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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태화의 현장에서] 세수부족 부추기는 감세정책

현금 흐름이 메말라 끝내 돈이 없어지면 인간 사이 참 서로 겸연쩍은 일이 생긴다. 스무 살 때 아르바이트 사장에게 월급 좀 가불해달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결국 나왔다. 통신비 등 나가야 할 통지서가 계속 날아왔고, 젊은 날 거리로 나오라는 친구들 전화 무시하기도 힘들었다. 용돈을 끊고 나 혼자 살아보겠다고 선언한 자신감은 점차 옅어졌다. 결국 두 달 만에 부모님께 도움을 청하는 결말로 끝났다.

요즘 정부 행태를 보면 치기 어린 스무 살 당시가 생각난다. 세수는 줄어드는데 세금감면은 이어간다. 받을 세금을 물가억제 등 정책에 사용하는 것이다. 정부라고 요술방망이가 있는 것이 아니다. 받을 세금이 줄어 곳간이 비면 일단 세출 예산을 메우기 위해 한국은행에서 차입하거나 재정증권을 발행해야 한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정부의 한은 일시차입금은 48조1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를 통틀어 정부의 총차입금 34조2000억원보다 많다.

그럼에도 정부는 세금감면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최근 현행 유류세 인하 조치를 8월 말까지 4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휘발유 25%, 경유·LPG부탄 37% 등 기존의 유류세 인하 조치가 그대로 적용된다. 직접 세수가 감소한다. 지난해 유류세 인하로 줄어든 세금(교통·에너지·환경세)은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종합부동산세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정부는 부동산 관련 세금부담 완화를 위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낮췄다. 세수 확보 차원에서 보면 이를 높여야 하는데 이를 두고도 고민이 엿보인다. 여기에 기업이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설비투자를 할 경우 세액공제비율을 확대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문제는 올해 세수 환경이 최악이라는 점이다. 올해 2월까지 걷힌 국세 수입은 지난해보다 15조7000억원 줄어든 54조2000억원에 머물렀다. 연간 목표 세수 대비 징수실적인 진도율은 13.5%로, 2004년 이후 가장 낮다.

정부 고민도 이해는 간다. 고물가로 국민이 신음하는 상황에서 물가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유류세 감면은 가장 쉬운 선택지 중 하나다. 세금을 줄여주면 주유소에서 당장 가격이 내려간다. 반도체경기가 최악으로 나아가는 가운데 경기부양을 안 하기도 어렵다. 부동산 관련 세부담 완화는 공약사항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 젊은 날에도 다 이유 있는 지출이었다. 휴대전화 없이 어떻게 살아가겠나. 그땐 심지어 다달이 불우이웃을 위한 기부도 했다. 아름다운 일이지만 다 돈이 있어야 하는 일이다.

세수를 통한 경제정책이 예외적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하고, 정 필요한 일이라면 재정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 종부세 부담 완화는 어떻게 봐도 부자감세다. 필요한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유가 등 고물가대책은 취약계층을 타깃으로 한 바우처정책으로 선회하면 재정부담이 일부 완화된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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