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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의 크리스마스, 쿠로베 알펜루트의 기적 [함영훈의 멋·맛·쉼]
도야마 무로도설벽 감동 청백 2색 충분
북유럽룩 초가집 촌락 세계유산 마을도
식상한 것 말고 새로운 일본찾기 “쾌재”

[헤럴드경제, 도야마=함영훈 기자] 알프스와 히말라야가 울고 갈, 5~6월의 설산 알펜루트가 일본에 있다. 해발 3000m급 높은 산 부자여서 ‘부산’이라 불리는 도야마(富山)현과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나가노(長野)현에 걸친 알펜루트 설벽 구경이 지난 4월15일 시작됐다. 외국인은 물론 현지인들의 여행 버킷리스트이다.

일본 알펜루트는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무로도 설벽 여행을 4~6월에 하고, 다른 계절엔 또다른 매력을 뽐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기후현 시라가와고 마을

식상한 곳 말고, 색다른 일본 여행지를 찾아보려는 한국인들이 쾌재를 부른다. 모두투어 등 일본 알프스 여행 전세기 패키지에 몸을 실은 한국인 여행객들은 2500m가 넘는 높이의 쿠로베 알펜루트에 오르는 동안,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정복감을 느끼면서, 알록달록 신록과 알프스 처럼 산정을 감싸쥔 봄의 잔설, 시리도록 푸른 하늘, 에메랄드빛 강물과 호수가 이 빚어내는 4색 하모니를 맘껏 즐겼다.

▶도야마-나가노 등 승룡도 핵심지역= ‘일본의 지붕’은 중부지방 ‘승룡도(昇龍道)’ 9개현 중 동해에 근접한 이시카와-도야마-기후-나가노 등 4~5개 현에 걸쳐있다. 승천하는 용의 머리와 가슴 부분에 해당한다. 이 지역은 태백 고원-산타마을의 봉화-울진과 정면으로 마주본다. 위도가 높지 않아도 서늘함이 느껴지는 점은 마주보는 두 지점이 닮았다.

한국인이 많이 가는 곳은 아니지만, 10년 전 부터 9개현이 힘을 합쳐, 환대캠페인, 관광안내인프라 정비 등 활동을 벌여 공항,교통 안내문 등에 한국어를 기본으로 넣고, 한국인용 인쇄물도 구비해놓고 있었다.

쿠로베 알펜루트 해발 약 3000m 지점에 세워진 신사
마츠모토성 일본 어린이들의 미소

다양한 친환경 교통수단을 통해 해발 2450m에 올라, 신이 기가막히게 그려놓은 대자연의 풍경화를 만나고, 평지에선 유네스코 세계유산 기후현 시라가와고 합장촌 마을, 나가노현 일본 국보 마츠모토성, 가장 완벽한 정원 이시카와현 겐로구엔, 교토 보다 일본 전통문화를 더 여유롭게 감상하는 히가시차야 중세거리, 노토반도 센마이다 해변 계단식 논 등 보석 까지 발견했으니, 앞으로 한국인들의 ‘저팬 루프탑(roof-top) 러시’가 있을 것 같다.

▶돈과 기술 총동원, 친환경 등정= 해가 떠서 질 무렵까지 이어지는 알펜루트 체험은 남녀노소 누구나 한다. 도야마에서 나가노쪽으로 가도 되지만, 한국인 일행은 나가노에서 도야마쪽으로 가기로 했다. 이중 하이라이트라고 할수 있는 설벽 여행은 6월22일까지 이어지고, 다른 계절엔 또다른 매력들을 발산한다.

도야마-나가노 알펜루트 해발 3000m 안팎 고봉들의 첩첩산중 풍경 [NHK 화면캡쳐]
알펜루트 출발지점 오기자와(오오기사와)역에 모험심 강한 한국여행객들을 태운 모두투어 버스가 도착하고 있다.

출발지점이 이미 해발 1433m이다. 나가노현 오기자와(오오기사와) 터미널에서 출발한 뒤, 간덴터널 전기버스 관통(6.1㎞/15분)→쿠로베 댐→댐 상층부 걷기여행, 전망대 및 댐 중간부 조망→쿠로베 호수→쿠로베 케이블카(0.8㎞/5분)→쿠로베 다이라→다테야마 로프웨이(1.7㎞/7분)→다이칸보→다테야마 터널 트롤리버스(3.7㎞/10분)→무로도(2450m) 설벽 체험→다테야마 고원버스(2.3㎞/약50분)→중간 정차 후 일본에서 가장 긴 350m 물줄기인 미테가와라폭포 조망→비죠다이라→다테야마 케이블카(23㎞/7분)을 거쳐 다테야마역에 이르는 코스이다.

한국어로 된 쿠로베 알펜루트 코스 개념도

두 개의 현을 편도 통과하는데 8~9시간이 걸린다. 다테야마역~쿠로베댐, 오기자와~무로도만을 찍고 오는 왕복 이용편도 있는데, 편도-왕복 모두 철저하게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이 아름다운 곳을 일본국민은 물론 세계인들이 즐기도록 하려는 마음은 참으로 숭고하다. 하지만, 만약 일반인이 등산으로 가기 어려운 해발 3000m 산악지역을 차로 만 오른다면 교통체증도 그렇거니와 산악이 훼손되고 공해도 심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도야마-나가노현 당국은 터널 전기버스, 케이블카 등 친환경 교통수단을 통해 자연훼손 없이 남녀노소가 오르도록 했다.

쿠로베 알펜루트 케이블카

▶쿠로베댐, 진격의 거인?= 쿠로베 케이블카는 자연경관보호와 눈사태방지를 위해 지하로 달리고, 다테야마 케이블카는 기술혁신을 통해 높이 500m, 평균 기울기 24도의 경사를 단숨에 오른다.

돈이 더 들더라도, 자연도 생각하고, 힘 빠진 할머니 조차 2450고지에 오를 수 있게 세심히 배려한 것이다.

터널 전기버스를 지나면 만나는 거대한 댐 쿠로베 협곡은 다테야마 연봉과 우시로다테야마 연봉 사이로, 도처에 절벽, 폭포 및 원생림에 둘러싸였다.

자연보호를 위해 지하를 다니는 등정 교통수단

강우량 많은 지역의 급경사 하천이기 때문에 수력발전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지만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자연조건이 댐공사의 큰 난관이었다. 1963년 6월, 공사비 513억엔(당시), 노동인원 연 1000만명(하루 2만7000여명, 171명 공사중 사망)이라는 인류사상 보기 드문 대규모 공사가 종료됐다. 국내에서 가장큰 소양댐 높이가 123m인데, 쿠로베댐은 186m이고 물길이 닥쳐오는 쪽으로 볼록한 아치형이다.

쿠로베 댐 버스 정류장에서 댐의 전망대로 계단을 오르면 댐의 위용을 더욱 잘 볼 수 있다. 아래 계단으로 내려가면 건설의 거점이던 대역사의 헤리티지, 노란색 밥통 같은 건물 껍데기 한 동이 나오고, 여름엔 두 구멍에서 나오는 거대한 두 물줄기의 장쾌함, 포말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무지개를 목도하게 된다. 혹자는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요새 같다는 촌평도 한다.

쿠로베댐

▶세계 최고의 전망 맛집= 다테야마 연봉과 우시로타테야마 연봉 사이에 끼여있는 쿠로베다이라는 웅대한 경치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정원에서는 눈 아래로 펼쳐지는 에메랄드 빛 쿠로베 호수를 바라볼 수 있고 쿠로베다이라에서 다이칸보까지 완만하게 로프웨이로 곤돌라 이동을 하는 동안, 신이 그려놓은 계절별 수채화를 보며 제대로 된 안구정화, 숨통을 트는 힐링을 할수 있겠다.

쿠로베 호수는 화산 분화구에 생긴 둘레 600m, 수심 15m의 화구호이다. 맑은 날에는 호수면에 오야마봉, 오난지산봉, 후지노오리타테봉 등의 다테야마 정상을 비롯한 주위의 산들이 맑게 비친다.

다이칸보(大觀蜂)는 가파른 고산지대에서 잠시 쉬어가는, 글자 그대로 전망 맛집이다. 쿠로베다이라(黑部平)로부터 1.7㎞의 다테야마 로프웨이를 타고 간다. 해발 2316m인 다이칸보역 옥상전망대에서 서면, 웅장한 재팬 알프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환상적 설벽, 청백 두색이면 충분= 하이라이트는 무로도. 다테야마-쿠로베 알펜루트의 중심이 되는 지점이다. 다이칸보(大觀蜂)에서 다테야마 터널 버스로 다테야마 연봉들을 지나가면 무로도 터미널에 도착한다.

무로도 설벽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미꾸리가 연못

해발 고도 2450m의 지점인 이곳의 고원 평지에 이르면, 신사가 지어진 다테야마산의 정상이 보이고 쓰루기야마 등 고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칼데라호수인 미꾸리가 연못, 지옥의 계곡, 다마도노암굴 등을 둘러보는 산책로가 정비되어 있어 자유롭게 트레킹한다.

행여 궂은날 설벽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미니 설벽’도 만들어 놓아 기상이 설벽여행을 방해하는 일도 차단했다.

미니설벽

계절의 여왕 5월을 코앞에 둔 시점인데도 이곳에선 온세상이 하얗다. 발 아래 놓인 ‘해발 1500m 이하의 어린 양들’은 푸른 신록을 구가하고 있으니, 무로도는 선계임이 틀림없다.

이제 전기버스를 타고 하산을 한다. 설벽 포토포인트의 눈은 겨우내 도로로부터 최고 20m까지 쌓이고, 설벽 구경이 가능한 4월의 최고 높이는 18m였으며, 한국인 전세기 패키지팀이 여행하던 2023년 4월 17일엔 13m 높이로 쌓여 있었다.

크리스마스 트리

▶5월의 크리스마스= 애초에 왕복 2차선의 좁을 도로를 수백개 S라인으로 뚫은 뒤, 눈이 쌓이자 도로 부분만 불도저로 밀어내니,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설계도 처럼 좁고 긴, 요새형 설벽 도로가 생긴 것이다. 다른 점은 수백개 S라인이라는 것.

푸른하늘의 채도대비가 이렇게 아름답다니.. 흰색과 청색 두 색깔의 단조로운 풍경에도, 동서양 여행객의 감탄이 그칠 줄 모른다.

해발 1800m 지점부터 설벽 너머 산이 언듯언듯 보이고, 잠시후 4월의 크리스마스 트리 수천그루가 도열해 여행자들에게 “버킷리스트 등정을 축하한다”고 아우성이다.

도야마 전철노선 다테야마역에 내리면서 옷을 한겹 벗는 동안, 한국으로 가던 붉은 노을 또한 쿠로베 알펜루트 등정에 대한 축하를 보내주며 미소짓고 있었다.

버킷리스트 완수한, 보람찬 하루, 차창밖 노을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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