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소고기는 레어로 굽는 스테이크부터 심지어 육회까지 즐겨먹는다. 반면 돼지고기는 항상 불에 익혀서 먹는다. 그것도 ‘바싹’ 익혀서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같은 붉은 육류인데도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선진화된 돼지 사육시스템, 이전과는 달라
고기를 불에 익혀 먹는 이유는 기생충 때문이다. 동물을 날로 먹거나 덜 익혀 먹을 경우, 동물의 몸 안에 들어간 기생충에 감염될 수 있다. 위험첨만한 각종 기생충들은 높은 온도에서 가열해야만 죽는다. 이러한 이유로 돼지고기는 잘 익혀 먹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과거의 돼지 사육 방식도 영향을 미쳤다. 잡식성 돼지에게 ‘아무거나’ 먹이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사료만 먹이는 등 사료와 약품을 포함한 사육시스템이 선진화되면서 현재는 기생충에 감염되기가 어렵다는 것이 축산업계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소는 왜 덜 익혀서 먹는 걸까. 소는 잡식인 돼지와 달리 초식동물이기 때문에 기생충에 노출될 위험이 더 적다. 또한 돼지보다 소에 기생할 수 있는 기생충들은 더 낮은 온도에서 사멸한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식중독’
사육 시스템이 발전했어도 안심할 수는 없다. 기생충보다 더 조심해야 할 문제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바로 ‘식중독’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유통 및 손질과정에서 잘못 관리된 고기를 덜 익혀 먹을 경우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
이는 돼지고기뿐 아니라 모든 육류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소고기 역시 패티를 덜 익힐 때는 ‘햄버거병’이라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 소고기 표면에 붙은 균은 스테이크처럼 겉부분에 열을 가하면 파괴가 되지만, 갈아서 만든 패티의 경우 표면의 균이 안까지 섞이기 때문이다. 또한 패티는 손이나 칼, 도마 등과 닿기 때문에 이를 통해 균에 오염될 위험이 커진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햄버거 패티 등 분쇄가공육을 조리할 때는 반드시 분쇄가공육의 중심부까지 익혀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중독 예방을 위해서는 모든 육류를 중심온도 75도에서 1분 이상 익혀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조리시에도 칼과 도마를 육류용과 채소용, 어류용으로 따로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기 보관시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고기를 구운후 생고기를 담았던 이전 접시에 두지 말아야 한다. 냉장 보관시에는 고기에서 나온 액체가 아래로 흘러 다른 식재료를 오염시킬 수 있으므로, 고기를 다른 재료의 아래에 두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