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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용 취임 1년…한은寺에서 소통하는 중앙은행으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팬데믹 시기에 우리나라 중앙은행 수장에 올라 전례 없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여느 총재보다 역동적인 한 해를 보낸 그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한은을 ‘한은사(寺)’에서 ‘소통하는 중앙은행’으로 바꿨다.

다만 강도 높은 긴축 정책으로 중앙은행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한은의 늘어난 소통이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4월 취임한 이 총재는 통화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이전 총재들과 차별화되는 행보를 보였다.

그는 지난해 5월 처음으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한 뒤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이후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같은해 7월에는 “오늘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한 만큼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히며 한은 총재 중 처음으로 명시적인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안내)를 제시했다. 미국 등에서는 중앙은행이 미래 통화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예고하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일반화됐지만 한국에서는 처음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몇 명의 금통위원이 최종금리 수준을 얼마로 제시했는지까지 공개하고 있다. 1월 회의 후 “금통위원 3명은 3.50%, 3명은 3.75%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밝히고, 2월과 4월 “(총재를 제외한) 6명의 위원 가운데 5명이 여전히 3.75%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전한 식이다.

이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한국판 점도표’로 불리며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한은이 시장과 소통하는 방식도 이전과 달라졌다.

이 총재가 제안한 한은 블로그는 지난해 5월 문을 연 뒤 경제 전망이나 이슈 분석을 보다 쉽게 풀이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한은 총재 최초로 TV 생중계 토론회에 나가고, 국제 회의에 부지런히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이 총재의 소통 강화 행보다.

이러한 적극적인 태도는 한은의 통화정책 투명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 총재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정교한 조합을 강조하면서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에 따른 한은의 독립성 우려나 반대로 당국과의 엇박자 지적도 제기된다.

한은 내부에서도 이 총재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한은 노동조합이 이달 ‘이 총재 취임 1년’을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은 직원들은 이 총재 취임 후 통화정책 등 업무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인건비 문제 등 내부 경영에 대해선 부정적 평가가 더 많았다.

취임 후 1년 동안 바쁜 걸음을 했던 이 총재는 앞으로 1년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은데 경기가 둔화하면서 통화정책 방향 결정은 더욱 어려워진 상태다.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언제, 어느 수준에서 종료될지 시장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이 총재와 한은에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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