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의 정확한 개념 뭐냐” 불만도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삑, 삑, 삑”
24일 오후 서울 은평구 롯데몰 앞 사거리에서는 교통경찰관의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 22일 교차로 우회전 일시 정지 단속이 3개월의 계도기간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 제27조1항 보행자 보호 불이행 위반하셨습니다. 면허증 좀 보여주세요” 은평경찰서는 본격 시행 사흘째인 이날 오후 3시 10분부터 약 40분간 우회전 위반을 특별 단속했다. 교통 경찰관에게 잡힌 차는 모두 20대. 2분에 1대꼴로 우회전 위반이 적발된 셈이다.
경찰은 이 중 4대의 운전자에겐 범칙금과 벌점을 부과했다. 서행으로 횡단보도를 통과하는 등 위반 정도가 가벼운 16대에는 주의를 줬다.
이날 적발된 운전자는 대부분 새 규칙에 익숙하지 않아 혼란을 겪는 모습이었다. 고양시에 사는 여모(59) 씨는 “우회전 신호 생각에만 집중하느라 일시 정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렇게 알아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범칙금 6만원·벌점 15점이 부과된 택시 운전사 곽모(68) 씨는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깜빡했다. 벌금에 벌점까지 너무 과한 것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일시 정지'의 정의를 놓고 운전자와 경찰관 사이에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은평구 주민 박모(53) 씨는 '바퀴가 지면에 정확하게 머무르도록 정차해달라'는 경찰관의 요구에 “브레이크를 밟고 정지하고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는지도 살펴봤다”고 항의했다. 그러면서 “대체 일시 정지의 개념이 뭔지, 정확히 몇 초를 멈춰야 하는지 설명해달라”고 따졌다.
이에 경찰관은 “차량의 속도가 '0'이 될 때까지 멈춘 뒤 주위를 살펴보고 다시 운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통법규 위반으로 범칙금 4만원과 벌점 15점을 부과받은 한 오토바이 운전자는 “일하느라 뉴스를 안 보고 살아 몰랐다. 당황스럽고 억울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인서연 은평경찰서 교통안전계 홍보 담당 경장은 “지난 3개월간 온오프라인으로 홍보 캠페인을 꾸준히 했다”면서도 “새로운 법을 알리기 위해 좀 더 발로 뛰겠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을 제외하고 모든 국가에서 적색신호 시 우회전 자체가 금지”라며 “그전까지 별도 제한 없이 우회전을 해도 됐지만 이젠 적어도 한번은 멈추고 보행자를 살핀 뒤 가라는 것”이라고 법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서 “도로든 인도든 가장 우선되는 건 교통 흐름이 아니라 사람의 안전이다. 당연히 우회전할 땐 일단 멈추고 보행자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