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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트 괜히 세탁했네”…오락가락 추운 봄에 냉해까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사거리 일대에서 쌀쌀한 날씨로 인해 시민들이 옷깃을 여미며 거리를 지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이달 초 겨울 코트, 패딩을 모두 세탁소에 맡겼던 직장인 박모(31)씨는 27일 아침 결국 옷장 속의 코트를 꺼내들었다. 박씨는 “3월 말이 따뜻해서 봄이 금방 올 줄 알고 일찍 겨울옷 정리를 했다”며 “그런데 최근 저녁만 되면 ‘춥다’ 소리가 입에서 저절로 나온다. 봄 날씨 같지 않게 추워 감기에 걸릴 것 같아 세탁해둔 코트를 결국 꺼냈다”고 말했다.

유난히 따뜻한 날씨에 봄꽃이 일주일 먼저 찾아온 3월이 지나자 일교차가 큰 ‘오락가락 봄’이 찾아왔다. 올해 4월 절반이 일교차가 10℃가 넘는다. 산간 지대에는 때 아닌 눈꽃이 피고, 농가는 냉해에 한해 농사를 망칠 위기에 처했다. 반면 5월에는 평소보다 일찍 초여름이 찾아온다. 따뜻한 3월, 쌀쌀한 4월, 더운 5월 등 들쑥날쑥한 날씨가 계속된다.

27일 헤럴드경제가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의 일별 기온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1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일교차가 10℃가 넘는 날은 15일에 달했다. 지난 1일과 19일의 일교차는 각각 16.2℃, 16.9℃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일교차가 10℃가 넘는 날은 ▷1993년 13일 ▷2003년 14일 ▷2013년 10일로 올해보다 적었다. 1993년, 2003년, 2013년 일교차가 15℃가 넘는 날은 아예 없었다.

봄철에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는 현상은 특이한 일은 아니다. 맑은 날씨가 지속되는 봄, 가을철 특히 심하다. 구름이 끼면 지표면에 보관된 열이 발산되지 않지만, 구름이 없으면 낮 동안 지표면을 달궜던 열이 대기권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기온이 낮아지게 된다. 여기에 비를 뿌리는 저기압이 지나간 뒤 이동성 고기압이 찾아오면서 북쪽 차가운 공기를 끌고 와 더욱 빠르게 기온이 식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봄은 기온 변동이 심한 편에 속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진단이다. 이재정 케이웨더 예보팀장은 “전체적인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지만 기온 변동폭은 크다”며 “4월 1~3일 최고 기온이 25℃를 넘었는데 직후인 5일에는 15℃, 6일에는 10℃까지 떨어졌다. 하순에는 21~23일 23℃까지 올랐다가 비가 내리면서 다시 25일과 26일 13℃로 하강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온 변동폭이 큰 경향이 있지만 특이 사례는 아니다"며 "지난 3월이 워낙 따뜻해서 더 춥다고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온이 등락을 반복하면서 가장 심한 피해를 입은 곳은 농가다. 충청북도는 지난 7~8일 최저 기온이 영하 2~3℃까지 떨어지면서 3월 일찍 폈던 과수 꽃이 말라 죽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충북 내 농작물 냉해 규모는 641.5㏊에 이른다. 전남 지역 또한 순천, 나주, 구례, 곡성 등 과수 농가에서 800㏊ 넘는 냉해 피해가 발생했다. 각 지자체는 냉해 피해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남부 지역은 기온차가 큰데다 올해 바람이 불지 않아 냉해 피해가 더욱 쉽게 발생했다는 것이 기상청 설명이다.

일교차가 큰 날씨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8일 밤부터 전남 해안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시작된 비가 모레 전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예상 강수량은 5㎜ 내외로 낮은 편이지만 비가 그친 뒤 다시 북쪽 찬 공기가 유입되는 현상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여름 더위는 평년보다 빨리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5월 기온은 평년(17~17.6℃)보다 높을 확률이 50%다. 비슷할 확률은 40%, 낮을 확률은 10%다.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초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열대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8℃ 높아 한반도 인근 고기압이 발달, 지표면 온도가 평소보다 일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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