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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수출 성장기여도, 4분기 연속 마이너스…외환위기 후 처음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우리 경제가 올해 1분기 0.3% 성장률을 기록했다. 민간소비가 전분기보다 다소 살아나면서 역성장은 면했지만 설비투자와 순수출은 부진을 보이며 경제성장률을 깎아내렸다.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사실상 ‘제로(0) 성장’에 머물면서 경기 둔화가 공식화되는 모양새다. 반도체 경기 악화로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소비도 위축되며 성장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다소 회복된 민간소비에만 기대고 있는 형국이지만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계속 소비가 강해질 것이라 장담할 순 없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로 보고 있으나 국내외 기관에서는 1% 성장도 위태롭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다음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에 제시한 1.6%보다 낮출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순수출 성장기여도 4분기 연속 마이너스

1분기 국내총생산(GDP, 계절조정)이 0%대 성장에 그친 것은 민간소비가 지난해 4분기보다 다소 회복됐지만 순수출과 설비투자 등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1분기 수출은 지난해 4분기보다는 3.8% 증가했지만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3.0%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전분기보다 3.5% 늘고, 전년동기와 비교해도 4.4% 증가했다. 수출은 여전히 1년 전보다 부진한데 수입만 늘어난 것이다.

이에 순수출은 1분기 GDP를 0.1%포인트 끌어내렸다. GDP에 대한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지난해 2분기 이후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 2분기~1999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4분기 GDP를 0.3%포인트 깎아내렸던 민간소비는 1분기 GDP를 0.3%포인트 끌어올렸고, 지식재산생산물투자의 성장기여도도 같은 기간 -0.1%포인트에서 0.1%포인트로 높아졌다.

하지만 두 항목을 제외하곤 전부 기여도가 낮아지며 GDP 성장을 끌어내렸다. 설비투자는 전분기 0.2%포인트 기여했으나 1분기엔 0.4% 깎아내렸고, 정부소비는 0.5%포인트에서 0.0%포인트로, 건설투자는 0.1%포인트에서 0.0%포인트로 기여도가 떨어졌다.

민간과 정부를 나눠 보면 민간의 기여도는 -1.3%포인트에서 0.4%포인트로 올라간 반면, 정부의 기여도는 0.9%포인트에서 -0.2%포인트로 내려갔다.

2분기에도 불확실성이 많은 가운데 수출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민간소비는 외부 활동 정상화와 거주자 해외 출국자수 증가 등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 같다”면서도 “통관수출은 4월 20일까지 여전히 큰 폭의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어 계속 지켜봐야 한다. 당분간 마이너스 폭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둔화 계속…올해 성장률 1%대 중반도 장담 못 해

1분기 0%대 경제성장률은 경기가 반등했다기보다는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이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안 나온 건 다행이긴 하지만 성장률 자체는 좋다고 보긴 어렵다. 상당한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수출을 비롯한 대외 부문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소비는 대면 소비 효과와 기존에 가라앉았던 게 좀 올라간 부분이 있지만 경기 상황을 반등시킬 만 한 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1분기 성장률은 반등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성장세가 약하다”며 “경기가 침체까진 아니지만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수출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수출은 이달 들어 20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줄어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무역수지는 41억39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1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된 무역적자는 265억8400만달러로, 벌써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478억달러)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올해 성장률도 정부나 한국은행이 제시한 1.6% 달성조차 어려울 수 있다.

성 교수는 “정부가 1% 중반대의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는데 그보다 못해도 놀랍지는 않을 정도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 실장은 “수출이 부진한 부분이 우려된다.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마이너스”라며 “수출 경기가 얼마나 빨리 살아나느냐에 따라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 달성이 좌우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이 5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도 높아졌다.

신 국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정보기술(IT) 경기 회복 시점,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지연 등으로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조금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경기 둔화가 본격화하면서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 교수는 “물가 상황,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 등 금리를 올려야 할 요인들이 있으나 못 올리는 상황”이라면서도 “통화가치가 상당히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 실장은 “1분기 성장률이 썩 좋지는 않아 금리는 더 못 올릴 것 같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올해 4분기쯤 금리 인하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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