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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성공의 함정, 때이른 포퓰리즘 총선공약

성공의 자산이 부채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빠른 성공이 되레 독이 돼 빠른 실패를 가져오는 ‘성공의 역설’을 역사의 사례에서 자주 본다.

짧은 기간 이뤄진 우리의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정착은 대표적인 성공신화다. 역사적 경험에 의하면 모든 국가는 생명체와 같이 탄생, 성장, 쇠퇴, 소멸의 과정을 거친다. 성공한 기업이 성공신화를 지속하기 위해 부단히 혁신하는 것처럼 성공한 국가도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항심(恒心)으로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 4대 경제 강대국, 군사 강대국과 완충지대, 핵 공격으로 적화통일을 공공연히 협박하는 북한 정권의 남쪽에 살고 있다. 지구촌에서 긴장감과 불안감이 가장 높게 고조되는 대표적인 지역에 대만과 한국이 있다. 한반도가 세계적인 지정학적 고위험(High Risk)지역임을 고려한다면 우리의 외교, 경제, 재정정책도 지정학적 저위험(Low Risk) 국가와 달라야 한다.

우리처럼 지정학적 고위험(High Risk) 국가는 튼튼한 건전재정 유지와 실용주의 외교를 해야 한다. 2월 말 현재 지난해보다 16조원의 세금이 덜 걷혔다. 연말까지 큰 폭의 세수 부족이 예상되고, 경기침체와 소비위축으로 정부의 재정 상태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방만하게 운용한 재정정책의 개혁, 시급성이 큰 연금개혁 등은 방치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세금 퍼주기 입법과 공약 남발 등 국가재정을 더 부실하게 만들고 있다. 농민 표를 의식한 남아도는 쌀의 전량 정부 구매, 만성적인 적자 상태인 지방 공항 추가 신설, 대학생 표를 위한 아침식사값 1000원 제공에서 나아가 무상 점심 공약, 고령자 기본수당 인상과 모든 고령자 일괄 지급 공약 등 재정 부실을 초래하는 법률과 공약을 마구 추진하고 있다.

외교와 안보 분야에서도 역시 포퓰리즘이 선을 넘어서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 빠진 일본과의 관계개선은 동북아시아의 외교 안보 필요성뿐 아니라 양국의 경제 협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일본 문제만 나오면 우리의 국익과 경제적 실리는 무시하고, 무조건 국수주의 반일 감정 선동으로 정치적 이득을 노리는 단체와 정치인들이 많다. 선량한 국민은 정치인들의 반일 정서 자극을 통한 애국심 선동에 무척 혼란스럽다.

최근 반일 문제는 400년 전 1636년 청나라의 병자호란 이후 조선 지배층의 분위기와 유사하다. 청과의 전쟁은 만주에서 발생한 신흥 강국에 대한 국제정세 무지, 실리적 외교 정책의 부재에 기인한다. 병자호란 이후에도 조선은 당시 세계 최대 군사 강대국인 청나라에 비현실적인 군사정벌을 주장하고 청나라를 만주오랑캐라고 폄하해 백 년 이상 청나라와 교류를 등한시했다. 이미 멸망한 명나라에 충성한다는 성리학자의 소중화 사상과 청나라를 통해 서양 학문을 수입하려는 실사구시 북학파 학자들의 건의 무시 등도 있었다. 결국은 조선의 민생 파탄과 망국으로 귀결됐다.

세계 대부분 국가는 다른 국가로부터 침략전쟁, 영토점령, 이민족 피지배 등 어두운 흑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도 과거사 때문에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입만 열면 세금 퍼주기를 선동하는 포퓰리즘 공약에 대해 냉엄한 비판과 판단이 필요하다. 우리의 후손이 ‘잃어버린 미래’에 살게 해서는 아니 된다. 역사는 순환한다.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가 후퇴하지 아니하도록 노력이 필요하다.

미래 세대에게 부채가 아닌 희망의 자산을 넘겨줘야 한다. 향후 30년, 50년 후 미래 후손에 대한 책임감 등 기존 세대의 도덕적 의무감이 필요하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고문·전 관세청장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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