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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서구 기부채납 요구에 ‘4조 개발’ 흔들
가양동 CJ공장 부지 개발사업
구청 돌연 인가 취소 처리 논란
법조계도 절차적 위법성 지적
파장 확산에 區 “지속 협의” 입장
서울 강서구 가양동 CJ제일제당 바이오연구소 부지 모습 [네이버 항공뷰]

4조원에 달하는 서울 가양동 CJ공장 부지 개발 사업의 중단에 인허가권자인 강서구청의 추가적인 기부채납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26일 드러났다. 애초 강서구는 공문을 통해 소방시설 등 관련기관(부서) 협의를 이유로 고시까지 마친 건축협정 인가를 갑작스럽게 취소했지만, 근본 원인은 지자체의 뒤늦은 기부채납 요구가 있었던 것이다. 취소 통보과정에서 절차상 위법 사항이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을 위해 조달한 비용만 1조3000억원이 넘는 만큼 금융시장에 또 다른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법조계와 인창개발 등에 따르면 가양동 부지 시행사인 인창개발은 지난 24일 서울행정법원에 강서구청을 상대로 ‘건축협정 인가 취소처분 무효’ 소송을 냈다. 건축협정은 2개 넘는 필지를 하나의 대지로 묶어 개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애초 인창개발은 CJ 공장 부지 3개 블록 가운데 두개 블록에 지하 연결통로를 만들고 주차장을 공동으로 쓰는 내용의 건축협정 인가를 지난해 신청했고, 강서구청은 같은해 9월 건축협정인가를 내주고 고시까지 마쳤다.

그 후 인창개발은 착공을 위해 건축허가 심의를 같은달 접수했지만, 올해 2월 건축허가 전 단계라고 볼 수 있는 건축협정 인가를 강서구청이 돌연 취소 처리했다. 그러면서 구청은 “소방시설 등 관련기관(부서) 협의가 완료된 후 협정인가 재신청 요함”을 취소 사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인창개발은 인가 취소 처분에 실체적·절차적 위법이 있다는 입장이다. 건축법에서는 협정 인가처분의 근거로 ‘소방시설 등 관련부서와 협의’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취소처분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이 불분명한 반면, 사건 취소로 시행사가 감내하는 손해는 한달에 70억 수준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 지적한다.

또 행정절차법은 행정청이 처분을 내리기 전에 사전통지 또는 의견청취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구청은 이러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사전통지와 의견청취절차를 거치지 않았냐?”는 질문에 “(의견 청취절차 등)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한 행정법원 판사출신 변호사는 “만약 지난 9월 낸 건축협정인가에 문제가 있다면 이 또한 인가를 내준 구청의 잘못인 만큼 취소가 아닌 다른 조치로 보완 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찾았어야 했다”며 “사전통지 절차 등도 행정절차의 적법성을 담보하기 위한 규정인 만큼 지키지 않았을 때 중요한 취소사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강서구청은 지난 25일 오후 관련 입장문을 내고 책임을 시행사 탓으로 돌렸다.

강서구청은 입장문에서 “기부채납 안에 대한 내부 검토 과정 중에 주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부실하다고 판단하고 있을 시기 비선을 통한 면담만을 수 차례 시도해 왔기 때문에 구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며 “최근에서야 공문을 통해 공식적인 면담 요청을 해옴에 따라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중에 언론보도가 제기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지속적으로 협의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면서 “이후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협정인가 및 건축허가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사실상 소방시설 협의가 아닌 기부채납이 근본적 원인임을 자인한 것이다.

인창개발 측은 “서울시 지구단위계획(공공기여계획 등)이 고시까지 나온 상황에서, 사업자 측에서 먼저 강서구청에 공공기여를 추가 제안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면서 “공공기여 협의 이후 건축허가를 진행하겠다라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자 공사지연에 따른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시장에 적잖은 후폭풍도 예상된다.

증권회사들이 주관한 11개 특수목적법인(SPC)의 가양동 CJ공장부지 개발사업 PF조달금액은 총 1조3550억 원에 달한다. 당장 다음달 말 대출 만기가 일부 도래하는 만큼 자금경색도 예상된다.

인창개발과 현대건설은 이날 대주단으로부터 이번 소송사유와 사업 안정성에 대한 답변 요청을 받았다고도 전해졌다. 사업에 대해 금융권에서도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한 것이다.

시공사인 현대건설도 PF 관련 보증 위험이 커지게 된다. 현대건설은 인창개발의 가양동 CJ공장부지 매입에 1조500억 원의 신용보증에 이어 PF 브릿지론(1조3550억원) 보증을 서고 있다. 서영상 기자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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