를 시켜 자신의 물건을 온라인에서 강제로 고가에 구매하게끔 한 뒤 피해자가 신고하면 ‘피해자가 원해서 했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A양 역시 B양의 괴롭힘이 이어지면서 경찰 신고를 진행했지만 신체적 폭력 외에 강제 구매와 관련한 공갈죄 입증에는 실패했다. 나현경 법무법인 오현 소속 변호사도 “가해 학생의 강요를 함께 들은 목격자가 있거나 카톡 대화 내용이 있는 게 아니라면 진술만으로 강요에 의한 거래였다는 점을 주장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A양과 반대로 피해자가 원치 않는데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물건을 온라인 마켓에 싼값에 게시하도록 요구하는 가해 유형도 있다. 지난 1월 고등학생 C군은 평소 자신을 괴롭혀왔던 가해 학생의 요구에 신형 무선 이어폰을 본래 구매했던 가격의 절반에 불과한 5만원에 게시했다. 노 변호사는 “원하는 물건을 저가에 얻거나 혹은 값싼 물건을 비싸게 팔아 현금을 얻으면서 피해자에게 거래를 시켜 수고를 줄이려는 교묘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에도 최근 이 같은 사례가 다수 접수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빵셔틀’ 방식으로 이뤄졌던 괴롭힘이나 갈취가 온라인상에서 유형을 바꿔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 예방기관 ‘푸른나무재단’에도 온라인 앱 혹은 플랫폼을 악용한 괴롭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재단에 접수된 사례 중엔 배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피해자 거주지로 10만원 상당의 음식을 보내 강제로 결제하도록 한 사건이 있었다. 전동킥보드 등 공유형 교통수단 앱에 피해자의 카드를 등록한 뒤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 한편 재단이 초·중·고교 학생 6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이 중 31.6%가 ‘사이버 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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