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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사기 예방, 정부 책임 강화법..법무부 “법 체계 틀려”[여의도 정책통]
민주당 전세사기 대책으로 추진 중인 법안
국토부 검토로 수정된 ‘법 체계’, 법무부가 반대
타법 개정으로 선회, 개정안 취지 살릴 듯
20일 오후 대전 서구 전세 사기 피해자 중 일부가 거주하는 도마동 한 다세대주택 우편물 반송함에 먼지 앉은 고지서 등이 쌓여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구체적인 역할을 규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 개정안이 법안 논의 첫 단계부터 좌초될 위기다. 법안 내용을 따져보기도 전에 ‘법 체계’부터 잘못 됐다는 ‘형식 문제’에 발목이 잡히면서다. 해당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전세사기 피해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법안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가 임대차 계약 피해 예방을 위해 각종 조치를 마련하도록 의무화는 내용의 주임법 개정안이 4개월 넘게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허종식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임대차 계약 피해 예방 활동 ▷피해 현황 파악을 위한 조사 활동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한 기구 설치 및 전문인력 지원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같은 조치를 취하기 위해 시·군·구에 자료요청을 할 수 있고,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가능한 근거도 명시했다.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법사위 관계자는 “개정안과 같이 상시적으로 임대차 피해 예방 활동과 현황 조사를 하도록 하고 필요한 기구를 설치하도록 하는 것이 전세사기에 효과적인 대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내용에 대한 논의에 앞서 형식적인 문제로 법안 심의가 사실상 멈춘 상태다. 개정안이 상정되는 과정에서 주임법 소관 부처인 법무부가 ‘법 체계’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사적 거래를 규정하는 주임법에 공적 의무를 담는 것은 '법 체계'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법률 용어로 치면 법 형식부터 맞지 않아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각하’라는 의미다. 주임법은 민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한 사법으로 분류된다.

해당 개정안의 ‘법 체계’ 문제는 발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허 의원은 주택도시기금법(주기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이번 방안을 준비했다.

법안 발의를 준비하며 주기법의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법 체계’ 문제가 거론됐다. 국토부 측에서 개정안의 내용을 주기법이 아닌 주임법에 포함시키는 것이 법 체계에 맞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고, 허 의원 측은 국토부 의견을 받아들여 법무부 소관 법률인 주임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허 의원 측 관계자는 “법안 발의 전에 국토부와 논의하면서 주임법을 개정하는 것으로 수정했는데 (부처간 의견이)엇박자가 난 것”이라며 “법 체계에 맞게 개정안을 발의하기 위한 (정부와의)공동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주임법 개정안을 전세사기 방지법의 하나로 주요 입법 과제로 꼽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당에서 추진할 전세사기 피해 대책을 발표하며 주임법 개정안 역시 전세사기 피해 방지와 관련된 특벌법 제정안과 함께 주요 입법 사안으로 못을 박았다.

한 민주당 의원은 “당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에 심각성을 느끼며 특별법 제정과 함께 계류돼 있는 주임법 개정안도 집중적으로 추진 할 것”이라며 “아직 당론까지는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당이 적극적으로 입법화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허 의원은 이미 발의한 주임법 개정안을 그대로 추진할지, 다른 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재발의할지 검토 중이다. 법무부가 법 체계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한 만큼 개정안 내용보다는 형식의 문제이기 때문에 '타법 개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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