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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혼육아’ 경험한 회장님 “어린이집 세우면 어떨까” [70th 창사기획-리버스 코리아 0.7의 경고]
금융권, 저출산문제 기업 동참 한목소리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어린이집 아이디어
KB금융 ‘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 사업
하나금융 ‘100호 어린이집 건립 프로젝트’
신한금융 맞벌이 가정 돌봄 ‘꿈도담터’ 운영

# “저희 부부가 집에서 손주를 맡아 키워보니,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있어야 저출산이 해결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아직 개인적인 아이디어지만, 우리금융그룹이 보육시설을 짓는 데 도움이 되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취임 전 직접 손주를 돌봤다. 젊은 맞벌이부부가 조부모에게 아기를 맡기는 ‘황혼육아’를 회장님 부부도 피하지 못했다. 손주를 돌보다보니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다”는 깜짝 고백도 이어졌다.

취임 후 우리금융의 사회적 공헌 확대를 고민하던 임 회장은 육아경험을 바탕으로 ‘어린이집’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정해지거나 검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우리금융 어린이집이 보육시설이 부족한 곳에 세워지면 맞벌이 부부는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고, 우리금융의 CI(기업이미지)를 보고 자란 아이는 훗날 잠재 고객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코리안리는 둘째 이상 자녀를 낳으면 1000만원, 셋째 이상의 자녀의 경우 3000만원의 우리사주매입자금을 주는 출산 축하금 뿐 아니라, 임신이 어려운 직원들에 대한 지원도 하고 있다. 난임치료에는 연 500만원의 지원금이 지급되고, 난임진단 시 들어가는 검사비도 회사가 부담한다. 늦은 출산을 계획한 직원들을 위해 기혼 뿐 아니라 미혼 직원들의 난자 냉동 비용도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해준다.

적극적인 출산장려책은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이 직접 냈다. 직원들과 일대일 대화를 갖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원 사장은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이 어려운 이유도 함께 들었다. 그는 “저출산 해결과 일·가정의 양립은 개인에게 책임을 지울 수 없고 정부에만 맡겨 놓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이제 기업도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금융사들이 저출산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특히 인구 감소가 빠르게 진행된 지역사회에선 일찌감치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여러 대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앞으론 ‘황혼육아에 나선 회장님’처럼 저출산을 불러오는 구조적 문제가 더욱 피부로 와닿을 전망이다. 금융사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영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돌봄 책임지는 금융사들=KB금융그룹은 2018년부터 교육부와 함께 ‘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 사업을 펼치며 총 2265곳의 국공립 병설유치원 및 초등돌봄교실을 신설·증설했다. 경력 단절, 육아 부담 등으로 인한 저출생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전국적인 온종일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려는 취지에서다.

지난 2월에는 교육부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 업무 협약도 맺었다. 2027년까지 500억원 규모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거점형 돌봄기관 확대와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에선 2018년부터 ‘100호 어린이집 건립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총 15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역사회와 함께 보육 취약 지역에 국공립 어린이집 90곳과 직장어린이집 10곳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올해 3월 말까지 72개의 어린이집을 개원했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28개 어린이집을 추가 완공할 계획이다.

특히 경북 군위, 경남 합천, 충남 금산, 전북 완주, 전남 신안, 경남 고성 등 인구 소멸 농어촌 지역 30곳을 비롯해 전국 보육 취약 지역 곳곳에 지역별 특성에 맞춘 어린이집을 설립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100호 어린이집 건립 프로젝트는 국가 경쟁력 위협 요소인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를 극복하고, 보육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질의 공보육 시설을 지원하고자 마련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청송 하나어린이집 학부모 B씨는 “남편 직장 때문에 지방으로 오게 됐다. 주변에 아이를 봐줄 사람도 없고 저도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 육아 문제 때문에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만 둬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이 지역에 하나뿐인 하나금융그룹에서 지원한 어린이집 덕분에 걱정 없이 직장 생활 하고 있고 아이도 너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도 맞벌이 가정 초등학생 자녀에 대한 돌봄 지원 서비스 ‘신한 꿈도담터’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부터 여성가족부와 업무협약을 맺은 뒤 전국 각지의 공동육아나눔터 구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꿈도담터는 친환경 기자재로 만든 돌봄 공간에서 아이의 정서 발달에 필요한 교구와 장난감을 지원한다. 아동 눈높이 수준의 금융교육과 같은 특화된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신한금융은 2월까지 총 149곳의 꿈도담터를 완공했으며 올해까지 제주를 포함해 200곳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구 줄어 소멸위기인 지방엔 돌봄 뿐 아니라 교육도=“제가 살고 있는 지역은 시골이기 때문에 도시의 큰 학교보다 배울 수 있는 과목이 적다. 시골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열악한 공부 환경에서 지내왔는데, 초록샘을 통해 공부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늘어났다.”

일본어를 배우고 싶었지만 배울 곳을 찾지 못했던 농촌지역 중학생 A양은 ‘초록샘’을 통해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다. 초록샘은 NH농협은행이 노동상생국민운동본부와 손잡고 2년 전 개설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다. 온라인 강의, 진단 테스트, 입시 정보, 멘토 상담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온라인 과외 선생님’과 같다.

지역에 점포가 많고 네트워크가 활성화된 농협금융그룹 특성 상 농협은행 외에도 농·축협, 농협재단 등 범농협은 도서·산간 지역 등 전국 각지의 청소년·다문화가정을 직접 찾아가 금융 지식을 전달하는 ‘행복채움 금융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실시한 청소년·다문화가정 금융교실만 1694회, 1만5246시간에 달한다.

농협 외에도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족 형태인 다문화가족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은 금융그룹의 주요 정책이다. 우리금융그룹은 2012년 200억원을 출연해 금융권 최초로 다문화가족을 위한 공익 재단인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다문화자녀 5200여 명에게 약 53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며 미래 인재 육성에 기여하고 있다.

또 다문화어린이합창단, 오케스트라, 경제·금융 교육, 글로벌 문화 체험 등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건강한 성장과 결혼 이민자를 비롯한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국내 정착을 돕기 위해 다양한 교육·문화·복지사업을 전개 중이다.

김현경·성연진 기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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