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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굶어 죽느니 도망가다 죽을 것”…수단 분쟁 격화에 시민들 ‘필사의 탈출’
군벌 간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수단 수도 하르툼의 한 버스정류장에 피란길에 오른 시민들이 모여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수단 양대 군벌 간 충돌이 격화하면서 시민들이 필사의 탈출에 나서고 있다. 민간인들의 안전한 대피를 위해 휴전을 요구하는 국제 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양 군부는 휴전 협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간 유혈 충돌이 벌어진 지 엿새째인 20일(현지시간) 사망자가 330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 하르툼에서는 피란길에 오르는 사람들이 크게 늘며 2만명 가량이 국경을 넘어 인근 차드로 넘어갔다.

CNN은 군벌 간 전투로 각종 인프라가 파괴되면서 수돗물과 전기가 끊기고, 비축했던 식량마저 고갈되며 하르툼 주민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점과 약국의 선반은 텅 비었고, 주유소들은 문을 닫은지 이미 오래다.

하르툼 주민 무함마드 함맘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녀들과 하르툼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면서 “죽음이 사방에서 우리를 에워싸고 있기 때문에 유탄에 맞아 죽거나, 배고픔이나 갈증으로 죽는 것보다 차라리 생존을 위해 노력하다가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량 연료를 구한 이들은 가까스로 차를 이용해 수도를 벗어났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버스정류장에 모여 탈출을 위한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군벌 충돌 격화로 수도가 끊기자 물을 구하기 위해 줄 지어 서 있는 하르툼 시민들의 모습 [로이터]

이날도 정부군과 RSF는 하르툼 시내 국방부 청사 일대와 하르툼 국제공항 인근에서 격렬한 전투를 이어갔다. 도시 곳곳에서는 총성과 포격이 잇따랐다. 하르툼 남부에 거주하는 나제크 압달라는 “새벽에 전투기와 공습 굉음 때문에 잠에서 깼다”며 “유탄이 우리 건물로 날아들지 않기를 바라며 창문을 걸어 잠그고 생활한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세계 각국 정부는 수단에 있는 자국민의 안전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민의 대피를 지원하기 위해 인근 지부티에 군인을 추가로 보낼 계획이다. 독일과 일본 등은 자국민 집단 대피를 추진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고, 프랑스 등은 위험 요소가 많아 당장 자국민을 대피시키지 않기로 했다. 실제 이미 폭격으로 인해 공항 관제탑이 파괴되는 등 공항 운영이 마비돼 국외 대피 자체가 쉽지 않은 상태다.

국제사회는 민간인 안전 확보를 위한 휴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라마단 금식월 종료 후 명절인 이드 알 피트르 기간 중 최소 사흘간 휴전할 것을 요구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교전에 발이 묶인 사람들이 피신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빨리 인도주의 차원의 휴전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군과 RSF은 군사적 해법만을 강조하며 휴전 요구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단 군부 일인자이자 정부군을 이끄는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은 이날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 상황에서 완전한 휴전은 불가능하다고 말했고, RSF의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 역시 같은 매체에 부르한 장군과 마주해 대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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