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삼성전자 위에 드리운 ‘실적 악화’ 먹구름이 옅어지긴 커녕 더 짙어지는 분위기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인해 올해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반도체 부문의 부진을 상쇄했던 다른 사업부 실적까지도 둔화하며 ‘전체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증권가에서 잇따라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27일 삼성전자가 1분기 확정 실적을 공시하는 가운데, 앞서 잠정 실적 발표 당시 부진했던 반도체 부문 실적과 이에 따른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감산 조치를 ‘반등’ 시작의 신호로 읽었던 투자자들이 2분기 실적 예상을 두고는 어떤 판단을 내릴 지 관심이 집중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1분기에 손익분기점(BEP)에 근접한 데 이어 2분기에는 전사 기준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적자를 예상한 증권사들의 2분기 영업손실 추산치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1조2860억원을 제시한 하이투자증권이다. 여기에 SK증권 -6000억원, 이베스트투자증권 -4000억원, 삼성증권 -2790억원 등이 2분기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적자를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2분기에 적자를 기록할 경우 연결 기준 94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2008년 4분기 이후 15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분기 실적 발표를 시작한 2000년 3분기 이후로는 두 번째인 셈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달 초 발표한 1분기 잠정 이익치로 6000억원을 제시한 바 있다. 전년 동기 대비 95.75%나 급감한 것이다.
확정 실적은 오는 27일 공시된다. 증권사드은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손실이 4조원 안팎을 기록할 것이라 추산 중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전방 IT 수요 부진으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 한파가 길어지고 재고도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그나마 1분기에 영업적자를 모면한 것은 대표 스마트폰 브랜드인 ‘갤럭시 S23’ 출시 효과로 모바일경험(MX) 부문 실적이 호조를 보이며 반도체 부진을 일부 만회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 2분기 적자 골짜기의 깊이가 1분기보다 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DS 부문이 여전히 저조한 실적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MX 부문에도 더 이상 호재가 없다는 관측 때문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당장 반도체 부문이 흑자로 전환할 리가 없다. 신규 스마트폰 효과가 감소하는 2분기에는 전체 적자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며 “기대했던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아직 식당과 여행 등 서비스에 국한되고, 고객 재고가 일정 소진되었다고 해도 발생 가능한 경기 침체 위기에 모두 몸을 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의 실적 반등 시점을 두고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우선 삼성전자 실적이 2분기에 ‘바닥’을 찍은 뒤 반도체 감산, 업황 개선 효과를 업고 하반기 부터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적자 지속으로 2분기가 올해 분기 실적의 최저점이 될 것”이라며 “자연 감산 효과 점증에 따른 재고 안정화로 3분기에는 재고 감소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수요 회복 속도가 더딜 것이란 ‘신중론’도 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 실적이 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나 하반기에 드라마틱하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이어 “스마트폰 업체들의 재고 조정이 1년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서버 업체들의 재고 조정은 6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다”며 “고금리가 지속되고 인플레이션 부담감이 재차 부각되면 최종 수요 회복 속도가 더딜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등’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되며 상승세를 탄 삼성전자 주가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21일 종가 기준 6만5700원으로 한달 만에 8.96% 상승한 바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1분기에 이어 2분기 실적이 더 나빠질 경우 다소 충격이 있을 순 있지만, 2분기에 ‘바닥’을 찍을 것이란 전망은 이미 많이 나왔다”며 “이미 알려진 악재는 악재가 아닌 만큼, 향후 주가는 업황 회복 ‘속도’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