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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36조 걸린 후계자 오디션…명품왕국 회장님이 자식들과 점심 먹는 이유
디올 글로벌 앰버서더인 블랙핑크 지수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장남 앙투안 아르노(46) 크리스찬 디올 SE의 부회장. [인스타그램]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세계 1위 부호’ 베르나르 아르노(74)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의 다섯 명의 자녀들이 후계자 경쟁에 돌입했다. 아르노는 당초 75세였던 경영진 퇴직 연령을 80세로 연장한 뒤, 남은 임기 동안 4남 1녀를 상대로 본격적인 후계자 오디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마치 심층 면접을 연상케하는 월례 점심 모임을 통해서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르노 회장이 다섯 자녀를 상대로 ‘명품 왕국’인 LVMH를 이끌 후계자를 오디션 형식으로 물색 중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명품 그룹 LVMH는 현재 기업가치가 4800억달러(687조3000억원)로 평가되며, 아르노 회장은 270조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한 세계 최대 부호로 꼽힌다.

베르나르 아르노(74)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장녀 델핀 아르노(48)크리스찬 디올의 최고경영자(CEO). [게티이미지]

그는 한 달에 한 번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 본사의특별 식당에서 다섯 자녀와 90분간 식사한다. 가족들이 한 데 모여 밥을 먹는 게 특별할까 싶지만, 식사 자리 대화 주제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 자리에선 아르노가 미리 준비한 아이패드로 토론 안건에 대한 의견을 묻고 조언을 구하는 ‘심층 면접’이 벌어진다. 회사의 특정 임원에 대한 자녀들의 의견, 브랜드 개편 시점 등 사업 관련 다섯 자녀의 판단과 조언을 구함과 동시에 차기 후계자 자질까지 두루 살피는 자리라는 의미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이 델핀 아르노 크리스찬 디올 CEO와 함께 지난달 21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방문한 모습. [연합]

현재 아르노 회장의 다섯 명의 자녀는 모두 성인으로, LVMH의 후계자 대열에 올라 있다.

지난 3월 아르노 회장과 함께 방한했던 장녀 델핀 아르노(48)는 올 1월 핵심 계열사인 크리스찬 디올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며 유력한 후계자로 이름을 올렸다. 2013년 크리스챤 디올 부사장에 오른 뒤 10년간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한 만큼 WSJ는 그가 가장 선두권이라고 평했다.

물론 나머지 네 아들도 만만치않다. 특히 둘째이자 장남인 앙투안 아르노(46)를 향한 아르노의 신임도 두텁다.

알렉산더 아르노(31)는 글로벌 명품 쥬얼리 티파니앤코 부사장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블랙핑크. [인스타그램]

앙투안은 지난해 12월 지주회사인 크리스찬 디올 SE의 부회장으로 임명됐다. 아르노 회장은 프랑스 내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부의 불평등’ 이슈가 대두되자 대중과의 소통을 강조해 온 앙투안부터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앙투안은 대외적으로 대중친화적 캐릭터를 구축해 온 인물이다. 당시 앙투완은 아버지에게 LVMH가 프랑스 정부에 세금으로 지출한 1년치 세금 규모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알리는 광고를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그의 SNS에는 LVMH 산하 브랜드의 글로벌 엠버서더를 맡은 블랙핑크 멤버들의 사진들이 속속 올라오기도 했다. 이또한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소통 아니겠는가.

셋째부터는 나이대가 2030으로 내려간다. 셋째 아들인 알렉산더 아르노(31)는 글로벌 명품 쥬얼리 티파니앤코 부사장, 넷째 아들 프레데릭 아르노(28)는 럭셔리 시계 태그호이어의 CEO로 활약 중이다. 막내아들인 장 아르노(24)도 루이비통에서 시계 부문을 담당하며 사업을 배우고 있다.

넷째 아들 프레데릭 아르노(28) 태그호이어 CEO(왼쪽). [게티이미지]

아르노 회장이 이처럼 후계자 오디션에 나선 것은 최근 후계 준비 없이 급사한 기업가 친구의 사연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아르노 회장이 2003년 막역했던 기업인 장 뤽 가라르데르(75)가 갑작스레 숨진 뒤 아들이 회사를 매각하는 것을 보고 좀 더 체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르노 회장은 가족들이 후계자 경쟁을 둘러싸고 충돌하거나 가족이 붕괴되는 모습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WSJ는 아르노 회장이 ‘테니스는 누가 잘 치고, 피아노는 누가 최고다’ 같은 칭찬조차도 잘 하지 않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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